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워싱턴 경찰 "윤창중 수사 결과 이달 안에 발표"

입력 2013. 7. 14. 15:10 수정 2013. 7. 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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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추행 파문 이후 두달간 두문불출 윤창중"되도록 재판받지 않는 쪽으로 미국 변호사와 준비중" ▷더 많은 '한겨레21' 기사 보러가기

"속옷."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시 속옷 차림이었나요, 알몸이었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남긴 한마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금껏 공개 석상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다. 5월11일 토요일 아침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근혜 대통령 방미 기간(5월5~9일)에 발생한 자신의 성추행(또는 성폭행)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지 두 달이 지나도록, 그는 입을 열지도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있다. 

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아도 재판

미국 쪽 경찰 수사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경찰의 데이비드 오 형사과장은 7월8일(현지시각)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달 안으로 경찰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 같다. 검찰도 기소할 것으로 본다. 불기소한다면 검찰이 언급할 텐데, 이번엔 (기소를) 않겠다는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어떤 내용도 발설할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 외교적 사안이기도 해서, 상대국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라도 수사를 엉터리로 할 수는 없다. 국제적인 사건은 일반적으로 기소를 하고 재판으로 들어간다."

국내에서는, 특히 여권 안팎에서는, 피해자 쪽이 심경 변화를 일으켜 더 이상 처벌을 원치 않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 전 대변인이 '더 험한' 꼴은 면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오 과장은 형사사건이므로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당사자가 발뺌을 해도, 기소가 되면 미합중국이 피해자가 된다. 미합중국 대 피고인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계인 그는 "한국 언론 보도를 여기서도 보는데, 추측성 보도가 많아서 상상력이 풍부하다고들 한다"라며 웃었다.

물론 미국 검찰이 기소를 해도, 윤 전 대변인이 한국에 계속 머물고 있으면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긴 힘들다. 청와대는 사건 직후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오면 체포 등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 요청은 '1년 이상의 자유형 또는 그 이상의 중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일 때만 가능하다. 결국 경찰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윤 전 대변인의 두 차례 성추행 혐의 가운데, 공개된 장소인 호텔 와인바에서의 1차 추행은 중죄(felony)가 아닌 경범죄(misdemeanour)로 여겨져 벌금형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인 자신의 방에서 알몸 또는 속옷 차림 상태로 저지른 2차 추행은 중죄인 '강간 미수'로도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건 당시 대사관 인턴 직원이던 피해자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어디 엉덩이를 툭 친 것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고 그러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중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범죄인 인도 요청 대상이 되면, 윤 전 대변인은 국내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요청서는 외교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거쳐 다시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송부되며, 소속 검사가 서울고등법원에 심사를 청구하게 된다.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성범죄 피고인의 범죄인 인도를 거부할 특별한 이유를 찾긴 힘들다. 청와대는 이미 '체포'를 거론했다.

유죄 인정도, 무죄 항변도 아닌

만약 경범죄 혐의라면 범죄인 인도 요청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향후 미국을 왕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 경찰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경범죄라 해도 경찰이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을 예정이어서 이 사건은 종결되지 않는다. 체포영장은 한번 발부되면 집행이 될 때까지, 즉 혐의자가 체포될 때까지 계속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에서 사실상 설 곳을 잃어버린 윤 전 대변인의 처지를 보면, 미국 쪽의 처벌을 면한 게 마냥 유리한 일도 아니다. 미국 쪽 재판을 거부한다면,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각종 정황과 추측은 물론 미 수사 당국이 제기한 혐의까지 고스란히 안고 앞날을 살아가야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윤 전 대변인도 결국 미국 쪽 경찰 조사를 위해 현지에 출두할 결심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그와 함께 일했으며 최근 사정에 대해서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는 최근 "(윤 전 대변인은) 국내에 있는 미국 변호사와 함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미국에 직접 갈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을 진행하면 1~2년은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되도록 재판을 받지 않는 쪽으로 변호사가 노력하고 있다더라.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잘돼간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재판을 받지 않는 방향'에 대해선, 미국의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취할 수 있는 '항변 없음'(no contest plea)의 조처로 보는 사람이 많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지도 않지만, 무죄라고 항변하지도 않는 방식이다. 대신, 검찰이 제시하는 사회봉사 명령 등의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일종의 '플리바게닝'(양형 거래), 곧 검찰과의 합의인 셈이다.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이나 시간적 부담을 덜기 위해선 시도해볼 만한 실리적 방법이다. 물론 피고인이 어떻게든 재판을 통해서라도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경우에는 이런 방식을 취할 리 없다.

근래 워싱턴에선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역의 유명 미식축구 선수인 앨버트 헤인즈워스는 2011년 2월 발생한 호텔 여종업원에 대한 성추행 사건으로 같은 해 4월 기소됐다. 넉 달 뒤 재판 시작 하루 전, 헤인즈워스는 '항변 없음'을 선언했다. 검찰은 18개월 안에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하고, 알코올중독 및 정신 검사를 받을 것 등의 조건을 걸었다. 헤인즈워스는 이를 모두 완수했고 지난 2월 그에 대한 기소 기록은 소멸됐다.

윤 전 대변인과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왕래해온 한 인사는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택에 칩거 중인 그의 근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전화 통화는 가끔 하지만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본인이 밖으로 나오는 걸 꺼린다. 내가 '나와서 돌아다녀야 한다'고 하면, 지친 목소리로 '그래, 좀 두고 보자'라고만 한다. 바깥 생활을 하지 않고 폐인처럼 안으로만 침잠하면서,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강용석처럼 화려한 권토중래? 

<한겨레21>은 사건 이후 윤 전 대변인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그는 응하지 않고 있다. 세간에는 성희롱 논란 속에 완전히 무너졌다가 최근 종합편성채널 출연으로 사실상 '부활'한 강용석 전 의원처럼, 윤 전 대변인 역시 화려한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을 거란 이야기도 있다. 다만, 그마저도 어차피 현재의 사건은 털고 가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과연 그는 바깥 공기를 맛볼 것인가? 미국에서? 또는 한국에서?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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