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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탈북자의 '감옥'

김은지 기자 입력 2013. 05. 22. 02:59 수정 2013. 05. 2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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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면 10㎡ 남짓한 공간 왼쪽에 책상과 옷장이, 오른쪽에는 침대가 있다. 한번 들어간 문은 안에서 열리지 않는다. 문 상단 중앙에는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 있다. 방 한구석에는 ㅅ 회사 이름이 쓰인 폐회로(CC)TV가 자리 잡았다. 출입구와 침대 사이 전등은 오후 3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늘 불을 밝혔다. 마음대로 끄거나 켤 수 없다.

창문은 한 뼘 정도만 열리게 설계되었다. 그나마도 창밖으로 쇠그물망이 쳐졌다. 방 안에 마련된 화장실의 외벽은 투명 유리 반, 불투명 유리 반이다.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묵었던 1인실을 설명하던 화교 출신 탈북 여성 유성옥씨(가명·26)는 손을 가슴팍 즈음에 갖다 대며 "여기서부터 위로는 투명이고, 아래는 불투명이다. CCTV가 신경 쓰여 샤워는 늘 쪼그리고 했다. 항상 누가 본다고 생각하니 수치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유성옥씨가 직접 손으로 그린 합신센터 1인실 내부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옮겼다. 유씨에 따르면, TV는 조사 받는 동안에는 켜지지 않았다. 옷장에는 자살 방지를 위해 옷걸이가 없었다.

합신센터에 입소할 때 주는 '단복(겉옷)'과 내의를 입고 생활했다. 밖에서 들고 온 옷과 개인용품은 모두 맡겨둬야 했다. 머리에 꽂은 실 핀도 위험용품이 될 수 있으니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하루 일과 대부분은 조사였다. 식사 시간이 되면 조사실에서 다시 1인실 숙소로 돌아가 급식판에 배식을 받았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방으로 밥을 가져다줬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을 때는 책상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호 유성옥입니다. 물을 마시고 싶습니다." 그럼 문이 열린다.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떠가는 유씨를 복도의 CCTV가 감시했다. 그는 "교화소(교도소)보다 시설만 좀 나았지, 교화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해 10월 입국해 합신센터로 갔다. 그곳에서 친오빠 유민수씨(가명·33)의 간첩 행위를 자백하라며 회유·협박·폭행을 당했다고 지난 4월27일 폭로했다.

"조사를 받을 때 직원이 머리를 때리고 몸을 발로 찼다. 협조하지 않으면 추방한다고 했고, 오빠가 간첩활동 했다고 인정하면 1~2년만 감옥에 있다 한국에서 같이 살게 해준다고 했다. KAL기 사건의 김현희도 사람을 죽였지만 잘 협조해서 여기서 잘살고 있다고 했다." 오빠인 유민수씨는 올해 1월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에 회부되어 있고, 동생인 유성옥씨의 진술이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성옥씨는 5월9일 한 차례 비공개 증인으로 나섰고, 5월13일에도 재판정에 선다.

과도한 기본권 제한과 폭행 논란

합신센터는 대중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탈북자 사이에서는 '모르면 간첩'인 곳이다. 국가정보원 소속으로 탈북자를 조사한다. 국내에 첫발을 디딘 탈북자는 먼저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합신센터로 간다. 하지만 교도소나 구치소같이 법무부에서 관리하는 구금 시설도, 검찰·경찰의 수사를 위한 취조실도 아니다. 국정원·통일부·국군기무사령부·경찰 등이 합동으로 탈북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간첩 검거와 같은 방첩 업무를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에 보면 합신센터와 관계된 조항이 나온다.

ⓒ시사IN 조남진 지난해 10월 입국해 합신센터에서 조사를 받은 유성옥씨(위)는 친오빠의 간첩 행위를 자백하라며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시적인 신변안전 조치와 보호 여부 결정 등을 위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시설의 설치·운영 등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정한다. 조사 기간은 탈북자가 국내에 입국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탈북자끼리는 대성공사·양지공사(서울 대방동에 있을 때 대성공사로, 2010년쯤 경기도 시흥으로 신축해 옮겨서는 양지공사로 불린다)라 부르는 이곳은 탈북자 사이에서는 '호화로운 감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변안전과 보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임시 거처임에도 과도한 기본권 제한과 조사상의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관련 내규나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국회·교수·변호사 등에게 문의했지만 시원한 답이 나오는 곳은 없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국정원 부분을 담당했던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당시 조사 때는 합신센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자료를 요구해봤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대개 이런 자료는 직접 주지 않고 정보위에서 구두로 답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 정보위도 열리지 않고 있다"라고 답했다. 합신센터 안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탈북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한 황필규 변호사도 "소송 당시 동료 변호사가 내규를 열람만 했는데 특별한 내용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5월8일 < 시사IN > 기자가 찾은 경기도 시흥의 합신센터 입구에는 출입을 제한하는 구조물이 놓여 있었고 담벼락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이곳을 다녀갔던 한 변호사는 "면회를 하기 위해 수위실에 갔더니,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일절 대응을 하지 않아서 간첩 신고 111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수위실로 전화가 와서 면회실로 가긴 했는데, 면회 당사자가 원치 않는다면서 면회를 거부당했다"라고 말했다. 까만색 자동차가 오면 문을 열어주는 합신센터에는 2006년부터는 매년 2000명이 넘는 탈북자가 거쳐 간다(28쪽 표 참조).

