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연극 '숙자 이야기'
[앵커]
할머니들의 평균나이 70세. 나이 지긋한 이 어르신들이 연극 무대에 섰습니다.
오랫동안 기지촌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숨기고만 싶던 이야기를 용기내어 꺼냈습니다.
김민혜 기자입니다.
[기자]
식모살이가 싫어 뛰쳐나왔지만 오갈 데 없던 한 소녀.
좋은 직업을 소개시켜 준다는 말에 멋모르고 기지촌에 발을 들여놓지만 그곳의 삶은 의지할 곳 없이 고통과 아픔 투성이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미군을 상대하면서 젊은 시절, 평택 안정리의 '기지촌 여성'으로 살아온 그들은 어느새 주름이 깊게 패인 할머니가 됐고 단 하루지만 자신들의 아픈 과거를 담담히 연기하는 주인공이 돼 무대에 섰습니다.
연극 '숙자이야기'에서 풀어놓은 할머니들의 고통은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던 과거보다 사람들의 편견 섞인 시선에서 비롯됐습니다.
<엄숙자 / 경기도 평택 기지촌 거주> "천대를 받았어, '양공주간다, 양색시간다'라고...생각해보니 부끄러운 게 아니고, 실제 이 나라에서 우리를 그렇게 써먹은거야"
<김숙자 / 경기도 평택 기지촌 거주> "내가 불행한 일이 있어도 도움을 청하면 남들이 도움 주지 않았어"
대본조차 필요 없던 연극.
당초 기지촌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목적이던 연극치료 워크숍을 무대화한 건 그들의 삶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노지향 / '숙자 이야기' 연출> "결국 과거보다는 현재를 살아내는 게 중요한데 이 연극으로 현재 사는게 편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이 일을 했던 분뿐 아니라 누구도 숙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할머니들의 용기있는 무대를 마주한 관객의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박상훈 / 관객> "가슴이 되게 아팠고요,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하지만 할머니들이 되게 힘들었구나...마음이 찡했고 할머니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고 챙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또 어디선가 소외된 채 잊혀가고 있을 이 세상의 '숙자'들을 연극은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뉴스Y 김민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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