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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여성 일자리'인가] 1부 (6) "회식·야근은 나몰라라.." 직장남녀, 인식의 차이

특별취재팀 입력 2013. 05. 21. 22:55 수정 2013. 05. 22.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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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여자 직장인을 말하다 (관련기사 ☞여자, 남자 동료를 말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지만 관리자급에 포진한 여성은 극소수다. 출산, 육아가 도중 하차의 1차 요인이라면 조직 내 편견과 몰이해는 두번째 요인이다. 남자들은 여자동료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반대로 여자들은 남자들을 어떻게 이해할까.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기업 남녀 직장인들의 대담을 통해 그 '오묘한' 인식의 차이를 들어봤다.

직장 내 남성들은 보편적으로 여자들을 자기와 다른 별종으로 인식했다. 여성은 꼼꼼하고 이성적이지만, 자기중심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직장 내 남녀의 차이를 워크숍에 간 뒤 '회식부터 하자는 남자'와 '회의부터 하자는 여자'로 구분하는 모습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여성이 남성주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성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담자들은 그러면서도 조직사회에서 여성을 끌어안는 게 절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조직 내 남성주류 인식은 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 김인철(41·가명)

= 정보기술업체 부장, 기혼(아내는 증권사 직원→공무원), 자녀 1(초등 6년), 팀내 성비 남 18 : 여 5

▲ 이수형(38·가명)

= 식음료업체 과장, 기혼(아내는 직장인), 자녀 1(4세), 장모가 돌봄, 팀내 성비 남 11 : 여 4

▲ 박진기(31·가명)

= 서비스업체 대리, 미혼, 팀내 성비 남 6 : 여 1

■ 회식자리, 여자 동료가 빠진다면 어떻게들 반응하나.

김 부장= 사람 따라 다르지만 기혼여성은 회식 같은 '업무 외 활동'에는 대부분 관심 없다.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 안한다. 파트장 입장에서는 솔직히 거북하다.

이 과장= 회식자리에서 일 얘기도 하고 때론 사람 얘기도 한다. 싸이 같은 연예인 얘기만 할 수 없지 않느냐. 개인사정으로 빠질 수는 있다. 다만 회식도 조직문화의 일종이다. 빠지는 걸 양해하면 미안해 하거나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 여자들은 야근이나 회식은 남자들 몫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박 대리= 회식 때 일찍 갈 사람은 가고, 자녀 키우는 사람은 빠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남편 입장이라도 아내가 늦게 들어오면 화날 수 있다.

■ 중요 결정이 회식자리에서 내려지면 여성들은 불편해할 것 아닌가.

김 부장= 불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참여 안한 의사결정은 본인이 한 거니까 뭐라고 할 순 없지 않나. 꼭 술자리만 아니고 네트워킹이 잘 되는 여성들은 메신저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모니터링한다.

박 대리= 예전 여자친구는 남자들끼리 담배 피우러 나가서 회사 돌아가는 사정이나 일정 정보를 얘기하면 자기만 모를 수 있어서 음료수라도 들고 나가서 들어보려고 했다고 하더라.

■ 여자 동료가 이해 안될 때는 언젠가.

박 대리=생수통에 물 떨어지면 내가 교체하려 했는데 남자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하면 기분이 안 좋다. 공부하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면 하기 싫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김 부장=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조직이나 다른 사람과의 유대관계보다는 개인 플레이가 많다. 오래 다닐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조직이 여성을 관리자로 올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적절치는 않다.

이 과장= 솔직히 여자가 남자보다 포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새로운 상사가 와서 야근이나 출근 시간이 안 맞으면 남자들은 '바보같이' 잘 적응하는데 여자들은 아예 평가받기를 포기한다거나 다른 팀으로 갈 생각을 한다.

■ 적당한 시점에 그만둔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뜻인가.

이 과장= 남자와 여자는 로열티의 대상이 다르다. 남자는 눈에 보이는 본부장 같은 사람에게 로열티를 갖는다. 여성은 일, 조직에 로열티를 생각하는 거 같다. 일만 잘하면 평가받을 수 있고 회사에 충분히 로열티를 보여주고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듯하다.

김 부장= 여자들이 실제 사람에 대한 로열티가 약한 게 있다. 여자들은 일 자체는 열심히 하지만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남자에 비해 덜한 게 있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거 같다.

■ 여성 관리자는 어떤가.

박 대리= 여자 차장을 모셨는데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었다. 물론 직급은 높고 월급은 많이 받는데 포용력이나 카리스마가 없고 우유부단한 분도 있다. 여성들은 일은 잘하지만 인적 관계형성에서 약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남자는 군대 갔다 오면서 사회생활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겪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과장= 여자는 이성적인 면이, 남자는 감성적인 면이 도드라진다. 여자는 일을 분석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추진하는데 남자는 전부 아울러서 생각한다. 남자는 일을 쪼개기 전에 네트워크를 어떻게 가져갈지 접근한다. 여자들 눈에는 일보다 네트워킹부터 한다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태스크포스(TF)팀을 해보면 남녀 차이가 드러난다. 남자 팀장은 일단 회식부터 하자고 하고는 워크숍 일정을 잡는다. 워크숍에서도 2~3시간 회의한 뒤 스키 타거나 술 마시기 좋아한다. 반면 여자 팀장은 회의부터 하고 보고서를 먼저 꼼꼼히 만드는 식이다.

