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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중국 관광객' 하루 1만명 '빛 좋은 개살구'

입력 2013. 07. 26. 10:30 수정 2013. 07. 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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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쟁 치열해 중국 손님 1명당 5만원 주고 사오기?관광객 늘어도 제주도민 보탬 '냉무'…돈은 중국업체로 ▷ <한겨레 21> 기사 보기

제주. 섬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 효과다. 지난해에만 100만 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도를 다녀갔다. 올 들어선 하루에도 1만 명씩 찾는다. 아예 섬에 눌러앉는 중국인들도 늘고 있다. 흘러드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중국 자본 역시 끊임없이 제주로 몰려든다. 지금까지 이뤄진 투자 약속 규모만 해도 3조원이 넘는다. 거리는 늘 중국인들로 북적이고, 도내 곳곳이 중국 자본으로 개발되고 있다. 제주에는 중국인 관광객, 외지 인구, 돈이 넘친다는 뜻에서 '삼증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제주가 경제대국 중국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자,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제주 따라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에 흥분한 제주는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과 자본 유치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섬 주민들의 표정엔 나날이 어두운 구석이 늘고 있다. 도내 관광업계·학계·시민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연 지금 제주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겨레21>이 지난 7월14~17일 제주를 찾아 화려한 성과 뒤에 감춰진 속사정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_편집자

숨 막힐 듯 무더운 날이었다. 바람과 구름 한 점 없이 햇빛만 강하게 내리쬐던 지난 7월15일. 제주국제공항 입국장으로 한 무리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우르르 들어섰다. 중국 여행사가 제공하는 3박4일 일정의 한국 관광여행이 곧바로 시작됐다. 가이드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이 없는 조선족 청년이 맡았다. 이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10분가량 이동해 해안도로의 한 음식점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음식점 바로 옆 목욕탕에서 2시간 동안 사우나를 즐겼다. 그러고는 시내 외곽의 한 테마형 박물관을 30분간 관람한 뒤, 신비의 도로로 여겨지는 '도깨비도로'에서 10분간 머물며 사진을 찍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도내 한관광호텔에 짐을 풀었다. 제주 일정의 끝이었다. 이들은 서울에서 쇼핑과 관광을 즐기기 위해 다음날 아침 7시 서둘러 제주를 떠났다.

  후발주자가 택한 전략 '손님 사오기'

중국인들의 제주 관광 일정에 정작 '제주'는 없었다. 시작부터 그랬다. 중국인 관광객은 중국의대형 여행사(아웃바운드 여행사)가 현지에서 모집한 일행이다. 제주 현지에선 도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의 중소형 여행사(인바운드 여행사)가 관광 일정을 도맡았다. 도내 중국 여행사들은 조선족 등 중국인 가이드를 고용하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제주를 찾는 전체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 80% 이상이 이런 방식으로 제주 관광을 하는 것으로 현지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는 108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처음으로 연간 100만명 시대를 열었는데, 이 중 86만 명 이상이 도내 중국 여행사를 통해 제주를 관광하고 돌아간 셈이다. 현재 도내에서 국내외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는 165개 여행사 중 중국 여행사는 20곳이 넘는다. 그나마 나머지 중국인 관광객의 10~15%는 하나투어 등 국내 대형 여행사들이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와도 정작 도내 여행사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사 대표는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조선족 등 중국인 자본이 운영하는 (인바운드) 여행사가 도내 중국인 관광객 시장의 80~90%를 싹쓸이하고 있다. 특히 그중 90%를 1등 업체인 화청여행사가 독점하고 있다. 도내 토종 여행사는 끼어들 틈이 없다."

중국 여행사가 제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건 3년 전부터다. 그전에만 해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화교가 운영하는 여행사, 국내 대형 여행사, 도내 토종 여행사가 고루 나눠 유치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연간 10만 명 안팎에 그쳐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대부분의 여행사는 일본과 국내 단체관광객 모집에 집중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20~40%씩 늘어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10년부터는중국인 관광객만을 겨냥한 중국 여행사가 제주에 속속 상륙하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손님을 사야 한다. 1인당 만원에서 5만원까지 불을 준다. 그러면 이드들은 투자금을 수하려고 하루 종일 님을 쇼핑센터로 데리고 다닌다. 한 쇼핑센터에서라도 목표랑을 채우지 못하면 자기 돈으로 '빠킹'(일종의 벌금)을 물어주기도 한다." -한 가이드

