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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새누리 무상보육 갈등의 전말과 진실

김봉수 입력 2013. 09. 08. 08:31 수정 2013. 09. 0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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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부ㆍ새누리당과 서울시 간 무상 보육 예산 갈등이 치열하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책정해 놓은 올해 무상보육 예산이 9월부터 부족해지면서 촉발된 이 갈등은 지난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 "모자라는 예산은 200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새누리당ㆍ정부가 "정치적 의도가 담긴 박 시장의 원맨쇼"라고 강력 비판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ㆍ여당의 약속 미이행으로 발생한 일로 무상보육 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문제제기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무상 보육 예산 갈등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책임 소재의 규명이 필요하다. 과연 새누리당의 말대로 박 시장이 '영유아'를 볼모로 정치쇼를 벌인 것인지, 아니면 박 시장 측의 말대로 박 대통령ㆍ정부ㆍ여당의 무책임 때문에 발생한 일일까? 이번 무상 보육 예산 갈등의 주요 쟁점을 둘러 싼 양측의 주장을 살펴 보자.

◇국고보조율이냐 국고보조기준율이냐?

이번 갈등의 표면적인 최대 쟁점은 무상 보육 예산의 국고보조 인상이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지난 6일 오후 공식 논평을 내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상보육에 대해 중앙정부가 20%만 지원하고 있으니 이것을 40%까지 늘려달라는 잘못된 사실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중앙 정부가 이미 예비비와 특별교부금을 통해 서울시의 전체 무상보육 예산 중 42%를 지원하고 있는데, 박 시장이 마치 20%만 지원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에 대해 "용어의 차이에서 빚어진 일로 우리 요구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의 설명을 들어보면, 일단 정부가 결산 기준으로 서울시 보육 예산 중 42%를 지원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서울시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후 집계 기준의 국고보조율이 아니라 관련 법상 국고보조기준율의 인상이다. 쉽게 설명하면 현재 정부는 서울시에 대해 일단 무상보육 예산의 20%만 지원해준 후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 특별교부금과 예비비 등을 통해 보전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를 총집계하면 올해 무상보육 예산의 약 42%를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러나 서울시의 요구는 '일부 지원 후 모자라는 액수에 대해 특별교부금ㆍ예비비를 통해 보전해주는 현행 방식을 개선해 아예 예산 수립 단계에서부터 국고보조금 비율을 20%→40%로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기왕 예산을 보전해줄 바에야 지자체들이 무상보육 예산이 모자랄 경우 전전긍긍하지 않도록 정부가 좀 더 안정적인 예산을 지원해달라는 게 서울시 주장의 핵심이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우리 요구의 핵심은 무상보육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서 국고보조금 기준율을 인상해달라는 것"이라며 "올해도 봐라. 예산이 모자란데도 정부가 지자체들에게 '추경을 안 하면 정부 보조금을 안 준다'면서 쥐고 흔들지 않느냐. 시민들의 불안은 정부의 이런 태도 때문이다. 고정적으로 주는 예산을 늘려 지자체가 안정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현오석-박원순 면담 불발의 진실은?

이번 갈등에서 불거진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원순 시장의 면담 불발에 대한 공방도 오고가고 있다. 박 시장이 1300여억원의 올해분 양육비 국고보조금의 조기 집행을 위해 현 장관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현 장관이 만나주지 않았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이에 대해 재정부 측은 "현 장관이 러시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해야 했기 때문에 못 만나 줬을 뿐 일부러 안 만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측은 특히 지난 5일 박 시장이 2000억원 지방채 발행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중에 약속을 잡아 주겠다고 했는데도 면담 불발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다르다.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고, 특히 예산 일정상 9월분 양육비 지급을 위해선 지난 5일이 현 장관을 만나야 하는 마지노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장관이 뚜렷한 이유 없이 면담 요구를 외면했고 심지어 전화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육비 지급을 위한 예산 준비에 시간이 들기 때문에 늦어도 지난 5일까지는 대책이 세워졌어야 했다. 그래서 그 이전에 만나자고 요청했지만 현 부총리는 면담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러시아로 해외 출장을 가버렸다"며 "다음 주에 보자는 얘기를 했다는데, 그건 사실상 만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전화 통화라도 하자는 제안까지 했지만 그것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전화 통화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남아도는 3조원 예산으로 해결하면 된다?

