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여성들 짓밟은 일본軍의 만행.. 네덜란드 피해자들 지금도 악몽 시달려"

파리 2013. 9.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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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8명의 수기집 '꺾인 꽃' 펴낸 하메씨

일본군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7)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가들이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일본의 과거 만행을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수요 집회를 갖는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인하면서 유럽에서도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럽의 대표적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활동가인 네덜란드의 마르게리트 하메(72· 사진)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만난 위안부 피해자는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 일본군이 강제로 자기들을 끌고 갔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것에 네덜란드의 피해자들도 큰 슬픔을 느낀다"며 "공식 사과와 법적 보상에 나서지 않는 일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일본이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한 국가이다. 일본군은 1942년 태평양전쟁 당시 네덜란드가 식민 지배하던 인도네시아를 공격해 점령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에 있던 네덜란드인 약 9만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거나 학살했고, 일부 여성은 군 위안부로 끌고 갔다. 일본은 당시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네덜란드 여성을 강제 매춘시킨 군인들을 처벌하기 위해 1948년 전범 군사재판을 열었고, 장교 7명과 군무원 4명에 유죄판결을 내렸다.

1941년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하메씨 역시 가족과 함께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경험이 있다. 1994년 일본피해보상기금(JES)에 가입하며 위안부 관련 일을 시작한 그는 지난달 네덜란드 위안부 피해자 8명의 경험을 담은 수기집 '꺾인 꽃(Geknakte Bloem)'을 출간했다.

하메씨는 "강제로 끌려간 여성 위안부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경험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일본 군의관들이 위안부들의 건강검진을 했는데, 처녀성을 검사한다며 강간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며 "그런 충격 때문에 피해자들은 평생 큰 후유증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위안부 피해자들도 대부분 과거를 숨기고 살고 있다. 일부는 주변인으로부터 '절개가 없는 일본인의 성 노리개'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메씨의 수기집에 등장하는 피해자도 모두 익명으로 증언에 나섰다. 그는 "일부는 결혼해 가정을 이루기도 했지만 수시로 과거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나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돕기 네덜란드 프로젝트위원회'의 의장을 지낸 하메씨는 은퇴 후 피해 여성의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하메씨는 요즘 피해자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이 일본 정부의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에도 아베 총리가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말했다가 사과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도 또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위안부 피해자들도 고령에 접어들며 계속 사망하면서 과거사를 증언할 생존자가 몇 명 남지 않았다. 하메씨는 하루라도 빨리 일본 정부가 사과하고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위해 한국 등 전 세계의 위안부 피해자 단체와도 협력할 예정이다.

하메씨는 곧 수기집 '꺾인 꽃'을 일본어로 번역해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일본 국민도 과거에 선조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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