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서울경제

[갤러리산책] 신윤복의 월야밀회

입력 2013.10.21. 18:23 수정 2013.10.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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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인적이 끊어지고 보름달만 휘영청 밝게 비치는 야밤에 골목길 후미진 담 그늘 아래에서 남녀가 어우러져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 남자의 차림새가 전립을 쓰고 전복(戰服)에 남전대를 맸으며 지휘봉 비슷한 방망이를 들었으니 높은 신분이 분명한데, 이렇듯 길에서 체면 없이 여인에게 정을 주는 것은 긴 시간 만나볼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남의 사람이 돼 버린 정인을 못 잊어 줄이 닿을 만한 여인에게 사정해 겨우 불러내는 데 성공한 모양이지만 여기서 이렇게 다시 헤어져야만 하는 듯하다. 달빛은 교교(皎皎ㆍ하얗게 밝음)하고 밤이슬이 촉촉이 옷깃을 배어드는데 기약할 수 없는 만남을 약속하고 헤어져야만 하는 이들의 마음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혜원 신윤복(1758~?)의 전신첩(국보 제135호)에 실린 '월야밀회'는 조선 최초로 키스신을 다룬 그림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고의 화원답게 혜원은 농염한 그림에서도 격조를 잃지 않고 있어 단오풍정과 함께 대표작으로 꼽힌다. 오는 27일까지 성북동 간송미술관 가을정기전시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글=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사진제공=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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