현재로서는 합신센터를 다녀왔던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그곳 생활을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 2007년 입국한 탈북자 박기수씨(가명)는 2010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합신센터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심한 복통을 호소했는데 군의관이 소화제만 주고 갔다. 그러다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더니 맹장이 터져서 떡이 되어 왔다고 하더라. 이 정도가 될 때까지 방치한 국정원 사람들을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사관이 볼펜으로 머리를 찌르고 음료수 캔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부터 하루에 10알이 넘는 약을 먹고 있다. 심장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공황장애라는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1심·2심·3심 모두 박씨가 패소했다(해당 소송은 올 1월25일 최종 마무리되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28~29쪽 관련 기사 참조).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복통을 호소하고, 소화제와 진통제를 처방받은 사실, 그 후 국군수도병원에서 급성충수염 진단을 받고 수술받은 후 입원 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위 사실만으로 피고(국가)가 원고(박기수)로 하여금 충수염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모욕적인 언사와 폭행을 당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라고 판시했다.

5월8일 < 시사IN > 기자와 만난 박기수씨는 "아프다며 약을 달라고 하니 진료도 안 하고 소화제만 던져주고 간 군의관을 나와 같이 방을 쓴 탈북자 여럿이 봤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씨는 합신센터에서의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운동복 끈을 풀어 목을 매려고도 했다. 그 순간, 밖에서 사람이 뛰어 들어와 그를 걷어찼다. 박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순찰을 돌다가 우연히 그 타이밍에 봤는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카메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감시당한다고 생각하며 지냈다"라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합신센터 문제로 국정원에 주의 조치를 준 적이 있다. 지난해 인권위는 국정원 직원이 폭언으로 탈북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지난해 6월 권고했고 국정원은 석 달 뒤 회신을 통해 권고를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2009년 합신센터에 입소한 탈북 여성 강소희씨(가명)가 낸 진정이었다. 강씨가 몸이 아파 병원 진료를 요청했더니 국정원 직원이 오히려 자신의 팔을 비틀었고, 승강이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쌍X이 다 있나. 인간 같지도 않은 게 와서 말썽이냐. 너 같은 거 죽어나가도 갖다 버리면 그만이다"라는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폭언 부분만 인정했다. 폭행과 환자 방치 부분은 기각되었다.

개별 탈북자의 증언뿐 아니라 정부기관 보고서에도 국정원 신문 조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는 심심찮게 제기되어왔다. 2012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 400명 중 43.1%가 국정원 조사 기간 직원의 언행에서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답은 0.8%로, 20대 남성 2명과 30대 남성 1명이었다. 또 국정원 조사 과정의 개선 사항에 대해(복수 응답), 조사기간 단축(60.1%), 독방 투숙 시 텔레비전 허용(57.7%), 가족과의 면담 허용(51%), 조사담당관의 거친 언행 순화(17.5%) 순서로 나왔다.

폭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2009년 국가인권위 용역 조사 보고서에 나온다. 탈북 여성 26명을 심층 면접한 이 보고서에서 한 여성은 "제가 국정원에서 처음 조사를 받는데… 저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조사받아야지, 이러면서 마주 보고 앉아서 나를 천천히 보고 말해요. '중국에서는 어떻게 살았어요?' '애들하고 저하고.' 그랬더니 '중국에서 다른 남자하고 살았어요?' 이러는 거지. '그 무슨 소리예요?' 제가 그랬지요. '저는 가족끼리 돈 한 푼 없이 빈 몸으로 들어와서 정말 악착같이 벌어서 살려고 하는데요'라고 하니까 '그래요? 제일 먼저 배꼽 맞춰본 사람이 누군데요?' 이러는 거예요…"라고 증언한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도 비슷한 내용이 지적되어 있다. 김 의원이 그해 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인원 222명 중 74.3%가 여성이고, 그 여성 중 80%가 남성 조사관으로부터 조사 시 성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국정원 "극소수의 주장일 뿐"

이에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극소수의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이상한 주장만 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5월10일 < 시사IN > 과의 통화에서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인권교육을 수시로 하고 있다. 아무리 수사를 잘 해도 빌미 하나 잡히면 그 사람들이 그런 걸로 다 뒤집는다. 간첩 사건도, 우리가 온갖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가혹행위가 있다면 무죄 선고가 나니까, 그걸 신경을 안 쓰겠나. 3~4년 전 통일부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오프(비보도)를 전제로 공개도 했다. (인권 문제 등이 불거져서) 2011년에는 국회 정보위 의원들에게도 공개했다. 둘러보면 가혹 행위라는 말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유성옥씨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유씨는 특별한 경우라 자해를 할 수도 있어서 동의를 받아 CCTV를 설치했다. 일반 탈북자들은 그렇게 안 한다"라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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