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로 아이들과 수다 떨며 훨씬 가까워졌어요."

입력 2013. 5. 28. 08:50 수정 2013. 5. 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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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교육 쪽에 부는 팟캐스트 열풍현장의 생생한 모습 엿보거나교육문제 심층적으로 파헤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제는 성적인데요, 지드래곤(예명) 표정이 급 어두운데 왜 그래요? 봅시다. 사탐(사회탐구) 점수가 왜 이래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해서 죽 쑨 거 같아요. 문제유형 파악이 잘 되지 않았어요."

"사탐은 교과서만 보고 절대 못 따라가요. 수능스타일로 두세 번 꼬는 문제가 많잖아요. 문제풀이로 스파링 거친 뒤 실전에 나가야 하는데, 계속 정권 찌르기만 하고 있으니 안 되죠. 한마디로 문제풀이가 부족한 게 문제죠.(웃음)"

지난 21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 중산고 교사휴게실. 1학년 9반 안태일 교사가 얼마 전 치렀던 중간고사 성적 상담을 하고 있다. 각각 지드래곤, 이기우, 계란이라는 예명을 쓴 세 여학생이 돌아가며 고민을 얘기했다. 분위기는 우울하거나 심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은 "문제집 풀기 귀찮다. 안 할 거 아니까 돈 아까워서 아예 안 산다", "노력해봤는데 난 수학적 머리가 없는 거 같다. 부모와 합의하에 수학은 손 놨다" 등 수다를 떨었다.

이날 상담은 '1318감성통신문'이라는 팟캐스트 방송 녹음을 하며 진행됐다. 안 교사는 2011년 9월부터 이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주제만 봐도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야자 튀신 분들', '흡연자', '상습 지각쟁이들' '덤 앤 더머' 등 각종 특집이 이어진다. 그는 방송을 통해 고민을 상담해주거나 생활지도를 한다. 아이들은 서로 고민을 들으며 공감하고 친구를 이해한다. 때로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앞으로 생활을 다짐하기도 한다.

"저도 아이들에게 하는 말 자체가 부드러워졌어요. 평소 같았으면 야자 튄 애 붙잡아놓고 '야! 왜 튀었어?'라며 등짝을 내리쳤겠지만 방송에서는 '왜 도망갔습니까?'라고 말하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하다 보니 아이들은 신이 나서 술술 얘기하고 저와 거리도 가까워졌어요.(웃음)"

'나는 꼼수다'나 '뉴스타파' 등 시사·정치 분야에서 시작한 팟캐스트 열풍이 교육 쪽에도 불고 있다. 특히 안 교사의 팟캐스트처럼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엿보거나, 기성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교육문제들을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8월 시작한 '학벌세탁소'는 교육문제 전문방송이다. 학벌세탁소는 학벌을 세탁해준다는 게 아니라 학벌 체제 자체를 세탁해버린다는 의미다. 이기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를 주축으로 번역가이자 사진작가인 김태덕씨,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태호씨, 왕따와 가출 경험을 딛고 게임업체 정규직으로 일하는 홍강의씨 등이 모여 만든다.

이 방송은 사교육 현실, 헬리콥터맘(아이가 성인이 돼도 헬리콥터처럼 주변을 맴돌며 온갖 일에 간섭하는 엄마), 프랑스 대입논술 바칼로레아 등 전방위적인 이슈를 자세히 다룬다. 주제에 따라 게스트가 자주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가령 대안학교를 다루거나 자립형 공립고와 혁신학교를 비교할 때는 직접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출연한다. 이씨는 "기존 언론을 보면 교육 관련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매체가 없다. 우리는 교육 이슈들을 훑으며 애벌빨래를 한 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심화한 이야기로 본빨래를 한다"고 말했다.

학벌세탁소라는 간판을 내건 만큼 어떻게 학벌을 타파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일차적으로 지금의 교육을 말아먹고 있는 사람들, 사립초→국제중→특목고→명문대 나오는 걸 성공의 지름길이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꼰대'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규정한 한 가지 길을 따르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학벌세탁소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hakbul.laundry)으로 게스트 신청을 받고 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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