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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회 세운 새누리..여당 맞나?

남승모 기자 입력 2013. 07. 13. 14:12 수정 2013. 07. 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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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이른바 '귀태(鬼胎)' 발언으로 국회 일정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지도부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작년에 나온 책 중에 하나가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는 책이 하나 있는데, 그 책의 표현 중에 하나가 귀태(鬼胎)라는 표현이 있다"라며 입을 열었다.

홍 원내대변인은 "귀신 귀(鬼)자에다, 태아 태(胎)자를 써서, 그 뜻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제국주의가 세운 괴뢰국,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다. 잘 아시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이다. 최근의 이 두 분의 행보가 남달리 유사한 면이 있다. 첫째,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범죄를 부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5.16이 쿠데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시고, 박정희 시절의 인권탄압과 중앙정보부의 정보기관이 자행했던 정치개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또 "두 번째 이 두 분이 미래로 나가지 않고 구시대로 가려하는 것 같다. 이제 노골적으로 아베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있고, 최근 행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 靑 "국민 모독하는 일"

청와대는 발끈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고 망언이었다"며 맹비난했다.

또 "우리 대통령에 대해 북한에서 막말을 하는 것도 부족해 이제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그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홍 의원은 도대체 어느나라 국회의원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은 "민주당의 원내대변인이 이렇게 한 발언이 민주당의 당론인지 묻는다", "야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與 "국회 일정 전면 중단"

청와대의 기자회견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새누리당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됐다. 황우여 대표는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 명예훼손·모독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국가의 위신을 스스로 짓밟고 격하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전·현직 국가원수에 대해 모욕을 넘어 저주하는 내용의 얘기를 했다"며 절대로 그냥 묵과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최고위 결론도 나기 전에 국회 일정을 잠정 중단시키는 등 이례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사과와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당직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또 국회의원 품위 훼손 이유를 들어 홍 원내대변인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지도부 회의 도중 국회 운영 중단 소식을 들은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사이 오전 10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 자료 열람위원 회의와 보고서 채택을 남겨두고 있었던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 특위 회의, 그리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법 공청회 등 국회 일정은 모두 파행됐다.

국회 운영을 책임진 원내 1당이자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이, 야당의 발언을 문제삼아 스스로 국회 일정을 중단시킨 것이다.

◈ 野 "신중했어야… 유감"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여권이 홍 의원 발언을 정치쟁점화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하지만 막말 논란 속에 홍준표 경남지사 고발을 앞둔 공공의료 정상화 특위 활동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급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무엇보다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아팠다.

결국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스스로 귀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 말씀과 함께 책임감 느끼고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도 김관영 대변인을 통해 "당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의 총공세에 백기를 든 것이다. 김 대표는 다만 유감의사를 밝히면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등 모든 국회 일정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했다.

◈ 사과는 받아냈지만…

스스로도 밝혔듯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정치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어야 했다. 홍 원내대변인이 전하고자 했던 뜻이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지나친 표현으로 인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셈이 됐다. 과도한 언사는 논란의 빌미만 줄 수 있다.

새누리당 역시 마찬가지다. 여당으로서 얼마든지 대통령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 사안에 따라 야당을 비판하고 사과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야당에게 정쟁과 민생을 연계해선 안된다고 주장해 온 새누리당이 오히려 정치적 쟁점을 빌미로 국회 운영을 중단시켰다는 점이다.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원내 1당이자 국정의 한축을 담당하는 새누리당이, 국회 운영을 볼모로 야당의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사과까지 받아냈지만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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