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들 지속적 집단 성추행, 피해 병사는 정신 질환

김여란·홍진수 기자 2013. 9. 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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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전방의 한 보병 사단에 배치받은 김모 일병이 전입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구타에 시달려 온 사실이 밝혀져 조사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일병은 몇 차례 자살 시도를 했고 정신질환 판정을 받았다.

김 일병이 부대에 전입한 직후부터 4달 동안 선임 10명은 김 일병의 특정 신체부위를 때리거나 만지는 방식으로 김 일병을 괴롭혀 왔다. 수술용 칼과 가위를 들이대며 위협하기도 했다.

구타까지 이어졌지만 김 일병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김 일병은 어머니 앞에서 "나 좀 구출해 달라. 내 얘기를 알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일병은 결국 수 차례 자살 시도까지 한 뒤에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판정을 받은 상태다.

조사를 통해 김 일병에 대한 가혹 행위를 확인한 인권위는 해당 부대 전역자로부터 이곳에서 성폭력이 이전부터 지속돼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김 일병 사건만이 아니라 해당 부대의 성폭력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직권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일부 성추행 혐의가 확인된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최종 조사결과에 따라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과 2011년 육군 성범죄 피해자는 총 480여명으로, 이 중 3분의1이 남성이다. 지난 2011년에는 처음으로 국가보훈처가 군 복무 중 해병대 부대 참모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의병 제대한 일병을 국가유공자로 판정하기도 했다.

<김여란·홍진수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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