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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댓글 활동, '업무 매뉴얼'까지 있었다

입력 2013. 08. 26. 08:30 수정 2013. 08. 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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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CCTV 찍히는 카페 계산대 옆 자리는 피하라"

검찰, 심리전단 직원들 조사 과정에서 확인

게시 목록·개수, 윗선 거쳐 원세훈에 보고돼

국가정보원이 심리전단 직원들한테 정치 및 선거 관련 게시글·댓글 활동을 시키면서 '폐회로텔레비전(CCTV) 감시가 이뤄지는 자리는 피해서 활동하라'는 등의 자세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은 매일 자신들이 작성한 게시글 목록 등을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을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에 투입하기에 앞서 '업무 매뉴얼'을 작성해 교육했다. 업무 매뉴얼에는 '외부에서 사이버 활동을 할 때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이용하지 말 것', '국정원 청사 근처에 있는 카페는 출입을 자제할 것', '카페 이용시 폐회로텔레비전 감시가 주로 이뤄지는 계산대 인근 자리를 피할 것' 등 세세한 활동 및 보고 방식이 담겼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보기관은 어떤 업무를 할 때 활동 및 보고 수칙 등을 정교하게 만든 뒤 업무를 시작한다. 절대로 업무를 직원들의 재량에 맡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은 업무 매뉴얼에 따라 활동한 뒤 그 내역을 날마다 상부에 보고했다. 보고 내용은 자신들이 작성한 인터넷 게시글의 목록과 개수, 활동한 인터넷 사이트의 특이동향 등이었다. 직원들의 활동 내역은 '파트장-사이버팀장-심리전단장-3차장'을 거쳐 원세훈(62) 전 국정원장한테 보고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도 국정원 심리전단의 업무 매뉴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확인해줄 수 없다. 하지만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이같은 활동이 이뤄졌다는 걸 입증할 여러 증거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은 원장의 지시가 없는데도 알아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 발표 때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기보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기소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댓글 작업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정치 개입과 선거 개입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국정원장의 지시와 직원들의 댓글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공판은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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