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앙일보

전두환 자진납부, 검찰의 마지노선은 1000억?

이가영 입력 2013. 08. 16. 02:32 수정 2013. 08. 18. 10:09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전씨 측 "추징금 얼마 내면 되겠나"검찰 "최소 1000억은 돼야 않겠나" 검찰 전언 .. 연희동 "처음 듣는다"

전두환(82) 전 대통령 측이 미납 추징금 1672억원 중 일부에 대한 자진 납부 의사를 검찰에 타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액수가 얼마인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측은 최근 가족회의를 열어 미납 추징금을 네 자녀(아들 재국·재용·재만과 딸 효선씨)와 처남 이창석(62)씨 등이 자진 납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어 이창석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직전 대리인을 통해 검찰에 이와 관련된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수사가 전 전 대통령의 아들들인 재국(54)씨와 재용(49)씨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자 위기감이 작용한 것 같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이 구상 중인 자진 납부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 자진 납부 의사를 내비치며 "100억~200억원 정도를 내서는 국민의 감정만 더 나빠지지 않겠느냐. 어느 정도가 돼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 측에선 "최소 1000억원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검찰 측은 심리적 마지노선을 1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가진 돈이 많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자진 납부 가능성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법률 조언을 하고 있는 신영무 변호사도 "그 같은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 낼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출판사 시공사를 운영하는 장남 재국씨는 최근 한 지인에게 "시공사가 빚이 많다. 내가 재판에 회부되면 변호사 비용을 대기 위해 회사를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미납 추징금 환수가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마당에 일부를 자진 납부받고 수사를 마무리한다면 국민 여론이 이를 받아들일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사 거액을 납부하더라도 "그동안 검찰은 뭐했느냐"는 질타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또 환수팀이 이미 수사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전 전 대통령 측이 자진 납부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대규모 자진 납부가 이뤄진다면 수사가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이미 수사 과정에서 나온 범죄 사실을 묻어두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수사팀(팀장 김형준)은 지금까지 확인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환수를 위해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우선 환수 대상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채권으로 산 것이 확인된 차남 재용씨의 서울 이태원 빌라 세 채다. 재용씨가 현재 살고 있는 최상층 펜트하우스는 자산관리공사 공매를 거쳐 대금을 국고로 환수하면 된다. 하지만 이미 팔아버린 두 채는 절차가 복잡하다. 법적으로 재용씨가 받은 매각대금만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일부러 빼돌린 것"이란 논리로 매매 취소(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남 재국씨로부터 압수한 미술품의 경우 전 전 대통령 비자금에서 유래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기대와 달리 가치는 크지 않다고 한다. 이 역시 공매 절차를 밟아 비자금 투입 비율을 계산해 환수하면 된다. 전 전 대통령이 조카 이재홍(57)씨를 통해 차명으로 보유하다 최근 매각한 서울 한남동 땅 매각대금도 일부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공매대상의 소유주는 자신'이라며 '제3자 이의' 소송과 공매절차 정지신청을 낼 가능성도 있다. 소송이 제기되면 공매절차는 일단 중지된다. 법원에서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 심리해야 한다.

 한편 서울시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4월 이씨가 오산시 양산동 소재 임야를 팔면서 발생한 체납 세금 10억6000만원을 징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가영·이동현 기자 <idealjoongang.co.kr>

관련기사

▶ "전두환, 퇴임 후 8년간 차명계좌 총 3만개"

▶ 검찰, 전두환 처남 이창석 '불법증여' 정황 포착

▶ "이창석, 오산 땅 팔아 전씨 측에 최소 300억 줘"

이가영.이동현 기자 ideal@joongang.co.kr

▶이가영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ideallee/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