■ 여성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기업문화가 좋지 않을까.

김 부장= 조금씩 사회, 기업이 바뀌고 있다. 다만 올라갈수록 조직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여자들이 많지 않다. 살아남는 여자들은 인맥이나 리더십이 남성을 뛰어넘는 분들이다. 어떻게 보면 중성화된 분들이다. 리더는 다른 조직과 협력하고 위에서 오는 지시도 걸러서 내려줘야 한다. 개인 업무만 잘하는 게 아니라 네트워킹으로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

■ 여성들은 장시간 노동, 야근문화에 익숙지 않다.

김 부장= 여성들이 비교적 일찍 퇴근하는 편이다. 사업영역에 따라 다르고, 기본적으로 상사의 성향에 많이 좌우된다.

박 대리= 개인 차이가 크다. 일이 끝나도 남자들은 상사 눈치를 보는데 여자 동기들은 훌훌 털고 나간다.

이 과장= 여성들도 굳이 야근을 피하지 않는다. 다만 저녁 8시쯤 일이 끝나 저녁 먹고 가도 되고 그냥 가도 될 때가 애매하다. 자발적 야근 상황에서 남자들은 대부분 남는다. 하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간다. 남자들은 퇴근할 때 늦게까지 있다가 간다는 사실을 상사한데 문자메시지 등으로 '퇴근하겠습니다'라고 남기거나 넌지시 메신저에 남아 있었음을 알린다.

■ 여성에게 유리벽이나 유리천장이 아직도 남아 있나.

이 과장= 그렇다. 동기라도 재정이나 기획 등 주요업무는 대부분 남자가 한다. 위에서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훗날 이 친구가 어디까지 올라올지 장기적으로 생각한다. 상사도 '내 새끼'가 될 후임에게 힘을 준다. 옆팀하고 경쟁하는데, 될 사람을 밀어 팀장시켜야 나도 잘 되는 거다. 중간에 나갈지 모르는 사람(여성)에게 고과를 잘 줬다가 자기만 바보가 될 수 있다. 여자들은 눈앞의 업무평가에서 'A'를 받지만 상사는 같이 갈 오른팔을 만드는 걸 중요시 여긴다. 여성들의 경력단절은 솔직히 이런 현실에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부분이 있다.

김 부장= 웬만한 팀장의 경우 여성들이 출산·육아휴직을 다녀오면 고과를 잘 안 준다. 아주 특별한 경우이거나 정말 총애하는 여직원이 아니면 3개월 출산휴가를 다녀와도 일을 덜 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남은 직원과 회사에 기여한 기간 자체가 다르다고 여긴다.

■ 여성의 육아휴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남자의 육아휴직은.

김 부장= 3개월 출산휴가는 다른 직원이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다. 육아휴직을 1년 쓰면 그 여성의 일 자체가 재정리돼서 남은 직원들이 N분의 1로 나눠 맡는다.

이 과장= 출산휴가를 3개월 만 가면 기간이 애매해서 인원을 보충해주지 않는다. 대리가 육아휴직까지 가면 그 아래 사원이 대리 역할을 맡고, 아르바이트생이 사원 역할을 하는 식으로 대체한다. 1년 정도는 쉬어야 빈 자리로 보고 사람을 준다.

김 부장= 남자가 육아휴직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과장= 사내에서 남성 육아휴직 얘기가 나왔지만, 수천명 중에 쓴 사람은 2명이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그만두는 거로 못박아 '열외'시키는 분위기이다.

■ 여성인력 잘 활용하자고 한다. '엄마가산점제'가 부상하고 있는데.

박 대리= 임신, 출산 노력을 하는데 안되는 분들도 있어서 형평성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인식이 바뀌어 유리천장에 금이 가고 얇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부장= 법으로 강제할 성격은 아니다. 게다가 임신, 출산한 분들은 따로 고과를 하지 않는 한 어렵다. 10~20년 뒤에나 가능할 수도 있겠다. 기득권을 가진 남자나, 기업 오너, 사회 구조가 다 개선돼야 한다.

이 과장= 우리 딸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일하면 얼마나 힘들까 싶다. 남자들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몇가지 제도는 무리해서라도 시행해야 하지 않나 싶다. 현재 상황 안에서 개선하려면 한계가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인 육아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렵다. 일정 규모 이상 회사는 보육시설을 만들게 돼 있는데 벌금 내고 만다. 우리 회사도 보육시설 인기는 많은데 자리가 없다. 기업들이 그것만 지키게 해도 달라진다.

전병역(산업부)·김재중(정책사회부)·남지원(사회부)·이혜인(전국사회부)·이재덕(경제부) 기자

<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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