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00일] 靑, 삶의 질 좋아졌다지만.. 잇단 인사 참사에 번번이 발목

2013. 6.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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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4일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잇따른 인사 참사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겪었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새 정부가 연착륙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들로부터 '달라진 청와대'의 모습을 들어봤다.

'주5일 근무' 확실… 靑, 삶의 질 좋아졌다

①'9 to 6'+주5일 근무=박 대통령의 집무실 출근시간은 오전 9시다. 퇴근도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없으면 오후 6시. 토·일요일, 공휴일엔 일정을 만들지 않는다. 역대 정부에선 상상할 수 없던 '샐러리맨의 일과'를 실천하면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삶의 질'을 돌려줬다.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전 7시에 출근해 밤늦도록 퇴근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벽 4시에 출근하고 밤 11시 넘어 퇴근하는 일은 이젠 사라졌다"고 전했다.

②'쇼맨십'은 없다=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아프리카의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무세베니 대통령의 말은 다 들어줬다. 행사는 2시간을 넘겼다. 과거 정부에서 약소국 사절단의 대통령 면담은 짧았다. 발언이 길어지면 참모들이 잘랐다. 하지만 "할 말이 많을 텐데, 내가 다 들을게요"라는 박 대통령 지시가 내려지자, 요즘 외국 청와대를 찾는 외빈들은 신이 난다. 한 참모는 "대통령은 '사진찍기용' 외부 일정도 잡지 않는다"고 했다. 겉치레용 일정이 보이면 "그런 걸 왜 하나요"라며 제외한다. 박 대통령의 일정은 지난 정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③청와대 신문고=박 대통령이 '4대 국정과제'만큼 꼼꼼히 챙기는 게 바로 일반 국민들의 민원이다. 민원비서관실과 제2부속비서관실로 들어오는 각종 민원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챙겨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 관련 민원은 직접 진행상황을 확인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춘추관 내에 설치된 '신문고'가 박근혜 청와대의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참모들의 주장이다.

④권력투쟁은 없다?=이명박정부는 5년 내내 영포(경북 영일·포항)라인·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내각·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건 형님으로 통한다) 파문에 휩싸였다. 노무현정부는 친노(親盧)·코드 인사논란을 겪었다. 정권의 상례인 여권 내 권력투쟁이 새 정부에선 눈에 띄지 않는다. "설사 줄을 서려 해도 비빌 언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정권 초기여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⑤대선공약 사수(死守)론=이정현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공약을 다 소중히 여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이전 정부들은 집권 100일을 즈음해 '현실과의 부적합성'을 이유로 다수의 공약을 버렸다. 이 전 대통령은 '747(7% 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대 경제대국)공약'을 불황에 맞지 않는다며 폐기했고, 노 전 대통령은 복지와 분배·평등의 자리를 경기부양에 내줬다. 아직 박근혜정부가 버린 공약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수정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공약을 지키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수첩'에 갇힌 인사… 잇단 참사에 국정 번번이 발목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표류와 각종 '인사 참사',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 등으로 박근혜정부는 국정운영의 드라이브를 걸 타이밍을 몇 차례나 놓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낸 나날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라 할 만했다.

◇고위 관료 낙마사태=검증 부실로 빚어진 인사 난맥상은 박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줬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 및 아들 병역비리 등으로 물러났고 지난 2월 25일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등 장·차관급 인사 6명이 줄줄이 사퇴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은 '불통 인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으며 한때 국정수행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뚝 떨어지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3월 30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행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가 오히려 '17초 대독(代讀) 사과'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인사 참사의 화룡점정은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단행했던 '1호 인사'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찍었다. 새 정부의 역사적인 첫 한·미 정상회담 시기에 벌어진 윤 전 대변인의 주미대사관 인턴여성 성추행 사건은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를 모두 갉아먹을 정도로 희대의 해프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은 물론, 늑장보고 등의 책임을 지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옷을 벗어야 했다. 야당은 이 사건을 "최악의 '수첩 인사' 결과"라며 박 대통령을 공격했다.

고위직 인사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창했던 '대탕평'의 구호가 사라지고 관료집단의 고위직 독과점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박근혜정부의 국정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거는 요소가 됐다.

◇장기 표류한 새 정부 출범=박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 이상 새 정부를 구성하지도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원안'을 고집했고 이로 인해 다른 정부 부처까지 발목이 잡혀버렸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바람에 막바지에 이르렀던 여야 협상을 다시 원점으로 회귀시키기도 했다. 결국 최종 결론은 야당 요구가 대부분 수용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었다.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는 사이 정부 부처들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차관 위에 전(前) 정부의 장관이 '동거'하는 형태로 정권 초기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그냥 흘려보냈다. 국무회의의 기능도 새로운 국정운영 기틀을 논의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일상적인 법안 의결밖에 수행하지 못했다. 지각 출범으로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도 연이어 뒤로 밀렸다. 모든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가 끝난 것은 지난 달 초였다.

박근혜정부가 이제 겨우 틀을 잡고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기반 구축이라는 4대 국정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민주화에 위축된 기업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경제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고 복지예산 마련 과정에서도 무리한 정책운용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본 향후 국정운영

정치·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향후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 배경으로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꼽았다. 한편으로 박 대통령의 1인 리더십은 '불통(不通)'이라는 멍에가 돼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박근혜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업고, 5년 뒤 '성공한 정권'이라는 평가를 받을지는 결국 박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권력에 도취한 모습보다는 진짜 나라를 잘되게 해보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보여줬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과 사명감이 향후 정부를 견인해 나갈 강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인사 실패를 부른 일방적인 국정운용은 개선해야 할 요소로 지목했다. 그는 "지금은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과는 다르다. 대통령 혼자 밀어붙여서 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권위주의를 해소하고 국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집단이성을 좀 더 신뢰하고 여론에 귀를 기울인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종찬 리서치 앤 리서치 본부장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여론조사 지지도를 100점으로 환산하면 85점이 나온다"면서 "나쁘지 않은 점수지만 90점을 넘기 위해선 안보관리, 95점을 넘기 위해선 경제정책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배 본부장은 "경제성장과 경제민주화라는 두 바퀴를 모두 굴리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해서 해법을 가져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강하게 쥐기 위해선 정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국민적인 지지를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대통합 이정표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대립·긴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권 초반 불거진 각종 경제·사회적 갈등요소들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발생한 대표적인 실정으로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회 통합 차원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취임 직후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던 국정수행 지지도는 3월 말 박 대통령이 인사 파동을 직접 사과하고 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국정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대선 득표율(51.6%)을 상회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30일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2.8%포인트)에서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2%였고, 리서치뷰가 지난달 31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8%포인트)에선 53.5%를 기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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