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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반값 등록금 연기, 고교 의무교육 '0원', 영·유아 무상보육 '찔끔'

오창민 기자 입력 2013. 09. 26. 22:52 수정 2013. 09. 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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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된 '박근혜 복지 공약'.. 지역공약도 후퇴

정부가 26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복지공약이 '공수표'가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은 시행을 미뤘고, 기초노령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은 제도 시행에 필요한 예산을 모두 반영하지 않았다. 124조원이 필요한 지역공약 이행도 불투명하다. 내년 예산으로 3조3000억원이 배정됐지만 이마저도 신규 사업 예산은 2.1%인 700억원에 불과하다.

내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8.7%(8조5000억원) 증가한 105조9000억원이다. 처음으로 100조원대에 진입했지만 전체 예산 대비 복지예산의 비중은 2014년 29.6%로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내년 증가분의 절반가량은 공적연금 증가액(3조3000억원), 건강보험 국고지원액(5000억원) 등 제도 운영에 따른 것이어서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가 나아졌다고 국민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초노령연금, 보육·양육수당 등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이 지난 5월 말 정부가 발표한 공약가계부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10조원 안팎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5조2000억원만 배정해 하위 70% 노인에게 차등지급하도록 했다. 반값등록금 공약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대학 등록금 총액 14조원 중 학생이 7조원을 부담하고 정부와 대학이 각각 4조원과 3조원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이번 예산안에는 교육부 요구분 1조6000억원 중 1조원가량만 지원이 이뤄졌다. 정부는 시행시기를 1년 늦췄을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재로서는 내후년 예산에 반영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고교 의무교육 예산도 빠졌다. 당초 공약집에서는 2014년부터 매년 25%씩 확대해 2017년에 전면 실시한다고 했지만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지방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떠넘긴 것인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갈등만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무상보육도 문제다. 정부는 영·유아 보육 국고보조율을 10%포인트만 높이기로 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고보조율이 10%포인트 오르면 7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무상보육사업에서 국가부담은 현행 3조7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중앙정부 인상분을 적용해도 내년도 무상보육 예산으로 3257억원이 더 필요하며, 이는 올해 부담한 추가 예산 2285억원보다 1000억원가량 큰 규모이다. 경기도와 인천·광주·대전시 등도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대로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20%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공약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3000억원 증가한 3조3000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지역공약 예산의 3조2300억원은 기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고 새로운 사업 예산은 700억원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는 "지역별 핵심·숙원 사업 1~2개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지원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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