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외국인 유학생 불러 자식 영어 공부시켜서야.."

엄민우 기자·정리│문정빈 인턴기자 2013. 5. 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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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35)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비례대표 17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20번 이내 번호는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돼 사실상 '국회의원 사전 등록'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의 길은 국회 입성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당선 초기부터 지금까지 학력 위조 의혹, 퇴출 운동 등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는 여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다문화 관련 정책 민원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해외 유학생과 탈북자 문제에까지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24일 '대한민국 다문화 1호' 국회의원으로서 1년을 보낸 이자스민 의원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사저널 최준필

어쩌다가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됐나?

2010년 한 번 기회가 왔지만, 당시에는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지난해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두 번이나 제안을 받다 보니 이 길로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이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많은 응원과 믿음을 줘서 도전하게 됐다.

최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퇴출 운동이 이는 등 정치권 밖에서 공격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다문화 사회를 걱정하는 분들의 화살이 주로 나에게 집중돼 날아온다. 하지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내가 다문화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얼마 전 미국 보스턴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사건을 보며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용의자들이 이민자였는데 그것 때문에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됐다. 이제는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외에서 터지는 사건을 보면서도 여론 악화가 걱정된다. 어떤 법안을 만들더라도 주변 인식이 나쁘면 시행 단계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초창기부터 학력 위조 논란 등으로 고생했는데,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후회하진 않나?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예전에 방송에 나올 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박수를 쳐주고 인정해줬는데, (국회의원으로) 직업 하나 바뀌니까 비난이 쏟아지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 길이 나에게 맞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믿어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너무 많은 보호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로 인해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공격하는 분들에게 최대한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맡은 일을 잘하고 많은 사람을 위한 제도나 정책을 만드는 것뿐이다.

다문화 정책과 관련한 민원이 집중될 것 같은데 버겁지 않나?

나보다 의원실 식구들이 더 힘들 것이다. 여러 기관 단체장과 목사님들이 직접 찾아와서 토로하고 전화도 끊이지 않는다. 다문화에 관한 민원도 많지만, 다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항의성) 전화도 많다.

주로 어떤 민원이 들어오나?

국제결혼과 관련한 내용이 많다. 국제결혼 피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주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추는데, 한국 남성들의 피해도 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결혼중개업과 관련한 피해 신고를 어디서 다루는지 아는가? 소비자원에서 다룬다. 결혼 문제인데 무슨 상품이나 서비스를 잘못 받은 것처럼. 국제결혼 실태가 이렇다. 어디 가서 제대로 이야기할 곳이 없다. 요즘은 필리핀에 계시는 한국 교민들의 전화도 온다. 필리핀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교도소에 갇혀 있다는 내용들이다. 외교로 풀 수 있는 부분이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법적인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에 개입하는 것이 어렵다.

다문화 사회가 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주 여성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으면 좋은데, 거기까지는 잘 안 되고 있다.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자기 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하던 일이 있었던 여성도 마찬가지다. 한 강의에서 누군가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꿈을 갖는 것이 꿈이다"라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주 여성의 경우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이 직업 프로그램을 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꿈드림학교'라는 이주 여성 학교를 만든 것도 그런 문제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국회에 들어오자 당연히 복지 부문을 맡을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사회에 대한 다문화 사회는 복지로 다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본다. 지원하고 복지를 제공하는 것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유독 이주 여성의 취업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국제결혼의 경우 한국 남편과 이주 여성의 평균 나이 차이가 17년이다. 아이를 낳고 20년 후 대학에 들어갈 때쯤이면 남편이 이미 퇴직하고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분들이 취직을 못 하면 애들 대학을 어떻게 보내고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겠나? 이들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살펴줘야 하는 문제다.

국회 '다정다감포럼'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어떤 모임인가?

다문화 사회를 성공적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연구 포럼이다. 다행히 다른 의원님들도 잘 도와주고 계신다. 총 회원이 33명인데, 다문화 사회를 위한 간담회나 토론을 하고 프로그램도 개발하는 단체다.

최근엔 주한유학생발전협의회와 활동하며 유학생 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유학생을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막상 유학생들의 현실을 보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장학금을 줘가면서 공부하라고 불러왔으면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내보내야 하는데 '반한(反韓)' 감정을 갖고 돌아간다. 학교를 올 때 계약을 맺게 되는데, 계약서 내용과 현실이 다른 경우가 있다. 예컨대 계약 내용과 달리 일을 해야 하거나 교수들이 자기 자식들의 영어 공부를 시켜주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 차이도 어려워한다. 외국에서는 윗사람에게도 할 말이 있으면 하는데, 한국에서는 문제가 있어도 교수님에게 말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또, 대학들의 글로벌 레벨 점수에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 학생을 받느냐' 하는 부분이 평가 항목이 된다. 그래서 가끔 무작위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외국 학생들을 받는 경우도 있다.

다문화 이외에 관심 있는 정책은?

상임위가 외교통상위원회다 보니 재외동포나 북한 이탈 주민, 위안부 할머니 관련 정책에 관심이 간다. 사실 북한 이탈 주민과 다문화 여성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비슷하다.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싸움을 많이 하고 싶다.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면 제도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애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교육 제도에 대한 관심도 많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치기 힘든 것이 교육 제도라고 하지만, 시도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을 계속하고 싶은가?

지금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해주신다면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재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재선에 집착하게 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엄민우 기자·정리│문정빈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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