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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新르네상스]"돈을 돌려라" 벤처의 절규

이승종 입력 2013. 07. 12. 11:14 수정 2013. 07. 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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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회수방법 없어 투자자 외면M & A시장 키워 지속성장 기반 마련프리보드·코넥스 등 거래 늘려야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다면 선뜻 입장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벤처 투자가 그랬다. 적절한 투자금액 회수전략(엑시트)이 없어 투자자들이 투자에 난색을 표하기 일쑤였다. 벤처 창업가들은 고심 끝에 금융기관에서 필요 자금을 차입했고, 사업 실패 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벤처를 한다'고 소개하면 왠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금은 벤처 시장의 피와 같다. 피가 돌아야 산소가 공급되고 생명체가 움직일 수 있듯이, 벤처 자금이 선순환을 보여야 시장이 정상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약 없는 벤처 투자 =보통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엑시트하는 방법은 인수합병(M & A)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서다. 이 중 기업공개는 설립 후 보통 10년 이상 걸리게 마련이다. 회사설립 후 IPO까지의 평균 소요기간은 12.2년이 걸리며, 그 중에서 벤처캐피탈(VC) 투자기업은 11.3년, 미투자 기업은 13.9년으로 각각 추정된다. 특히 최근 증시 침체로 IPO는 더욱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신규 상장은 22건에 불과하다. 전년(60건)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수치다. M & A는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성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M & A 건수가 외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대 미국의 M & A 비율을 1 대 9로 추정한다. 그만큼 국내 M & A는 성사 건수가 희박하다. M & A든 IPO든 단기간에 예측 가능한 자금 회수전략이 없다는 점은 벤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벤처기업 A사에 B씨가 엔젤투자를 했다. B씨는 향후 5년 내 M & A를 염두에 뒀지만 A사는 M & A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 B씨는 A사가 IPO를 할 때까지 자금을 묵혀둘 수밖에 없게 됐다. IPO 시기까지 A사가 유지될 거란 보장도 없고, 정확히 몇 년 후에 IPO를 하리란 구체적 계획도 없다. 투자회수가 불확실한 곳에 최소 10년 이상 돈을 넣어놔야 하는 것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5년간 우리나라는 벤처생태계 내 투자자금이 원활히 순환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전체 벤처생태계 관점에서 기업은 창업-성장-성숙으로 이어지는 위험도가 다르며, 각 단계별로 적절한 성격의 자금투자와 회수시장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M & A시장 육성 =

국내 벤처시장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M & A시장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해외의 경우 벤처 투자자가 M & A를 통해 투자 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한다. 최근 야후는 1조2000억원에 마이크로 블로깅업체 텀블러를 인수했고 이베이는 페이팔을, 구글은 유투브를 각각 인수했다. 이렇게 회수된 자금은 다시 새내기 벤처에 투자돼 실리콘 밸리의 벤처 선순환을 만든다. 국내에서 M & A가 부진한 이유는 우선 벤처 기업가들이 회사 매각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M & A를 회사 성장의 기회로 보기보다는, 경영 실패의 방증이라고 여겨 왔다. 박 연구위원은 "M & A는 벤처기업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부족한 경영자원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업전략"이라며 "M & A를 통해 피인수기업의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그 잠재성이 구현되므로 벤처의 지속 성장에서 M & A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벤처로선 M & A라는 큰 이슈를 감당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M & A 부진의 한 배경이다. M & A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고, 전문 자문사를 선임하자니 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지난해부터 정부가 구축, 운용 중인 M & A 인포마켓(Info Market)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M & A 인포마켓은 M & A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소규모 M & A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정부가 도입한 서비스다. 벤처 기업은 M & A 인포마켓에서 관련 정보 및 전문가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M & A 자문사에게 의뢰하면 자문사 네트워크를 통해 매수자를 검토, 장외에서 해당 딜을 성사시키는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최대 100개의 M & A 자문사를 지정할 예정이다. ◆프리보드 심폐소생은 언제쯤? =시장에서는 또 다른 회수시장인 프리보드 정상화도 주문하고 있다. 프리보드는 지난 2004년 정부가 도입한 장외 거래시장이다. 당시 정부는 프리보드를 놓고 "벤처자금 선순환의 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프리보드는 신뢰성과 우량기업 부족 등을 이유로 투자자가 떠났고 고사 상태에 놓였다. 프리보드의 지난 한달간 거래대금은 10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이달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가 출범해 프리보드의 앞날은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프리보드 투자자들은 프리보드 개편이든, 폐지든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일각에선 코넥스 역시 거래 부진을 이유로 프리보드와 비슷한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이에대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비해 본질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코넥스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국판 코넥스 시장인 AIM도 개장 당시 10개의 상장기업으로 출발하는 등 시작이 미미했다"며 "아직 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미미하지만, 앞으로 사모 상장이나 상장 이후 유상증자 등이 시행되며 거래량은 물론 거래대금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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