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이 남친과 포옹..혼내면 큰일납니다

입력 2013. 6. 22. 12:17 수정 2013. 6. 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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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두나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性)에 대한 나와 우리사회의 인식과 행동을 점검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기 위해 총 5회에 걸쳐 '다시 하는 성교육' 을 연재합니다. '생물학적 성'에 대한 정보 제공 중심의 성교육을 넘어, '삶으로서의 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나누고 싶습니다. < 편집자말 >

얼마전 A씨는 집앞에서 중학생 딸이 남자친구와 포옹하는 모습을 보았다. 딸의 연애를 생각지도 못한 A씨는 무척 놀랐다. A씨는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뭐하는 짓이냐"며 "앞으로 다시 내 딸 만나지 말라"고 남자친구에게 호통을 쳤다.

엄마 행동에 크게 실망한 딸은 그날 이후 한 달째 A씨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자신의 행동이 지나친 면이 있었지만,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A씨는 딸이 아직도 남자친구와 만나는지 궁금하다. 혹시 연애하는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한편으로는 딸과 어떻게 다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연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십대의 중요한 관심사다. 이미 어른이 된 많은 사람이 십대 때 연애를 경험했듯이, 현재의 십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연애를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연애에 대한 십대의 높은 관심, 실천과 상관없이 어른들은 십대의 연애를 불안하게 여긴다. 위 사례의 A씨처럼 대개의 부모는 자녀의 연애 시작을 반기지 않는다.

연애하는 아이들, 괜찮을까?

십대의 연애에 대한 어른들의 불안은 대부분 '성'과 '공부'에 관한 것이다. 여자친구 또는 남자친구에게 '정신을 빼앗겨' 공부를 못하거나, 성관계와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을까봐 불안해한다.

어른들의 이러한 불안과 걱정은 십대의 성을 부정하고, 성을 어른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십대의 성은 원조교제, 영아살해 등 소위 '사회적 문제'로만 다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십대의 연애와 성=문제'라는 공식은 어른 마음속에 굳게 자리한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의 불안, 걱정과는 상관없이 많은 십대는 이미 성적 주체로서 적극적인 성적 활동을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성적 관계를 맺는 건 십대에게 문제가 아닌 일상이다.

▲ 십대의 연애, 결혼, 임신을 그린 영화 < 제니, 주노 >

우리 사회는 십대의 성을 부정하지만, 십대는 이미 적극적인 성적 실천을 하고 있다.

ⓒ 컬처캡미디어

어른들이 모르는 척 눈 감는다고 해서 성과 연애가 십대의 일상에서 사라질 리 없고,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어른들은 십대의 연애를 걱정하며 금지하기보다는 십대를 성적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이 좋아하는 사람과 보다 즐거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고 응원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다면 십대와 어떤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할 수 있을까?

만약 부모가 십대 자녀에게 뜬금없이 연애에 대해 묻는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당장 거부감을 보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을 것이다. 가까이 지내는 관계에서도 묻기 쉽지 않은 주제가 성과 연애다. 평소 대화 없이 지내다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면 십대는 감시나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십대와 연애 관련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자주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 서로의 일상과 고민을 나누다보면 누구와 어떻게 연애를 하는지, 연애중 고민이 무엇인지 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때 십대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다. 꼬치꼬치 묻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아이가 대답하길 꺼리면 너무 자세히 따져 묻지 말아야한다. 내 호기심 그리고 아이 생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아이의 말하고 싶지 않은 욕구를 앞서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연애에서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을 때 그걸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고,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십대와 연애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연애 상대와 평등한 관계 맺기에 관한 대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대중문화는 남성 주도의 연애관계만이 정상이라는 듯이 강조한다. 이런 탓에 십대들은 연애 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을 리드하고, 여성은 남성을 돌봐주는 '이성애 연애각본'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각본을 계속 따르다보면 상대방에게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성적 행위에서도 서로의 솔직한 욕구와 기분을 전달하지 못하는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연애를 하면서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식의 연애각본에 구애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로 고유한 특성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밝히고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어른은 십대와의 대화에서 강조해야 한다.

또한 연애관계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존중받고 싶은만큼,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 이런 상호존중이 좋은 관계의 기본이란 걸 아이들에게 친절히 알려줘야 한다.

연애는 아이들 성장에 도움을 준다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좋아하거나 희생하는 관계, 또는 데이트 비용을 한쪽이 모두 부담하는 게 과연 서로를 존중하는 평등관 연애관계인지 아이들과 토론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약 연애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면, 또는 일방적으로 한쪽이 희생하고 있다면,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게 적절한지 등도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 중학생이 생각하는 연애상대와의 신체접촉

2010년 9월에서 11월까지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중학생 1290명을 대상으로 '중학생이 생각하는 이성친구와의 신체접촉 가능 범위'를 조사한 통계이다.(복수응답) 2011년 7월 발간 < 중학교 교사를 위한 성교육 메뉴얼 > p.107

ⓒ 인구보건복지협회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키스나 섹스 등 스킨십에 대한 이야기도 시작할 수 있다. 스킨십 역시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존중하면서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서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게 좋다.

이때 '언제 스킨십을 하고 싶은지' '누구와 처음으로 섹스를 하고 싶은지' '피임 방법은 잘 알고 있는지' 등을 아이에게 물어도 괜찮다. 어른이 자신의 연애 경험을 사례로 이야기 나누는 것도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면 섹스, 피임, 임신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담고 있는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많은 십대는 "그런 이야기를 왜 묻느냐"며 쑥스러워하거나 자리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질문과 대화가 아이들에게 그동안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지 않은 상황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실제 상황에 놓였을 때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주변 어른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연애와 성에 관한 고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하고 의논할 상대가 주변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아이가 연애관계에서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른들은 연애가 공부를 방해할 거라 걱정하지만, 십대들은 연애를 통해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운다. 친밀한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 전달하기, 타인을 이해하거나 상대방 마음 헤아리기, 누군가와 삶을 나누는 경험, 이별하는 법,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 등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지만 부모나 선생님이 가르쳐주기 어려운 것들 말이다.

그러니 어른들은 십대의 연애를 과도하게 걱정하며 금지하기보다는, 연애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 곁에서 돕고 응원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십대의 연애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김두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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