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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항의에 '5·18광주항쟁 특별강좌' 불허?

입력 2013. 06. 11. 16:07 수정 2013. 06. 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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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5.18구속부상자회 대경지부 등이 11일과 18일, 25일 열기로 한 '5.18광주항쟁 특별강연' 포스터. 대구교대는 장소사용을 불허하기로 결정해 비난을 사고 있다.

ⓒ 조정훈

일부 종편(종합편성채널)과 인터넷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고 왜곡해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의 한 대학이 5·18 관련 행사를 학내에서 치르지 못하도록 장소 사용을 불허하고 나서 논란이 있고 있다.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등으로 구성된 (가칭)5·18왜곡저지국민행동과 역사정의실천연대는 11일부터 대구교육대학(대구교대)에서 '일베에게 상처받은 벗들을 위한 5·18광주항쟁 특별강좌'를 열기로 하고 지난 5월 말 학생회를 통해 장소를 승인받았다.

특강 계획에 따르면 11일에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 소설가가 '끝까지 도청에 남은 사람을 기억하자'는 주제로 강연하기도 돼 있었다. 또 18일에는 팝아티스트 낸시 랭과 강영민 팝 아티스트 협동조합 대표가 '박정희와 광주-나의 일베 전투기'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어 25일에는 1980년 당시 시민군으로 활약했던 홍성담 화가가 '내 마음속의 5월-기억속의 광주, 예술속의 광주'란 주제로 강연을 할 계획이었다.

학교 승인 받은 특강, 왜 갑자기 취소됐나

대구교대 학생회는 지난 5월 말 학생처에 특강 신청을 내고 최종 승인을 받아 6월 초부터 교내에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때부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항의전화가 대구교대 총장실과 학생처, 사무처 등으로 수십 통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베 회원들은 일베 누리집에 행사 관련 포스터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재하고 낸시 랭 등 강연자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다는 등 이 행사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러자 대구교대 학생처는 "항의전화가 많다"는 이유로 "특강 승인을 취소한다"고 통보하고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 대구교대가 행사를 불과 5일 앞두고 장소 사용을 불허하자 5·18구속부상자회대구경북지부는 지난 9일 대구교대 사무국과 대구지방보훈청에 "특강과 관련해 대구교대 강의실을 사용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5·18구속부상자회는 '5·18민주화운동특별법' 제5조(정부는 5·18 정신계승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와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61조(5·18관련 기념·추모사업 실시), '국가보훈법' 제23조(공훈선양사업 추진) 등의 법률을 언급하며 "왜곡되고 있는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시설물을 사용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요구했다.

대구교대는 오는 11일과 18일, 25일 5.18구속부상자회 대경지부 등이 열기로 한 5.18광주항쟁 특별강좌를 허가했다가 '일베' 회원들의 항의전화를 받고 허가를 취소해 비난을 받고 있다.

ⓒ 조정훈

하지만 대구교대 사무국은 10일 '시설물 사용 요청에 대한 회신'을 보내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 사무국은 장소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로 주차공간 부족과 민원 제기 등을 들었다.

사무국은 "프로그램이 시민들에게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바르게 알리는데 매우 의미있는 사업"이라면서도 "학생규모와 교육과정 운영에 비해 강의실 등 교육환경시설이 많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수업과 대학원생들의 야간수업, 4학년 학생들의 임용고시 대비를 위한 조별수업과 스터디 활동, 교육발전을 위한 학술활동, 평생교육원 및 교원 연수 수업까지 어려움이 있다"며 "교내 주차공간의 부족으로 대학원생들의 야간 수업일인 매주 화, 목요일은 주차공간이 포화상태를 넘어, 내부 구성원들의 불편 폭주로 인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구지방보훈청도 "강제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등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역사왜곡을 바로잡아야 할 교육기관이 왜곡세력들의 반발에 부딪혀 장소 사용마저 불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 측이 학생들의 수업을 빌미로 장소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들에게 학교가 굴복했다는 것이다.

"주차장 부족 등 어려움... 일베 항의와는 무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에 올라온 5.18특별강좌 비난 글

ⓒ 조정훈

변대근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은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교육기관이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시설물 사용을 불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구교대와 보훈청은 특강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현 5·18민중항쟁33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장도 "주차난 등을 이유로 장소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교대 사무국과 학생처는 시설물 사용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최억주 학생처장은 < 오마이뉴스 > 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명의만 빌려주는, 순수 학생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장소를 불허한다"며 "5·18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많이 참석한다고 했지만 현수막 내용을 보니 우리 학생들과 관계가 없는 내용으로 외부행사여서 허가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설득을 했다, 외부의 압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병희 사무국장은 "평일 초등학교 교사 등 대학원생들이 수업 마치고 오는데 주차장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며 "학교 사정이 무척 어려워 집행부에 정식으로 사정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일베 회원들의 항의전화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학생처에 항의전화가 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사무국에서는 잘 모른다"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대학원생들의 강의가 집중돼 있고 학생들이 많으면 강의실에서 하고 적으면 연구실에서도 하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비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연을 준비한 주최측은 11일 오후 열리는 한홍구 교수와 서해성 작가의 강연을 강행하기로 하고 "마찰이 일어날 경우 모든 책임은 대구교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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