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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은 밑빠진 독"..지자체, 35조 복지예산에 신음

입력 2013. 07. 16. 17:35 수정 2013. 07. 1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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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기초연금 도입땐 5천억이상 추가부담 서울 양육수당 중단 예고에 "주소 바꿀래요"

◆ 위기의 지방재정 ② ◆

2000여 명의 노숙인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충북 음성군의 꽃동네. 이미 사회복지시설의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로 규모와 역사 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랑하지만 시설 운영은 삐걱거리고 있다. 꽃동네는 2011년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추가 시설 신축을 건의했으나 음성군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 시설을 지으면 연간 21억원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올해 꽃동네 운영비 246억원 중 음성군에서 26%인 64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음성군은 자체 복지예산 가운데 30%가 꽃동네 단일 사업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지자체가 복지비용을 떠맡아서는 제대로 된 복지정책이 실행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자체들이 복지 예산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복지행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가 무상보육 추진이 어렵다고 백기를 든 후 복지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지자체들의 모습은 이미 일상이 돼버렸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지자체가 35조원의 사회복지예산을 쓰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허약한 재정구조는 곧바로 복지의 불안정성과 연결된다. 국고보조금, 지방교부세, 분권교부세 등의 명목으로 1년에 100조원 가까이가 이미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전되지만 지자체들의 재정난 호소는 계속되고 있다. 비효율적 사회간접자본(SOC) 지출과 개발사업이 여전한 시점에서 연간 10% 이상씩 늘어나는 복지사업은 지자체의 재정난을 더 심화시킨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지자체의 사회복지예산은 35조원으로 총예산에서 22.3%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90%가 국비-지방비 매칭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고보조사업이다. 국고보조사업에 대응되는 지방비 부담은 올해 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 늘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0~5세 아동에게 가정양육수당이 도입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내년에는 지금보다 액수가 최고 2배 늘어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기초생활제도도 개편해 매칭 사업에 들어가는 지방비 부담이 최소 11조원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 속에 복지사업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양호한 서울시조차도 9월이면 보육료와 양육수당이 바닥난다며 중앙정부의 추가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인희 씨(가명)는 "올해 초 양육수당을 지급한다고 해서 주민센터에 가서 기껏 신청을 했더니 반 년 만에 중단된다는 뉴스에 어이가 없다. 만일 서울에서 양육수당이 중단되면 친정인 강원도에 잠시 주소를 옮겨서 다시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양육수당예산을 지난해 기준(0~2세 소득하위 약 15%)으로 설정해 필요한 재원보다 크게 부족하게 편성했다"며 "다른 시도는 모두 적어도 소득하위 70% 수준으론 편성하고 추경예산도 편성하기로 했는데 서울시만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자체로 이양된 복지사업이 재정 문제와 무관심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특히 노인ㆍ장애인ㆍ정신요양 사업은 분권교부세를 크게 상회할 정도로 지방비 부담이 늘어나자 지자체장이 아예 시설투자를 방치하고 있다.

전국에 소재한 390개의 양로시설 중 지자체에서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는 양로시설은 70개에 불과할 정도로 지자체들은 시설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인ㆍ장애인 단체와 지자체 양측이 시설 사업을 하루빨리 국고사업으로 환원해 취약계층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지라고 요구한다.

이창균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복지사업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의 기능을 명확히 해주고 자기사업의 영역을 확실히 해줘야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자체별로 복지 수준과 세금 부담을 달리하는 수준까지 차별화해야 주민 선택의 폭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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