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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여성대변인에 '엄마'를 묻다] "정치전쟁보다 육아전쟁 더 힘들었어요"

입력 2013. 05. 25. 04:05 수정 2013. 05. 2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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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민현주(44), 민주당 배재정(45)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동산에서 만났다.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40대 초선 대변인들이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각종 회의와 행사 참석,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잦은 논평…. 이들이 매일 치르는 전쟁이다. 특히 민 대변인은 정치보다 더 치열한 육아전쟁을 함께 치르고 있다. 그 역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직장맘'이다.

두 대변인은 만나자마자 아이들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라고요? 아휴∼ 이를 어떻게 해."(배 대변인), "남편과 번갈아 가면서 아침에 등교시키고 있어요. 남자애라 그런지 더 손을 타요."(민 대변인)

나이 차이는 한 살에 불과하지만 배 대변인은 스물여섯 살, 민 대변인은 서른일곱 살에 아이를 출산했다. 배 대변인의 대학생 외아들은 오는 27일 군에 입대한다.

두 사람은 '아들을 ○○로 키웠느냐'고 묻자 약속이나 한 듯 "눈물로 키웠다"고 맞장구를 쳤다. 육아 스트레스, 다른 사람 손에 맡겨야 하는 현실, 채워주지 못하는 엄마의 손길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놓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불거졌다. 만삭의 옛 추억도 있다. 배 대변인은 석간인 부산일보 기자 시절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고생 끝에 아이를 낳아 키웠다. 그는 "호프집에서 저녁 회식을 하다가 산통이 왔고, 다음 날 새벽에 출산했다"며 "직장맘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커 산후우울증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복직 후에는 근처에 사신 시부모님이 매일 새벽 버스를 타고 집에 찾아오셔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임신 7개월 때 국책연구기관에 입사했다. 노산(老産)이다 보니 몸이 힘들었고, 식사를 일찍 마친 후 몰래 30분쯤 누워서 쉬곤 했다. 그는 "친정 엄마가 아이는 금방 크고, 남편도 알아서 독립하니 포기하지 말라고 하셔서 오늘날까지 버티고 있다"며 "국책기관 연구원이었던 저도 이래저래 눈치를 봐야 했는데 민간 기업에 다니는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주말에도 잘 못 놀아주니 아이가 '누구 허락받고 국회의원이 됐어' '대변인이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일과 육아의 충돌'을 어떻게 참아냈을까.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 '성취욕 때문에 애를 방치한다'는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어떻게 견뎠을까.

배 대변인은 "처음에는 엄마로서 사랑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성격이 다를 수 있듯이 엄마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편해졌다"며 "모든 아이들을 김연아 선수처럼 키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엄마는 꼭 이래야 한다, 무조건 헌신적이어야 한다는 '모성신화'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 대변인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새 직장을 구하는데 잘 안됐거나 업무 실적이 떨어질 때, 둘 다 제대로 못할 바에는 솔직히 육아에만 집중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면서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경력을 이어가면 한두 번은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글 엄기영·사진 최종학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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