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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먹이고 말 안들으면 독방..'무서운 보육원'

입력 2013. 05. 02. 19:13 수정 2013. 05. 0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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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아동학대' 보육원장·교사 검찰 고발원생 52명 관행적 처벌·가혹행위에 시달려복지부·충북도·제천시에도 재발방지책 권고

'욕을 하면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이고,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독방에 수개월씩 감금하고….'

50년 역사를 지닌 충북도내 한 아동앙육시설이 아동들에게 지속적으로 가혹행위를 해온 사실이 당국의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시설은 아동 성추행 행위도 숨겨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년간 시설아동들을 학대·감금한 혐의로 충북 제천시 J아동양육시설 박모(51·여) 원장과 초등부 담당교사 이모(42·여)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인권위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충북도지사, 제천시장에게는 해당 시설에 대한 행정조치와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4∼18세 원생 52명이 오래전부터 관행적인 체벌과 가혹행위에 시달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박 원장은 직원들을 시켜 나무나 플라스틱 막대로 아동을 폭행하고 욕하는 아동에게는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였다. 이 시설은 또 체벌 등을 위한 감금시설에 해당하는 '타임아웃방(독방)'을 운영해 왔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방은 짧게는 수시간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아이들이 머물렀다. 이곳에서는 화장실 출입이 제한됐고 일부 아동은 겁에 질려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박 원장은 독방과 관련해 어떤 운영지침이나 기록 등을 남기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해당 지자체는 이 시설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인권위 조사에서는 또 원생들 간에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진술도 나왔다. 한 중학생은 여자 초등학생에게 돈을 준 뒤 옷을 벗기고 몸을 더듬었다.

일부 아동은 용돈이 부족해 절도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 시설은 생활등급을 매겨 초등학생은 4000∼1만2000원, 중학생은 2만∼2만9000원을 주고 학용품과 생필품 등을 사도록 했다.

생활환경 또한 매우 열악했다. 아동들은 온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겨울엔 찬물로 몸을 씻었고, 식사시간에 맞춰 귀가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기도 했다. 또 '어른과의 언쟁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어 아동들을 통제하고, 외출이나 TV 시청까지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시설 책임자는 가혹행위를 지시하거나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광범위하게 인정됐고, 지자체는 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일부 확인하고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63년 외국인 여성 선교사가 설립한 이 시설은 이번 파문이 일기 전까지만 해도 지역사회의 두터운 신망을 얻어왔다. 미국 위스콘신주 메디슨시티 출신의 설립자는 캐나다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1962년 제천에 정착했다. 이듬해 이 시설을 설립하고 버려진 영유아들을 보살폈다. 그동안 1200여명이 이곳을 거쳐갔으며 지금도 69명의 영유아가 수용돼 있다. '벽안의 어머니'로 불려온 설립자는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 제천 시민대상, 아산 사회봉사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달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이 시설 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민들은 자랑거리로 여겼던 J아동양육시설에서 심각한 아동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충격에 휩싸였다.

김모(58)씨는 "부모에게 버림받아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보살펴 온 푸른 눈의 설립자는 지역의 자랑이었다"며 "가혹행위를 일삼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0년 이 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일부 확인하고도 재발 방지책을 내놓지 않은 제천시는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제천시는 매년 이 시설에 국비를 포함해 12억3600여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조병욱, 제천=김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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