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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100일] '수첩'에 갇힌 인사.. 잇단 참사에 국정 번번이 발목

입력 2013. 06. 02. 18:24 수정 2013. 06. 0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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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인사파동

4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 박근혜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표류와 각종 '인사 참사',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 등으로 국정운영의 드라이브를 걸 타이밍을 몇 차례나 놓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낸 나날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라 할 만했다.

◇고위 관료 낙마사태=검증 부실로 빚어진 인사 난맥상은 박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줬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 및 아들 병역비리 등으로 물러났고 지난 2월 25일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등 장·차관급 인사 6명이 줄줄이 사퇴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은 '불통 인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으며 한때 국정수행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뚝 떨어지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3월 30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행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가 오히려 '17초 대독(代讀) 사과'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인사 참사의 화룡점정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단행했던 '1호 인사'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찍었다. 새 정부의 역사적인 첫 한·미 정상회담 시기에 벌어진 윤 전 대변인의 주미대사관 인턴여성 성추행 사건은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를 모두 갉아먹을 정도로 희대의 해프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은 물론, 늑장보고 등의 책임을 지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옷을 벗어야 했다. 야당은 이 사건을 "최악의 '수첩 인사' 결과"라며 박 대통령을 공격했다.

고위직 인사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창했던 '대탕평'의 구호가 사라지고 관료집단의 고위직 독과점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박근혜정부의 국정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거는 요소가 됐다.

◇장기 표류한 새 정부 출범=박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 이상 새 정부를 구성하지도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원안'을 고집했고 이로 인해 다른 정부 부처까지 발목이 잡혀버렸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바람에 막바지에 이르렀던 여야 협상을 다시 원점으로 회귀시키기도 했다. 결국 최종 결론은 야당 요구가 대부분 수용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었다.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는 사이 정부 부처들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차관 위에 전(前) 정부의 장관이 '동거'하는 형태로 정권 초기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그냥 흘려보냈다. 국무회의의 기능도 새로운 국정운영 기틀을 논의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일상적인 법안 의결밖에 수행하지 못했다. 지각 출범으로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도 연이어 뒤로 밀렸다. 모든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가 끝난 것은 지난 달 초였다.

박근혜정부가 이제 겨우 틀을 잡고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라는 4대 국정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민주화에 위축된 기업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경제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고 복지예산 마련 과정에서도 무리한 정책운용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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