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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오니 설국열차 타라'? 엉터리 기사의 전말

입력 2013. 09. 12. 15:50 수정 2013. 09.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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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기자, 자신의 주장을 NASA의 발표처럼 보도북극해 얼음 작년보다 늘어났지만 줄어드는 장기 추세는 변함 없어 ▶ 물바람숲 더보기

"북극해에 얼음이 60%나 늘었다네요. 언제는 전부 녹는다더니…."

11일 오후 동료 기자가 포털에 인기검색어로 '북극해 얼음'이 떴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연, 포털에 줄줄이 올라 있는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지구가 더워지기는커녕 이제 곧 빙하기가 올 것이란 얘기도 있고,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설국열차 타야 하나" 등 흥밋거리 제목도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 매체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앙언론사와 방송사 인터넷판에도 이 뉴스가 실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 보도들은 엉터리이다.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얼음이 줄어드는 장기 추세는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더구나 지구 온난화가 중단되고 빙하기가 온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황당한 보도가 검증 없이 확산된 이유는 뭘까. 이 문제를 따져 보면 외신, 특히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첫 보도는 9월8일 오후 2시께 <뉴스1>이 한 것으로 <네이버> 뉴스 목록에 나와 있다. "북극 빙하 1년 새 오히려 60% 늘어…지구 온난화 맞아?"란 제목의 이 기사는 들머리에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위성사진을 비교한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이라고 돼 있어, 마치 기자가 전문가들을 직접 취재해 작성한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학설이 타격을 입고 빙하기가 올 것이란 엄청난 얘기를 하면서, 전문적인 해석을 한 그 기상학자의 이름은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사실, 기상학자를 들먹일 것도 없이 이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나사가 위성 촬영한 북극해 얼음 사진이다. 지난해 8월 조그맣던 얼음이 올 8월엔 제법 커다랗게 나와 있다. 이 얘기를 다룬 기사가 빠짐없이 나사의 위성사진 2장을 올려놓고 있는 것도 두 말이 필요없는 사진 효과 때문일 것이다.

첫 보도 후 묻히는 듯하던 이 소식은 이틀 뒤인 10일 <세계일보> 인터넷판이 "온난화라더니… 북극 빙하 되레 60% 늘어"라는 기사를 계기로 다시 살아난다. 이 기사는 출처를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임을 밝힌다.

그러나 나사의 사진이 워낙 압도적인 인상을 주었기 때문인지 이후에도 <동아> <중앙> <한국> 등 상당수의 매체의 인터넷판은 이 소식의 출처를 나사의 발표인 것처럼 보도했다. 물론 <데일리 메일>을 출처로 명기한 <조선> <경향> 등의 인터넷판도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사가 북극해 얼음 위성사진을 매일 찍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내용의 발표를 한 적은 없다. 영국의 한 기자가 나사의 자료를 이용해 나사의 의견과는 무관한 자신의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이 기사는 <데일리 메일>의 일요판인 <메일 온 선데이> 8일치에 실렸다. 보수적 논조의 이 신문은 약 200만 부를 발행하는 영국 최대의 일요판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정론지와 대중지로 성격이 명확히 구분되는 영국에서 대표적인 대중지이다.

다시 말해, <뉴욕타임스>나 <가디언>처럼 그 신문에 실린 것만으로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는 그런 종류의 매체가 아니다. 당연히 이런 신문에 실린 뉴스는 조심해서 다루는 것이 기자들의 상식이다.

게다가 <메일 온 선데이>라는 매체와 이 글을 쓴 기자인 데이비드 로즈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근거가 부족한 회의론을 주로 다뤄 서구에선 '악명'이 높은 사람이다.

라는 제목을 단 로즈의 기사는 부제목으로 "2012년 비해 100만 평방 마일 면적의 바다가 더 얼음에 덮여" "<비비시>는 2007년 지구 온난화 때문에 2013년 여름에 얼음 사라진다고 보도"라고 적었다.

