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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학사의 '학도병 이우근' 구글서 찾아 쓴 엉뚱한 사진

김진우 기자 입력 2013. 09. 12. 06:03 수정 2013. 09. 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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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영웅미화 급급 기본적 사실 확인도 안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영화 < 포화 속으로 > 주인공의 실제 인물인 학도병을 소개하면서 전혀 엉뚱한 사진을 싣고 있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한국전쟁 영웅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앞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마저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우근은 서울 동성중 3학년 때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참전해 8월10일 다른 학도병 70명과 함께 포항여중 앞 전투에 참여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학도병 이우근'으로 소개된 사진.학도병들은 8월11일까지 11시간30분 동안 수적으로 우세한 북한군의 진격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우근을 포함한 48명이 전사했다.

이우근의 시신을 수습하던 중 그가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가 발견되면서 한 젊은이가 겪어야 했던 동족상잔의 고통 등이 공감을 얻게 됐다. 이우근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2009년 포항시 용흥동에 '편지비(碑)'가 세워졌다. 2010년에는 영화 < 포화 속으로 > 가 제작됐고, 전쟁기념관 등에도 소개됐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313쪽에 '이야기 한국사-학도병 이우근'이라는 코너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도병 이우근'이란 사진을 싣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은 털모자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오른쪽 어깨에 소총을 멘 앳된 병사의 모습이다. 주변 배경은 눈이 내려 하얗다. 사진을 찍은 시기가 겨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우근은 8월11일 전사했으므로 눈밭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엉뚱한 사진을 '학도병 이우근'으로 소개한 것이다.

이 사진은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 사진자료실에 보관된 것으로, 작가 박도씨가 2004년 '오마이뉴스'에 '사진으로 보는 한국전쟁'을 통해 소개한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사진 출처를 '구글'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인터넷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사진을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교과서에 실은 것이다. 포항에 세워진 '편지비'에 이우근의 진짜 얼굴 사진이 게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검증조차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최소한의 의문을 갖고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것은 교과서 편찬의 책임의식과 역사를 대하는 기본 자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친일·독재 미화를 넘어 한국전쟁사의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한 교과서는 더 이상 존립 가치가 없으므로 마땅히 취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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