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발언 논란] 文은 아니라지만 '대선 불복론'에 기름.. 당내서도 못마땅

박석원기자 입력 2013. 10. 24. 03:45 수정 2013. 10. 24.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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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책임론 털고 친노진영 정치재개 명분쌓기黨에선 "NLL 대화록 공개 주도 실책이어 또.."불복 정쟁화로 오히려 댓글 진상규명 차질 우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 성명으로 대선불복 논란이 가열되는 등 정국에 만만찮은 후폭풍을 불러올 전망이다. 대선불복은 아니라고 부연했지만 대선패배의 당사자가 논란에 기름을 붓고 정권의 정통성에 정면 도전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로 인한 정쟁화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적지 않고 여야 대치정국이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 위험하고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사실 당 지도부가 설훈 의원과 정세균 전 대표 등 당내 일각의 대선 불복 움직임을 급히 차단하고 나선 상황에서 문 의원이 초강수를 둔 배경이 다소 의문스럽다. 문 의원의 한 측근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지지층의 격앙된 감정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나오지 않고, 새누리당 일각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친노인사'로 모는 등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성명서 작성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대선 불복 논란을 부를 게 뻔한 작심 발언을 설명하기는 어려워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여권의 대선불복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초기에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문 의원 측근은 "새누리당이 궁색하니까 불복으로 몰아가는데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다. 2002년 대선이 끝나고 서울시 투표함을 열고 대통령을 탄핵했던 게 그 사람들"이라며 "당의 입장도 알지만 국민이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위중한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고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선 불공정론을 제기함으로써 지지층 결집과 친노 진영의 정치재개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문 의원은 이날 박 대통령을 부정선거의 수혜자로 지목함에 따라 자신과 야권을 최대 피해자로 규정했다. 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을 둘러싼 수세국면에서 빠져 나오고 지난 대선이 심각한 부정선거였음을 부각시켜 대선패배 책임론도 털고 가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부터 문 의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한길 대표 측 분위기도 냉랭하다. 문 의원이 NLL 대화록 공개를 주도해 실책을 한데 이어 또다시 당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 측은 성명서 발표 계획을 통보 받고 여러 통로로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실상이 드러나면서 민주당이 이니셔티브를 쥐어가는 상황에서 문 의원의 성명으로 대선불복 논란이 정쟁화하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국정원 대선개입 등도 어느 정도 사건의 총체적 실체가 드러나고 결론이 나와야 함에도 문 의원이 현재의 수준에서 대선불복을 부추기는 행동은 성급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의원은 "선수로 뛰었던 사람이 직접 나서서 부정이라고 떠들면 국민 중에 누가 승복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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