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일보

'성폭력 많은 이유' 경찰 생각은? "노출탓"

고서정기자 입력 2013. 06. 17. 11:51 수정 2013. 06. 17. 11:51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성폭력 발생 이유 물어봤더니..

강력 성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경찰관의 절반 이상이 여성의 심한 노출 때문에 성폭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등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명신 경상대 교수 등이 지난해 경남의 3개 중소도시에 소재한 경찰서와 파출소, 지구대 등에 근무하는 경찰관 1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8%가 여성의 심한 노출로 인해 성폭력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술에 취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경우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37.4%였으며 밤거리를 혼자 걷다 성폭행당한 여성의 경우 스스로 범죄 피해를 자초한 것이라는 응답 역시 20.3%에 달했다.

이와 함께 몸가짐이나 행실이 단정하지 못한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다고 답한 경찰관이 전체 응답자의 33.5%를 차지했으며 여성이 끝까지 저항할 경우 강간을 당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도 10.4%에 달했다.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 경찰관도 많았다. 성범죄를 당한 직후 즉시 신고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 진술에 의심이 든다는 경찰관이 24.2%로 나타났다. 또 가해자가 선생님이나 종교인 등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경우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말에 더 신빙성이 느껴진다는 응답 비율도 12.1%로 나타났다.

일선 경찰관들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해묵은 편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가 형사사법절차상 입은 2차 피해를 호소한 사례는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540건의 성범죄 관련 고소 사례 중 24.6%(133건)를 차지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성범죄 피해자들은 담당 수사관의 태도에 따라 범죄를 자기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느끼기도 한다"며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는 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