그 뒤 중국 여행사들은 무섭게 세를 불려갔다. 후발주자인 그들이 택한 전략은 '손님사오기'였다. 중국 현지 대형 여행사는 손님에게 받은 여행상품 판매비에서 항공비 등을 떼고 지상비(숙박비·식대·입장료·가이드비 등 여행 진행비)를 도내 여행사들에 1인당 20만~40만원(3박4일 기준)씩 지급해왔는데, 도내 후발 중국 여행사들이 이 지상비를 일절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관광객 1명당 최고 40만원씩을 중국 현지 대형 여행사에 오히려 지급하기도 했다. 이른바 '인두세'다. 중국 대형 여행사들이 관광객을 도내 중국 여행사에 몰아주기 시작한 건 당연한 결과다. 제주의 관광업계 생태계가 한순간에 깨지게 된 배경이다. 한 여행사 직원의 설명이다. "3년 전만 해도 없던 관행이다.예를 들어 크루즈 관광(선박으로 제주에 들어와서 3~6시간 머물다 떠나는 관광상품)으로 들어온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우리가 안내한다고 치자. 예전에는 (중국 현지 대형여행사로부터) 1인당 지상비로 6만~8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600위안(약 14만6천원)을 오히려 줘야 한다. 총 20만원의 적자가 생기는 것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인두세가 250위안(약 4만5천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너무 커져서 버틸 수 없을 정도다."

'국제자유도시' 비전은 '중국의 휴양지'로

돈을 주고 중국인 관광객을 '사온' 중국 여행사들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무리수를 쓴다. 관광 일정은 돈이 거의 안 들어가는 관광지들로 채워졌고, 숙박이나 식사의 질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항공비까지 포함해도 30만~40만원대(3박4일 기준)의 저가 상품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쇼핑센터 방문 일정도 빼곡해졌다. 관광객이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사면 여행사는 대개 매출의 10~20%, 최대 50%까지 수수료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여행사가 판매하는 저가 관광상품의 경우, 3박4일 동안 적어도 5번은 화장품 가게, 헛개나무 판매점, 자수정 판매점, 잡화점 등에 들르게 돼 있다. 최근에는 가이드에게까지 인두세를 물리기도 한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없이 불법으로 일하는 조선족이나 중국인 유학생 등이 타깃이다. 한 가이드가 설명한 분위기는 이렇다. "가이드가 손님을 사야 한다. (돈을 쓸 것 같은) 등급에 따라 1인당 1만원에서 5만원까지 선불을 준다. 그러면 가이드들은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하루 종일 손님을 쇼핑센터로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다. 그중 한 쇼핑센터에서라도 약속한 판매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자기 돈으로 '빠킹(일종의 벌금)을 물어주기도 해야 한다."

중국 자본은 아예 제주에서 새로운 관광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중국인들은 제주에 여행사를 차리는 것 외에도 쇼핑센터와 관광호텔, 음식점 등을 사들이고 있다. 현재 제주에 있는 쇼핑센터와 호텔 가운데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곳은 각각 14개, 13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중국인 여행사를 통해 들어온 뒤 중국인 쇼핑센터에서 돈을 쓰며 중국인 호텔에서 머물다 돌아가는 인프라가 구축된 셈이다. 또 다른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보자. "중국인 여행사가 직접 쇼핑센터와 호텔을 운영하기도 한다.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 다시 중국 업체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제주도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도내 업체 중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혜택을 보는 건 관광버스 업체와 일부 숙박시설, 음식점 정도다."

이처럼 중국 자본 중심의 새로운 관광생태계가 뿌리내리게 된 배경엔 제주특별자치도의 빗나간 정책도 한몫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제주도에는 (중국인 관광객) 머릿수만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여기저기서 엄연히 불법인 무자격 중국인 가이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도 '이들을 처벌하면 중국에서 관광객이 안 온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오상훈 제주대 교수(관광경영학)도 "도는 중국인 관광객을 무조건 많이 유치하려고만 했다. 중국인이 제주에서 품격 있게 관광을 하고 돌아가는지, 그 관광이 도민들에게 돈이 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당국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목매온 건 '제주국제자유도시 성공=중국인 관광객·자본 유치'라는 단선적 사고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2003년 수립한 1차 종합계획을 보면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관광·휴양을 기본으로 하면서 물류·금융·서비스까지 결합된 '복합형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금세 거창한 비전을포기한다. 2006년 발표한 '종합계획 보완계획'에선 제주가 물류·금융을 포함한 국제자유도시로 변신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관광·휴양 중심지'로 목표를 축소시킨다. 한발 더 나아가 2012년 내놓은 2차 종합계획에는 관광산업의 타깃을 꼭 집어 중국으로 정한다. 야심찼던 '제주국제자유도시' 비전이 '중국의 관광·휴양지'로 확 쪼그라든 것이다. 궁색한 처지에 몰린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라도 성과를 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증가율 -1.6%

