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내기 대학생은 과연 강도·성추행범일까

최우영 기자 입력 2013. 7. 14. 09:35 수정 2013. 7. 1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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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잡고 검찰이 풀어준 강제추행·강도상해 혐의 대학생

[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경찰이 잡고 검찰이 풀어준 강제추행·강도상해 혐의 대학생]

경찰과 검찰이 '10대 대학생'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새벽 강제추행과 강도상해 혐의를 받은 경찰이 붙잡은 대학생을 검찰이 "죄가 없다"며 풀어주면서 감정이 대립하고 있다.

경찰은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법의 심판'을 요구하지만 검찰은 불충분한 증거를 앞세워 경찰 수사를 반박, '검경 갈등'이 촉발되는 모습이다.

◇번복된 진술, 경찰 강압수사 때문?

지난 4월 22일 새벽 한모씨(20·여)가 일을 마치고 집에 가던 중 송파구 집 앞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금품을 뺏겼다. 한씨의 지인이 범인을 잡으려 했으나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

도망친 범인이 택시를 내리는 모습이 담긴 CC(폐쇄회로)TV 화면을 확보한 경찰은 잠실동에 사는 1975~1995년생 남성 2765명의 주민등록 사진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달 7일 김모씨(18·대학생)를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했다. 범행 당시 친구들과 인근에서 술을 마신 사실도 밝혀냈다. 김씨도 "영상 속 인물은 내가 맞다"고 진술했다.

목격자 진술도 일치했다. 김씨는 구속됐다. 구치소에 갇힌 채 서울동부지검을 오가며 조사 받던 김씨는 돌연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조사에서는 "경찰서에서 강압적인 분위기에 위축돼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김씨는 자유의 몸이 됐다.

검찰은 김씨가 진술한 '친구들과 술 마신 날'이 4월 22일이 아닌 5월 5일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1차 경찰조사에서 김씨가 진술한 것은 '반자백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만 18세 대학교 새내기인 김씨가 경찰서에 처음 와서 위축된 상태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거 악질이네" "다른 죄가 더 있어서 숨기는 거지?" 등의 폭언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씨의 아버지는 검찰에 낸 탄원서에 "아이가 강력계 사무실에 끌려가서 건장한 형사 6명에게 둘러싸여 차례대로 질문을 받았다"고 적었다.

경찰 관계자는 1차 조사부터 김씨 부모가 동석해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도주방법이나 범행 당시 복장에 대한 구체적 진술이 나왔다"면서 "김씨가 변호사를 선임한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변호인을 선임할 때 김씨에게 "지금부터 전쟁이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적 증거는 CCTV… 검·경 모두 '공개 거부'

범인을 가릴 결정적 증거는 CCTV와 블랙박스에서 나온 24개의 영상. 영상을 본 김씨는 "내가 맞는 것 같다"는 진술을 계속해 구속영장 발부의 근거를 제공했다.

경찰은 "영상이 선명하고 신원 확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찰은 "해상도가 낮아 판독이 힘들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화질이 흐릿하다"면서도 "육안으로 볼 때 김씨와 범인의 구레나룻 형태, 턱선 모양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영상 분석은 대검찰청 과학수사관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동시에 진행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관실은 "눈썹길이, 턱선, 얼굴형태 등이 상이해 동일인이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과수는 "해상도가 낮아 인물 특징점 판독이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CCTV 영상을 각자 확보한 검찰과 경찰은 모두 언론 공개를 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에 통보 없이 언론에 먼저 알린 검찰

검찰은 김씨 석방 관련 내용을 언론에 먼저 알렸다. 송파서 관계자는 "원래 경찰 수사가 미진하면 검사가 증거 보강 등을 요청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피의자 풀어주면서 보도자료 먼저 내는 건 처음 본다"며 불만을 표했다.

서울동부지검 관내의 한 경찰서 간부는 "검찰도 김씨를 구속할 이유가 있다고 동의해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면서 "김씨 석방은 검찰도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꼴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김씨를 구속한 데 대해 경찰만 책임을 지는 듯 비춰지는 게 억울하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들의 강한 반발은 지난 5월의 '유사 사례'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 강동경찰서가 DNA 일치를 근거로 구속 송치한 피의자를 검찰이 무혐의 처분 내리며 언론에 통보한 것. 당시 경찰은 '엉뚱한 혈흔으로 억울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보도자료는 경찰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김씨 누명을 벗긴 점에 초점을 맞췄다"면서도 "경찰이 김씨의 자백 진술만 결정적 근거로 믿고 '범행 일시'라는 기초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공소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도 차라리 기소하는 게 속 편하지 불기소 사유 설명하는 게 더 번거로운 작업일 수 있다"면서 "검찰이 보도자료를 내며 무혐의를 주장한다는 건 결과에 자신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검찰 "범인 아니라고 확신" 경찰 "증거 보강해 계속 수사할 것"

검찰은 김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검찰 관계자는 "'4월 23일이 아닌 5월 5일에 범행장소 인근에서 김씨와 만났다'는 김씨 친구들의 증언으로 자백의 기초가 다 무너진 상황"이라면서 "기본 통신수사도 제대로 안한 경찰이 반박 보도자료까지 낼 사안은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 아버지와 김씨의 면회 접견기록부에도 '겁이 나고 위축된 상황에서 허위 진술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면서 "경찰이 자백 내용을 의심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여전히 김씨가 범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변호인을 선임한 뒤 두번째 조사부터 이전 진술조서 읽는 걸 거부하면서 '진술내용이 사실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범인 맞다고 말한 목격자 진술이 왜 검찰에서 바뀌었는지, 김씨 친구들이 경찰서 오기 전 김씨 아버지와 통화할 때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전혀 파악이 안됐다"며 "검찰 송치까지 시일이 촉박해 부족했던 추가 참고인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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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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