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전두환 추징금 시효 이번엔 끝날까?

김요한 기자 2013. 6.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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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추징금 2205억원을 부과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중 1672억원을 아직 내지 않고 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1988년 대국민사과성명과 함께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선언하고는 슬그머니 넘어갔었죠. 이런 태도는 1996년 추징금을 부과받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째라'며 버티는 거죠. 돈이 29만원밖에 없으시다니. 오죽하겠습니까.

전두환 씨의 추징 시효는 오는 10월 11일까지 입니다.(돈 다 낼때까지 그냥 씨로 부를랍니다) 넉달 쯤 남았지요. '시효가 임박했으니 이러다 잘못하면 영영 추징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추징금 시효가 허망하게 끝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 시효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형법상 추징의 시효는 3년입니다. 그럼 전두환 추징금의 시효는 어떻게 20년 가까이 살아있는 걸까요? 이유는 바로 '강제처분' 때문입니다. 추징의 공소시효는 강제처분이 <개시>되는 순간 정지되거든요. 돈이 될만한 물건을 강제로 가져오면(강제처분, 강제집행) 시효가 3년 연장된다는 말입니다. 집행관들이 전두환씨 집에 압류 딱지 들고 들어가는 순간, 추징의 시효는 3년이 연장됩니다. 지금껏 그렇게 해와서 시효가 계속 늘었던 겁니다. @ 집행관들이 아무것도 못 가져오면?

추징은 본인 명의의 재산에 대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두환씨 명의로는 재산이 없잖아요? 전재산이 29만원이니까.(하아. 참) 그러니 검찰이 전두환 명의의 재산을 못 찾으면, 집에 가서 가재도구를 압류해서 경매에 넘겨서 돈을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이 가재도구를 '유체동산'이라고 하는데요, 통상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추징 시효를 연장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만약 집행관들이 전두환씨 집에 가서 아무것도 못 가져오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면, 이순자씨가 '가재도구가 모두 내 소유다"라고 주장하면요? 일각에서는 이순자씨가 이렇게 미친척하고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면 공소시효가 끝날 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이걸 어려운 말로 '제3자 이의의 소'라고 하는데, 강제집행이 부당하다고 법원에 주장하는 걸 말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추징 시효는 강제집행이 <완성>되는 순간이 아니라 <개시>되는 시점에 중지됩니다. 그래서 문제될 게 전혀 없습니다. 집행관 아저씨들이 출동하는 순간, 3년이 연장되거든요. 만약 이순자씨가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해 100% 이기면, 뒤늦게 시효가 끝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럼 이순자씨가 100% 이길 가능성을 따져봐야겠죠. 얼마나 될까요? 0%라고 봐야합니다.

이순자씨가 가재도구를 강제집행 당하고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한다는 말은요. 아주 쉽게 얘기하면 이렇습니다. 전두환씨 집에서 TV, 소파, 골프채, 책상, 침대 등을 압류하자 이순자씨가 "그건 다 내 재산이다"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거죠. 그런데, 부부가 사용하는 가재도구는 부부 공용물이거든요. 지분이 50대 50이기 때문에, 이순자씨의 억지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이 이혼을 하거나,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면 모를까.. 이길 가능성은 없습니다.

@ 300만원은 왜 자진납부 했을까?

지난 2010년에 전두환씨가 강의료 300만원을 자진 납부하는 바람에 추징 시효가 3년 늘어났습니다. 자진납부를 안 했으면 시효가 끝날수도 있는데.. 대체 왜 그랬을까요? 또 검찰은 전두환씨가 그런 바보짓을 하는 바람에 끝날뻔한 시효를 간신히 연장한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자진납부는 <전두환의 꼼수>였습니다.

전두환 명의의 재산이 없으니, 검찰이 시효를 늘리려면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해야하는데(집에 가서 가재도구에 압류딱지 붙이고 경매에 넘겨 돈을 입금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전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겠죠. 집행관들이 전두환씨 집에서 TV, 소파 이런 거 들고 나오는 모습이 생중계 될테고요. 이 얼마나 모양 빠지는 일입니까. 그런 험한 꼴 당하기 싫으니까 300만원을 자진 납부하는 꼼수를 쓴 겁니다. 참 꼼꼼하게도. (2010년 기사.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808004)

@ 못 찾는 걸까, 안 찾는 걸까?

2200억 중 1600억을 안 냈는데, 전두환씨 자식들은 얼추 계산해도 2천억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20년 가까이 재산을 추징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쯤되면 은닉 재산을 <못 찾는> 게 아니라 <안 찾는>다고 봐야겠죠. 국민들이 전두환씨 추징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분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너무 오래된 일이고, 법적으로 복잡해서 그렇다고 하고 말기엔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전두환의 숨긴 재산을 놔둬도 좋다는 국민은 없을테니, 검찰이 지독하게 수사를 한다고 나무랄 사람도 없을 겁니다. 불명예스러운 일로 권위를 잃은 검찰이 환영받을 수 있는 카드라고도 볼 수 있죠. 이런 판국에 전재국씨의 유령회사도 들통났으니... 이 참에 제대로 후벼파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08년처럼 모양 빠지는 추징 말고요.(그 때는 전두환씨 통장에서 4만7천원을 추징해 시효를 3년 늘렸더랬습니다)

솔직히 그동안은 검찰 마음이 콩밭에 있었던터라. 관심도, 의지도 별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별다른 성과도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겠죠. 국민들은 <시효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검찰의 설명을 더 이상 듣고싶어하지 않습니다. 시효가 문제가 아니라면, 찾아내야지요. 검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뻔한 소리 하지 말고.

모두 함께 지켜보시죠. 검찰도 전두환도. 두 눈 부릅뜨고.김요한 기자 yoha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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