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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29만원"이라던 전두환.. 1672억 추징 꼬리 잡힐까

정희완 기자 입력 2013. 06. 03. 22:40 수정 2013. 06. 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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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국 유령회사 드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54)가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 형태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자금을 운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징에 나선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전씨 자금의 원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1672억원을 미납했다. 남은 추징금 액수가 3위인 고액 미납자다. 이 돈은 전 전 대통령이 어딘가에 숨겨놓았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긴장 감도는 전두환 자택 3일 오후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 골목 곳곳에 경호원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 정지윤 기자

▲ 법망 피해 16년간 '버티기'넉 달 뒤면 공소시효 만료검찰·국세청 "자료 검토"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자신의 재산이 불과 29만1000원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거 측근들과 골프 모임을 갖고 식당에서 종업원들에게 팁만 수십만원씩을 줬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해외로 골프여행을 다니거나 모교인 육군사관학교에 1000만원을 기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 재산이 29만1000원인 사람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자녀들도 모두 수백억원대 자산가다. 이런 돈의 출처가 모두 전 전 대통령이 숨겨놓은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은 심심치 않게 제기돼왔다. 특히 전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의 부지는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돈의 흐름을 입증하지 못해 추징을 못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시효는 오는 10월11일이다. 그 전에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찾아 일부라도 추징하지 못하면 영원히 받을 수 없게 된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에 대한 추측은 무성했다. 자금 추적이 쉽지 않아 '검은돈'을 숨기는 데 사용되는 무기명 채권으로 보관했다는 관측도 있었다. 일부는 부동산에 투자됐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비자금을 구권 화폐로 보관했다든가, 해외 계좌에 은닉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러던 중 장남 전씨의 해외 계좌가 포착되면서 해외 계좌 은닉설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전씨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시기는 2004년 7월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불거졌던 시기와 겹친다. 이보다 조금 앞서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소유한 차명계좌에서 167억원이 발견됐고, 검찰은 이 가운데 73억원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계좌로부터 흘러들어온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 계좌를 만들었다면 비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추적 전담팀'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설해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필요하면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도 벌일 계획이다. 검찰이 전씨의 해당 계좌들을 추적하다보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 국세청도 의혹이 제기된 만큼 관련 자료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광주지검을 방문해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추징금 추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황 장관은 "공소시효가 만료되게 하는 일은 없다. 언제가 되든 추적하겠다"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들은 연구해서 철저히 추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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