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정보화 사회는 없다

2013. 6. 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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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편리함이 일상생활 곳곳에 녹아들었지만 IT의 혜택이 오히려 불편한 노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노인들의 고충은 기차 이용에서 나타난다. 좌석은 한정돼 있는데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기차표를 쉽게 예매하다 보니 노인들이 표를 사기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 9일 서울역 대합실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노인 40여명이 앉아 있었다. 예매한 젊은이들이 탑승장으로 빠져나가는 동안 하염없이 시계만 쳐다봤다. 서울의 자녀 집에 왔다가 대구로 돌아가는 노상래(78) 할아버지는 표가 매진될까봐 전날 미리 역에 나와 구입했다. 그는 오래된 휴대전화를 꺼내 보이며 "문자도 보낼 줄 모르는데 어떻게 예매를 하겠느냐. 불편해도 늙은이들은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조모(88) 할머니는 오후 3시45분 대전행 기차를 타려고 2시30분부터 기다렸다. 조 할머니는 "인터넷으로 표를 다 팔아버리니 늙은이들은 표 끊기가 어려워졌다.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고 했다. 김모(68) 할아버지는 동대구행 오후 3시13분 무궁화호 표를 사려고 출발 1시간 전 도착했지만 이미 매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오후 4시18분 새마을호 표를 구입한 뒤 시간을 보내려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지난 8일 서울역에서 만난 정기홍(77) 할아버지는 신탄진행 무궁화호 좌석 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입석을 끊었다. 그는 "2시간 서서 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라며 "지하철과 달리 자리가 정해져 있어 양보를 바라기도 미안하다"고 했다. 탑승장을 빠져나오던 회사원 이모(33)씨는 "기차 안에 서 계신 노인이 있었지만 자리를 양보하기가 망설여지더라. 젊은 사람들이 앉고 노인들이 서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25일 코레일에 따르면 전체 기차표의 스마트폰 예매율은 2010년 0.3%, 2011년 10.6%, 지난해 24.9%, 올해 1∼4월 33.7%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역 창구 구매율은 2008년 71.4%에서 올해 1∼4월 39.2%로 5년 동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공공도서관도 컴퓨터로 도서 검색 등을 하도록 바뀐 뒤 책을 찾기 힘들어하는 노인들이 생겨났다. 충남대 문헌정보학과 오선혜씨의 지난해 석사논문 '공공도서관 노인 이용자의 불안 연구'에 따르면 도서 검색에 불편을 느끼는 60, 70대가 50대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1∼5점(높을수록 불편) 척도에서 50대는 2.83, 60대는 3.48, 70대는 3.61로 연령이 높을수록 도서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퇴직 후 자격증을 취득해 제2의 삶을 개척하려는 노인들은 인터넷 동영상 강의가 보편화된 상황을 난감해한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는 수강신청 때마다 공인인증 절차를 거치는데 노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야구 관람도 어려워졌다.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6곳이 온라인 예매와 별도의 현장 판매분을 남겨두지 않고 있다.

한국노인생활지원재단 관계자는 "사회가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적응이 힘든 분들을 위해 일부는 과거 방식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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