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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몽룡, 넌 성춘향" 연기지도 빙자 청소년 성추행

황보람 기자 입력 2013. 08. 14. 13:16 수정 2013. 08. 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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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지난해 11월 29일 A양(18)은 '춘향전'에 출연할 배우를 뽑는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B협회를 찾았다. 연극 연출자 임모씨(56)는 "춤 실력과 연기력을 자세히 본 다음 확답을 주겠다"며 3일 뒤 A양을 다시 불렀다. "섹스어필을 할 수 있는 옷을 준비해오라"는 이상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당초 A양이 받은 '세미 뮤지컬 홑·닿소리 춘향전' 대본에는 등장인물들 사이 성관계를 묘사하는 대사나 장면은 없었다. 불안함을 느낀 A양은 남자친구에게 사무실 근처에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다시 찾은 사무실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임씨 외에는 직원이 없었다. 임씨는 자신이 보는 앞에서 "준비해 온 옷을 입어 보라"고 지시했다. A양은 당황했지만 마지막 오디션이라는 생각에 거절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A양은 옷을 갈아입었다. 이 때부터 악몽이 시작됏다.

A양은 협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욕설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남자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A양은 "나가서 말할게요"라고 답한 뒤 연락이 끊겼다.

불안해진 남자친구는 사무실 앞까지 가 A양을 기다렸다. 사무실 안에서는 대사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디션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철제로 된 출입문은 번호키로 잠겨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 안에서는 이미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A양은 남자친구가 근처 교회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소리내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했다.

임씨는 대본 연습을 하기에 앞서 A양에게 콜라 한 컵을 건넸다. 콜라에서는 '술맛'이 났다. A양은 "술 아니냐"고 묻자 임씨는 "이런 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재차 권했다. A양이 다시 거부하자 임씨는 잔을 치웠다.

이후 임씨는 노골적으로 A양을 성추행하기 시작했다. 연기를 지도해 준다며 다가와 A양의 가슴을 만졌다. "나를 이몽룡이라고 생각해 보라"면서 키스를 하는 시늉을 하더니 A양을 껴안고 입을 맞췄다. 이윽고 A양을 더듬으면서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성관계 경험이 있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임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급기야 A양을 사무실 안에 있는 임원실로 데려가 바닥에 눕혔다. 임씨는 A양 위로 올라가 자신의 몸을 댔다. A양은 극도의 두려움으로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사무실을 나온 A양은 곧바로 경찰에 임씨를 신고했다.

연기지도를 핑계로 청소년을 성추행한 연극 연출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연기를 지도해 주겠다며 청소년의 신체를 만지고 성행위를 묘사한 B협회 연출자 임씨에게 징역 1년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반성하기는 커녕 피해자와 남자친구를 '악의의 거짓진술자'로 매도하고 시종일관 범행일체를 부인했다"며 "피고인에게 성폭력전과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전했다.

머니투데이 황보람기자 brid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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