2008년 제주도가 중국인은 비자 없이도 제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자, 무비자 혜택을 받기 위해 제주를 잠깐이라도 경유하려는 3~4시간, 하루짜리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객 수는 크게 뛰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여행사에는 인센티브로 1인당 1만~2만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지금도 중국 등 외국에서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항공 전세기(여행사 등이 임대료를 내고 빌려쓰는 비행기)에 대해서는 항공사나 여행사에 편당 300만원씩을 주고 있다. 직항 노선을 만들기 위한 조처다.

"도는 중국인 광객을 무조건 많이 치하려고만 했다. 국인이 제주에서 격 있게 관광을 고 돌아가는지, 그 광이 도민들에게 이 되는지는 각하지 않았다." -오상훈 제주대 교수(관광경영학)

과정이 어찌됐든 제주도의 전략은 통했다. 2009년 26만 명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08만 명으로 4배 늘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1%에서 64%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벌써 64만 명의 중국인이 제주를 거쳐갔다.

그럼에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제주의 주력산업인 관광산업의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2002~2010년 연평균 4.2%에 그쳤다. 다른 지역의 주력산업 성장률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중국 관광객의 경우 상당 부분 서울에서 쇼핑을 하거나 저가 여행상품을 이용함에 따라 관광객 증가가 관광지출 증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광산업의 대표적 수혜 업종인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분야의 취업자 수 증가율도 2002~2011년 연평균 -1.6%로 전국평균(-0.7%)보다 오히려 낮았다. 중국인이 주로 찾는 쇼핑센터나 호텔엔 중국인이나 조선족이 주로 채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총관광수입이 2009년 2조8282억원에서 지난해 5조529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중국인이 중국 쇼핑센터와호텔 또는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에서 쓴 돈이 많아 관광수입의 상당수는 역외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고태호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관광수입이 역외로 유출되면 지역 소득이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러다보니 도민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아무리 늘어도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 7월8~10일 제주시의 중국인 거리로 불리는 '바오젠 거리'에 들어선 101개 상점의 주인·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과 상인들의 체감 경기 간 괴리가 확연히 드러난다. 일단 응답자의 77%는 '중국인 손님이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매출이 늘었다'고 답한 상인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매출 증가율이 10% 미만에 그친다'고 한 응답자가 63%에 이른다.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내국인이나 다른 외국인 손님만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하는 상인도 여럿이었다. 고성철(가명)씨는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고 있다. 중국인이 많이 오면 가게가 지저분해진다. 그리고 늘 덤을 요구한다. 한 사람 돈을 받으면 또 다른 사람은 공짜로 달라고 해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중국인 손님은 받지 않는 가게도

제주도는 올해도 외국인 관광객 2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지난해보다 30%나 늘려잡은 수치다.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적어도 30% 늘어난 140만 명은 찾아와야 달성 가능한 목표치다. 저가 중국인 관광상품이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오랜 관광생태계만 무너뜨린다는 비판에도, 제주도는 '다다익선' 전략을 수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의 존재 이유는 사람과 자본, 상품 이동이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 일부 관광 수입이 제주도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건 국제자유도시의 성격이다."

그러나 오로지 양적 목표만 좇는 개발 논리는 제주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남길 것이란 근본적 비판도 나온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의 지적은 이렇다. "무차별적으로 중국인 관광객과 자본만 유치하려 한다면 제주는 중국의 휴양도시인 마카오가 될 거다. 이 과정에서 자연경관은 훼손되고, 오·폐수는 늘어나며, 지하수는 고갈된다. 섬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환경적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제주가 중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면서도 기회비용은 줄이는 황금비율을 고민해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중국인 관광객 하루 1만 명 시대'는 제주의 미래가 아니라는 얘기다.

제주=글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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