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대치' 때.. 심리전단선 민주당 비판글 올렸다

류인하 기자 2013. 9.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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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원세훈 4차 공판서 밝혀'무고한 직원 감금' 여론몰이

민주통합당 등 야권 관계자들과 대통령 선거 관련 댓글달기 의혹을 받던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29·여)가 김씨 오피스텔 앞에서 대치할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인터넷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62·사진)에 대한 4차 공판에서 검찰은 "2012년 12월11일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점거 이후 시점에 심리전단이 인터넷에 '민주당이 선거 주도권을 잡으려고 무고한 국정원 직원을 감금했다'는 내용의 인터넷 게시글을 작성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주장하는 북한의 대남 사이버공격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기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인터넷 댓글활동에 국정원 직원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최영탁 전 심리전단 팀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심리전단이 국정원 여직원이 무고하게 감금됐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려 민주당에 불리하고, 새누리당에 유리한 사이버 활동을 벌인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 전 팀장은 그러나 "저희 방에서는 한 적 없다. 지시한 적도 없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미 관련 정황과 증거가 파악됐다"며 "게시글의 삭제와 계정탈퇴를 지시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지만 최 전 팀장은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또 심리전단이 지난해 10월 대선을 앞두고 < 개그콘서트 > 의 한 장면을 인용한 인터넷 게시글을 내부보고하는 등 북한과 무관한 주제를 다룬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0월18일 심리전단이 < 개그콘서트 > 에 출연한 개그맨 정태호가 '다음 대통령은 누구냐'고 묻자 방청객이 'ㅁ'이라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인터넷 커뮤티니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글을 보고서에 담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이종복 전 심리전단 기획관에게 " < 개그콘서트 > 가 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 전 기획관은 "이런 형식의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며 "개그맨의 대선 관련 발언은 안보 이슈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시인했다.

국정원 심리전단이 대선을 10여개월 앞둔 2012년 2월 이후 인터넷 포털 및 카페 등에 작성한 게시글 및 댓글을 조직적으로 모두 삭제했다는 검찰 주장도 나왔다.

검찰은 "다음 아고라에서 국정원 직원의 계정 및 아이디로 작성한 게시글이 2012년 2월 이전까지는 존재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이상하리만큼 전부 사라졌다"며 "이 글들이 총선이나 대선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삭제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 전 팀장은 그러나 "삭제와 관련된 것은 각 파트장이 알지 팀장은 모른다"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심리전단이 개인 블로그도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전단 전체 4개 파트 중 2개 파트가 북한 관련 게시글 확인 및 추적 등을 이유로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개인 블로그도 관리해온 것이다. 최 전 팀장은 "특정 블로그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블로그를 대상으로 활동해왔고,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세부사항은 모른다"고 말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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