기사를 보면, 이제 북극 항로는 닫혀 열리지 못할 것이며, 저명한 과학자들은 이제부터 금세기 중반까지 지구는 한랭기로 접어든다고 보고 있고, 이런 새로운 사태 때문에 유엔 '정부간 기후 변화 위원회'(IPCC)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나가자 기후 변화 회의론이 간신히 잠잠해지는가 싶던 미국과 유럽에서 민감한 반응이 나왔다. 새로운 논란이 불거진 것이 아니라, 근거가 희박한 터무니 없는 내용의 '흘러간 옛 노래'가 다시 나온 데 대해 개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톰 율스만은 <디스커버> 온라인판 9일치에 올린 글에 "기후 언론이 이렇다면, 누가 소설을 사 볼까?" 라는 제목을 달았다. 율스만은 미국 콜로라도 대 환경저널리즘센터 부소장인데, 30년 이상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사에서 환경과 과학 담당 기자를 한 사람이다.

그는 로즈가 전모를 보여주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데이터만 골라 이야기를 만드는 전형적인 오류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는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가 9월4일 발표한 자료 이다. 이 자료는 마치 이런 오보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이렇게 적고 있다.

(2013년 8월의 북극해 얼음 면적은) 1981~2010년 8월의 평균치보다 103만㎢ 작지만 전년도에 기록한 수준은 훨씬 넘어섰다. 2012년의 기록은 인공위성으로 9월에 관측한 기록 가운데 가장 작은 값이었다. 올해 8월의 북극해 얼음은 2008~2010년 사이와 비슷했다. 이처럼 해마다 얼음 범위에 나타나는 큰 차이는, 전반적으로 해빙 범위가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나는 연간의 변동성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이 센터가 발표자료에 첨부한 도표를 보면 북극해 얼음이 지난 30여 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지난해 기록적인 북극 얼음 감소를 보였다면 올해 얼음 면적이 작년보다 늘어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한 일이다. 지난해 데이터만을 가지고 올해와 비교해 놓고, 지구 온난화가 중단된다는 둥 한랭기가 온다는 둥 장기간의 추세를 얘기하는 건 억지에 가깝다.

다나 누치텔리 <스켑티컬 사이언스> 기자는 <가디언> 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기후 회의론자들이 어떻게 기후변화의 전체 양상 가운데 입맛에 맞는 부위만 잘라내 자의적 주장에 이용하는지를 그래프로 보였다.

■ 기후 회의론자들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편리한 방식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의 자료를 보면, 올해 북극해 얼음이 지난해보다는 넓지만 장기적인 평균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 8월 얼음 면적은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6번째로 작은 수준이라고 이 센터는 밝혔다.

그 이유는 온난화 와중에도 우리나라의 겨울이 부쩍 추운 것과 마찬가지의 변동성 때문이다. 북극점 부근은 올 들어 매우 추워 1981~2010년 평균보다 0.5~3도가 낮았지만 북극해 해안에서는 평균보다 2도 높은 온도를 보였다.

제5차 평가보고서 발표를 앞둔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가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보도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치텔리는 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에드 호킨스 영국 리드 대 기후학자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지난 목요일 로즈 기자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IPCC 절차와 '긴급' 회의가 없었다는 얘기를 했다."

다행히 북극해 얼음 감소에 관한 보도는 12일 들어 잠잠해졌다. 이날 오전 <한국방송> 인터넷판은 나사의 얼음 증가 사진을 소개하면서도 오미림 국립기상연구소 박사를 인터뷰해 "북극 얼음 면적은 줄었다 늘기를 반복하면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장기추세로 봤을 때 해빙의 면적이나 부피가 모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올해 면적이 다소 늘어났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아뿔싸, 어찌된 일인지 내용을 제대로 짚은 이 기사에도 전날의 모든 잘못된 보도와 똑같은 제목이 달렸다. 기사는 "지금 추세라면 지구 기온이 2도가량 상승하는 2040년대엔 북극의 빙하는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라고 마무리했는데, 제목은 "북극해 얼음, 지난해보다 60%↑…빙하기 오나?"라고 적고 있다.

그렇다면 이건, 기후 변화나, 외신 보도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보도와 선정적 제목의 문제가 아닌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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