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천주교, 탈핵 입장 공식 선언..탈핵정책 촉구

입력 2013.10.17. 11:59 수정 2013.10.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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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눈앞의 풍요에 취하지 말고 당장 결단해야" 한국인 124위 시복식 내년 열릴 듯..교황 방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천주교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핵발전 문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정부에 탈핵 정책을 촉구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17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핵발전이 우리나라와 세계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미래 세대에 큰 재앙을 물려준다는 우려에 깊이 공감한다"며 "정부는 탈핵 정책을 수립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힘써 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핵발전 문제는 이해득실에 따른 정책적 타협이나 강요된 희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국민 모두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절제와 희생을 포함하는 결단을 통해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지금 상황은 개개인의 이득을 따져 대안과 시기를 가늠할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당장 결단해야 할 일"이라며 "성경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처럼 닥쳐올 위험을 모르고 눈앞의 풍요에 만족하는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이런 입장을 담아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란 책자도 펴냈다.

이 책에서 주교회의는 핵 분야에서 정보의 독점과 왜곡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핵 관련 기초 정보와 핵사고의 심각성, 핵발전 찬성과 반대 입장 등을 두루 소개했다.

이 책은 "핵 문제는 안전, 환경, 경제, 대안 등을 주로 다루지만, 핵기술은 미래 세대와 생태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생활환경이기 때문에 비민주성과 불의, 진실 왜곡 등 사회적 함의와 반평화성까지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회는 정당하게 무력(폭력)을 쓸 수 있는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핵무기는 파괴력을 감안하면 정당성을 성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는 "핵분열과 융합 과정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은 원자력 발전이 아니라 핵발전이다. '원자력발전'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성과 가공할 파괴력, 회복 불가능한 영구적 폐해가 주는 공포심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핵무기'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거나 이를 이용해 핵무장 이데올로기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핵발전소 문제를 해결해 생명과 환경을 살리려면 개개인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삶의 스타일을 바꿔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교회의는 전날 열린 가을 정기총회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 준비위원회 구성을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맡도록 결정했다. 시복(諡福)은 성인 이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하는 것을 말한다.

윤지충 바오로 등의 시복 청원은 지난 3월 교황청 역사위원회와 최근 신학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추기경과 주교들의 회의' 심의만 남겨뒀다. 여기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 시복이 확정된다.

시복식은 로마 또는 한국에서 열리며, 한국에서 열릴 경우 교황이 방한해 시복식을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강우일 주교는 "내년쯤 시복식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간접적인 언질을 받은 상태다. 추기경회의를 마치면 세부 일정과 형식을 검토하게 된다"고 전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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