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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당국회담 무산>北, 미·중엔 '급' 맞추면서 南엔 '갑'행세

신보영기자 입력 2013. 06. 12. 11:36 수정 2013. 06. 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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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이중잣대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회담에 임할 때에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에 걸맞은 급의 인사를 회담대표로 내세워 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에는 각별히 격을 맞춰 주면서 신경을 써온 것이 과거 양자회담 사례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남측을 대할 때는 '이중잣대'를 들이댄다. 이는 자기들은 정부의 국장급 혹은 차관보급 인사를 대표로 내세우며 남측에만 장관을 등장시키라고 요구하다 판을 깬 이번의 남북당국회담 무산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북한이 남북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자신들이 '갑'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12일 외교부·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중국과 대화·협상할 때는 '특사'를 보내거나 '실세'를 보내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가 5월 말 '특사'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이다. 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다. 권력서열 2위로 평가받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도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북·중간 공식 외교채널도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겸 국제비서 간에 형성돼 있다. 장관급 라인으로, 지난해 7월에도 왕 부장은 북한을 방문해 김 부장과 회담을 한 바 있다.

북한의 이 같은 '격' 맞추기는 '적대국'인 미국에서 더 드러난다. 북한의 대미 외교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차관급)이 전담하고 있는데, 미국의 카운터파트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직급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는 6자회담 수석대표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급이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차관급으로 그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급을 더 높인 사례도 있다. 2000년 10월 미국을 방문,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과 연쇄회담을 가진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 '특사' 파견이다. 조명록은 '차수(대장과 원수 사이)' 계급장을 가진 군부 최고위 인사였다.

반면 북한은 유독 남북대화·회담에서는 낮은 급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이 관계개선을 절실히 원하는 미·중과 함께 하는 외교무대에서는 남측도 동등하게 대하지만, 남측과의 양자관계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자신들이 '갑'이라는 자의식을 동원해 최대한 경제적 이득을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대남관계에서는 항상 남측보다 급이 낮은 인사를 내보냈다. 2011년 7월과 9월 2차례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었는데, 리 부상도 차관급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대미 협상시마다 내보내는 김계관 제1부상보다는 급이 떨어진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중과 달리 우리에게 급이 낮은 인사를 회담에 내보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순수 남북관계에서는 더 심하다. 당장 11일 북한이 남북당국회담에 수석대표로 내보내겠다고 한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이 대표적이다. 다만 북한의 조직체계상 통일부에 해당하는 기관이 없고,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는 노동당 전문부서라는 점에서 통일부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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