새누리당은 박 시장이 2000억원의 지방채 발행 계획을 밝히자마자 "서울시의 지난 3년간 불용예산액이 3조3780억원에 이르는데 돈이 모자라서 빚을 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는 비판을 퍼부었다. 불용예산이란 쓰겠다고 잡아 놓은 예산 중 사업계획 취소나 변경 등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2012년 불용사업 5개에 대해 2013년 예산을 적게 편성하지 않은 채 오히려 1920억원을 늘려 편성했다"며 "결국은 어떤 부분에는 항상 불용액이 있게 하고, 보육예산은 과소편성해서 나중에 지방채를 발행하겠다는 얘기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예산의 기본도 모르는 얘기"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불용예산은 기본적으로 각 사업 별로 용도가 정해진 예산이기 때문에 이를 당해 연도에 다른 예산으로 전용해 쓴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일이고, 또 그동안 결산이 끝난 후 파악된 불용예산의 대부분을 이미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해 남는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창학 서울시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세입결손액을 무시하고 세출예산 불용액만을 따져서 불용예산 3조3000억원을 서울시가 마치 숨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왜곡하며 사용가능 재원이라고 주장한 것은 의도적 왜곡으로 무책임하다"며 "새누리당도 서울시의 재정상황을 모르지 않을 텐데, 몇 년간의 3조3000억원을 당장 쓸 수 있는 돈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 돈 없다는데 민주노총 15억원 퍼주기?

이번 논란 와중에 한 언론보도로 서울시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15억원의 예산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옳다구나' 싶었던 새누리당은 원내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석기 통합진보당 무장테러 음모사건'을 계기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좌익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이 시점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통진당의 근거단체인 민노총에 예산을 대폭 늘려 지원한 것은 참으로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 "보육비지원은 9월에 파산된다고 주장하면서 좌익노조인 민노총에 대한 예산 지원은 대폭 증가시킨 것은 박원순 시장의 시정이 좌편향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자 해당 단체인 민주노총은 물론 서울시, 민주당 등이 발끈하고 나섰다. 예산 갈등에 색깔을 입힌 '신종 매카시즘'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좌익노조', '좌익단체', '통진당의 근거단체' 등 사실과도 다르고 명예훼손이 분명한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색깔공세를 펼쳤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도 이창학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 "국회가 제정한 근로복지기준법과 예산편성지침 등에 따라 2013년 예산으로 적법하게 편성, 의결해 집행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민주노총에 대한 지원은 고용노동부는 물론이고 부산, 경남, 인천, 광주 등 타 시도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데 유독 서울시 예산 집행에 대해서만 선심성 예산, 좌편향 운운하는 것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잃은 시각을 보인 것으로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 박원순 시장의 정치쇼ㆍ포퓰리즘?

이번 논란은 결국 당사자들의 의도 여부와는 관계없이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박 시장이 정치적으로 이번 갈등을 이용해 '무상보육' 등 복지 정책의 전도사로 이미지를 확고히 해 내년도 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결국 서울시의 보육비 예산 부족은 박근혜정부에 책임을 돌리고자 하는 정치적 행위였다"며 "지금이라도 박 시장은 하루속히 좌편향적이고 관행에 사로잡힌 서울시의 잘못된 예산 편성을 바로잡아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 시장의 정치적 행위로 인해 서울시의 소중한 아이들의 보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보육대란이 야기된다면 이는 전적으로 박원순 시장의 책임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번 무상보육 논란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5일 지방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결국 서울시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참 궁금하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은 이후 몇 곳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확보 요구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정치권에 들어와 보니까 정말 때로는 비애감과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며 "이런 문제는 서로 비난하고 욕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정말 제대로 보육받고 케어받을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본인은 무상보육의 안정적 시행을 위한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했을 뿐인데, 오히려 새누리당 측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또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도 "무상보육은 결코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 키우는 일, 우리 아이 돌보는 일이 어찌 정치적 논쟁이 될 수 있겠느냐"며 "(어려운 사정을) 호소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돌아온 것은 중앙 정부의 외면과 정치권의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이었다. 심지어 이 정부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 장관은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무상보육 갈등으로 정치적인 쇼를 했다는데 냉정하게 말해 정치적으로 따졌을 때 손해를 봤으면 봤지 이득을 본 것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너무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바람에 무상보육 정책의 지속성 여부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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