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의 품격, 궁중떡볶이
새빨간 고추장으로 매콤달콤 맛을 낸 국민간식, 바로 떡볶이다. 그런데 떡볶이가 빨갛게 변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떡볶이의 원조 양념은 바로 간장이다. 현재 고추장떡볶이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간장떡볶이는 궁중에서 즐겨먹던 별식이다. 길거리음식의 대명사인 떡볶이가 조선시대에는 제법 귀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그런 이유에서는 현재 간장떡볶이는 '궁중떡볶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조선시대에 사용하던 명칭은 떡찜, 떡잡채, 떡전골 등이다.
궁중의 음식이었던 만큼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다. 쇠고기, 표고, 양파, 당근 등 떡뿐만 아니라 각종 채소와 고기도 사용된다. 재밌는 사실은 단순히 재료를 선별한 것이 아니라는 점. 쇠고기와 표고는 검정색, 양파는 흰색, 당근과 홍고추는 붉은색. 풋고추는 푸른색, 황백지단은 노란색을 형상화 해 오행(五行)을 요리에 담았다. 이는 눈으로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컬러푸드의 개념이 도입된 영양학적 요리다.
궁중떡볶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800년대 말 조리서인 <시의전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흰떡과 등심살, 참기름, 간장, 파, 석이버섯, 잣, 깨소금 등을 이용해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간장으로 양념한 이 요리는 원래 파평 윤씨 종가의 음식으로 윤씨 가문의 간장 맛이 좋아 이를 이용해 소갈비에 들어가는 재료를 응용해 만든 것이라 전해진다. 이후 본격적으로 떡볶이란 이름이 문서에 등장한 것은 1942년 방신영이 저술한 <조선요리제법>에서다. 만드는 방식은 시의전서에서 설명한 것과 유사한 형태다. 현재는 고추장으로 양념한 떡볶이를 '떡볶이'라 부르지만 당시에는 '궁중떡볶이'가 '떡볶이'로 불린 것이다.
궁중떡볶이는 왜 현대의 떡볶이처럼 고추장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고추장의 역시가 된장이나 간장보다 짧거니와 매운맛이 사람을 흥분하게 해 정사를 돌봐야 했던 왕에게 고추장으로 만든 음식은 수라상에 별로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궁중떡볶이는 고기와 함께 채소를 곁들여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난 음식이다. 궁중떡볶이의 당근과 양배추가 만나면 비타민이 풍부해지며 조혈작용을 촉진하고,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 궁중떡볶이를 만들 때 당근은 기름에 살짝 볶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지용성인 당근의 베타카로틴의 흡수가 용이해진다. 팽이버섯의 미끈한 성분인 점액은 피부의 윤기를 주고 섬유질로 인해서 배변을 좋게 하는 효과로 인해 체내의 독소를 배출한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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