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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등 산업용 전기 '도둑질' 사무실·골프장 등에 몰래 쓰다 적발

입력 2013. 10. 23. 08:20 수정 2013. 10. 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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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년간 9만여건 위반…산업용 비싸다더니 '자기모순' 드러내

기업들이 요금이 싼 산업용 전기를 연구시설·사무실·골프장 등에 몰래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엘지(LG)디스플레이 같은 대기업들도 여럿 적발됐다. 재계는 산업용 전기가 비싸다며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산업용 전기가 얼마나 싸게 공급돼 왔는지를 기업들 스스로가 보여준 꼴이다.

22일 <한겨레>와 김제남 의원(정의당)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기를 요금 수준에 따라 정해진 용도와 다르게 써온 위반 사례가 9만3091건에 이르고, 이에 따른 위약금이 1571억원에 달한다. 위약금은 부당 전용으로 덜 낸 요금의 두배를 물게 돼 있다. 2004년 8367건(위약금 32억6100만원)이던 전기 부당전용 사례는 2010년 1만4874건(430억2100만원)으로 급증했고, 2011년엔 1만2113건, 2012년엔 1만1188건을 기록했다.

이런 행위는 용도별 전기요금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판매단가를 보면, ㎾h당 주택용은 123.7원, 일반용은 112.5원이다. 이에 견줘 교육용(108.8원), 산업용(92.8원), 농사용(42.9원)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같은 기간 동안에 일반용 전기를 써야 하는 시설에서 산업용 전기를 쓰다가 적발된 사례는 2493건(위약금 346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전기요금을 덜 내려다 덜미를 잡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업용 전기는 제조업과 광업 등의 생산설비에 쓰도록 돼 있다. 10년 전만 해도 200건(2004년)에 그쳤던 산업용 전기 부당전용 사례는 2011년에 457건으로 불어났고, 올해도 8월까지 208건이 적발됐다.

주요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그룹이 계열사 6곳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SDI)는 산업용 전기를 연구·개발 시설에 사용하다 위약금을 물었다. 삼성토탈, 제일모직,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등도 산업용 전기를 전용하다 걸린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 계열사 6곳에 부과된 위약금은 모두 291억587만원이다.

엘지(LG)디스플레이는 직원용 기숙사에 산업용 전기를 쓰다가 적발돼 위약금(3199만원)을 물었고, 씨제이(CJ)건설은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골프장에 물을 대는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를 끌어 썼다. 또 이랜드월드(5490만원)와 인터파크(4556만원), 기아자동차(814만원), 에스앤티대우(398만원), 신세계건설(185만원) 등도 물류시설과 골프장·부품창고 등에서 무단으로 산업용 전기를 쓰다가 걸렸다.

김제남 의원은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미 원가 이하의 산업용 전기로 엄청난 혜택을 보고 있는데도 일반용 전기를 써야 할 곳에서까지 산업용 전기를 사용해 또다시 수백억원대의 이익을 챙기려 했다. 용도별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고 왜곡된 가격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어도 다음달 중으로 발표될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두고 산업용 가운데 특히 과도하게 낮은 경부하 시간대(밤 11시~다음날 오전 9시) 판매단가(㎾h당 61.8원)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재계는 이미 산업용 전기요금이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요금이 저렴한 농사용과 교육용 전기가 부당하게 사용되는 일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입쌀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농사용 전기를 쓰다가 물어낸 위약금만 17억원을 웃돈다. 수입쌀 보관 시설에는 일반용 전기요금이 적용된다. 또 경북 칠곡의 영진교육재단은 일반인 대상의 영어마을을 운영하는데 교육용 전기를 썼고, 충북 청원에 있는 공군사관학교는 교육용 전기를 골프장에 연결해서 쓰다 걸렸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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