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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이야기 그림책 '꽃할머니' 일본 출판 결국 무산

김범수기자 입력 2013.09.24. 20:33 수정 2013.09.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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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세력 반발이 큰 원인

작가 권윤덕씨가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낸 그림책 <꽃할머니>의 일본 출판(한국일보 8월 15일자)이 결국 무산됐다. 이 책을 번역해 내려던 일본 출판사가 우익세력의 압력 등을 이유로 3년 가까이 출간을 연기해오다 최근 최종적으로 출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꽃할머니> 일본 출판 작업을 진행해온 그림책 기획자 김장성씨와 권 작가는 24일 "이 책을 출간하려던 일본 도신샤(童心社) 대표와 기획에 참여한 일본 작가들이 22일 한국을 방문해 '출간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 책의 일본 출판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말했다. 출간 포기 의사를 전하기 위해 방한한 사람은 도신샤의 사카이 교코 회장, 이케다 요이치 고문, 작가 다바타 세이이치, 와카야마 시즈코씨다.

사카이 회장 등은 출간 포기의 이유로 출판을 저지하려는 일본 우익세력의 공격이 갈수록 심해지는데다 이 그림책 구성의 바탕이 된 심달연(2010년 별세) 할머니의 위안부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이들은 "'현재의 위안부 관련 운동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 일본의 다른 출판사로 옮겨서 내거나 한국에서 제작해 일본 내에 유통시키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의견도 밝혔다"고 권 작가는 전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책의 일본 출판이 전혀 없는 게 아닌데도 <꽃할머니>가 주목 받는 것은 이 책이 한중일 평화그림책 공동 프로젝트의 하나로 기획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그림책을 일본의 유명 출판사에서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판의 사회적인 의미나 파급력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의 일본판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일본에는 보수 자민당 정권이 들어서 우경화가 가속됐고 출판사에 대한 우익세력의 협박도 거세졌다. 우익세력의 소송에 대비해 군복 차림의 강제연행 그림을 민간인 복장으로 바꾸자는 일본 출판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권 작가는 그림 몇 곳을 수정까지 했다.

한중일 그림책 작가가 4명씩 참여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아 나라별로 4권, 모두 12권의 그림책을 만들고 이를 서로 번역 출간하자던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도 <꽃할머니>의 일본 출간 포기로 완결을 보지 못하게 됐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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