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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dy's Talk 1년의 육아휴직이 끝난 날 사표를 냈다

입력 2013. 05. 16. 09:22 수정 2013. 05. 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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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은 회사에 1년간 신청한 육아휴직이 끝나는 날. 작년 3월에 그랬던 것처럼 나는 또 한 번의 큰 결심을 했다. 회사에 과감하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그만큼 고민도 컸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때만 해도 당장 아이를 맡을 사람이 없어 결정한 일이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막연하게 돌이 지나면 어린이집에 보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몸은 힘들지만 직접 키우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됐다.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더 오랜 시간 지켜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이제 겨우 걸음마에 익숙해지고 의사소통이라곤 하면 좋은 것, 싫은 것 정도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엄두가 도저히 나질 않았다.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은 했지만 우리 부부는 더 큰 과제를 풀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 1년 전, 육아휴직을 한 아빠들이 이슈화되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내 이야기가 알려졌다. 인터넷에 가장 많이 달렸던 댓글 중 하나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집이신가 봐요', '혹시 공무원이신가요?'라는 질문. 남들보다 여유 있는 집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부 중 한 명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다. 16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이 바로 우리 집의 현실이다. 아이가 크면서 지출이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 순 없다. 그동안 아끼며 모아놓은 여유 자금이 바닥을 보이기 전에 가계부 플랜부터 새로 정비해야 한다. 아마도 우리 부부는 지금보다 허리끈을 더 졸라매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아이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즐겁게 양육을 하지만, 아이가 크고 난 뒤 남은 내 삶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물론 나중에 아이가 학교에 다니게 되고 어느 정도 부모의 손길이 덜 필요할 때가 되면 내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경력 단절에서 오는 재취업의 문제, 그리고 나이 먹어 사회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지만 직업 전선으로의 복귀를 꿈꾸는 모든 엄마들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 부분은 좀더 큰 플랜을 가지고 접근할 생각이다.

육아를 전담하기로 마음먹은 뒤 결심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내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봤던 내용이 '아내가 돈을 벌고 남편이 아이를 키우면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사실 지난 1년 동안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사람은 아이를 키우는 나보다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들어온 동수 엄마일지도 모른다. 아내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밀린 빨래며 설거지를 하고, 온종일 집에 있었던 내 간식까지 챙겨 줬다. 대부분의 육아맘들은 이런 나를 보며 '참 편하게 아이 키웠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준 이유는 출산휴가 3개월 동안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하며 지칠 대로 지쳐본 경험 때문이었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좀 바꿔볼까 한다. 전업아빠로 '업'을 바꿨으니 나도 이제 일반적인 엄마들처럼 하루 일과표를 다시 작성해보려 한다. 전업아빠로서 본격적으로 집안 일에도 뛰어들 작정인 것. 그동안 피곤했을 동수 엄마에게 조금의 휴식을 주고 싶어서다.

내가 대단한 남자도 아니고, 아이 키우고 살림을 업으로 한다고 선언했으니 그 부분은 응당 내 몫이라 생각한다. 아내는 우리 가족의 가계를 책임진다고 했으니 이제 각자가 맡은 부분에 있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더 열심히 살면 될 뿐이다. 내년엔 둘째도 생각 중이다. 동수 동생이 태어나면 지금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겠지만 걱정은 이제 그만 하려 한다. 생기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엔 삶은 너무 짧고 아이는 너무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류창승 씨는요…

작년 4월, 1년 육아휴직을 신청한 뒤 전업 아빠로 살고있다. 아들 동수(15개월)와의 일상을 블로그 '메칸더의 캠핑 그리고 육아 아야기(http://m0vv0m.blog.me)'에 담고 있다. 복지부의'100인의 아빠단' 패널로도 활동 중이다.

기획 황선영 기자 | 글 류창승 | 사진 이주현 | 장소협찬 고양이삼촌(www.jaesun-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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