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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해진 예비타당성 조사..정치논리에 휘둘려

입력 2013. 10. 27. 06:04 수정 2013. 10. 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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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이지헌 기자 = 대규모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앞서 진행되는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의 실효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신규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평가해 불필요한 예산 누수를 막자는 취지에서 시행되지만 정치 논리에 휘둘려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는 것이 두려워 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거나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고도 공사를 진행해 막대한 재정을 낭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까다로운 예타, 면제로 우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 중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을 판단하는 경제성 분석(B/C) 결과를 토대로 정책적 분석과 지역균형발전을 분석을 합산해 종합평가(AHP)를 내리는 데 이 과정을 통과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고 공사를 밀어붙인 사례로는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2009년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해예방사업과 기재부 장관이 정한 국가정책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하면서 보·준설 등 4대강 사업의 핵심 공사가 조사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이명박 정부가 원주∼강릉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위주의 '30대 선도사업'을 추진하면서 21개 신규 사업(총사업비 21조8천억원)에 대해 '예타 실익이 없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것도 대표적 사례다.

'사업 쪼개기'로 예비타당성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분할해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사업은 69개로 총 사업비가 53조9천195억원 규모에 달했다.

◇ '타당성 없음'에도 공사 강행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종합평가(AHP) 점수가 0.5보다 낮아 '타당성 없음'으로 분류된 사업을 강행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만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법상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나더라도 사업 추진은 가능하다.

실제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았음에도 시행된 사업은 23개, 총사업비 11조2천455억원로 나타났다.

올해까지 이 사업들에 들어간 예산액은 총 3천3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약 11조원 가까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형편없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에도 사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배경에는 정치인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놓여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예산 편성 과정은 경제 논리와 함께 정치 논리가 함께 작용하므로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경제성 없는 사업이 존속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타당성 부족 사업 수정해서 추진"

예비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면제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점이 지목된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은 국가재정법 시행령과 관련 지침에 10가지로 규정돼 있는데 범위가 포괄적인 데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임의로 면제대상 사업을 변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최근 'SOC 사업타당성 조사의 허와 실' 보고서에서 "그동안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사업은 규모가 크고 면제사유 적용이 임의적이었다"며 "면제기준을 구체화하고 절차를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타당성이 없다고 판정난 사업을 어떤 형태로 처리할지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현저히 나쁘면 사업 추진을 제한하도록 추가적인 심층평가를 거치는 등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보안책으로 거론된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 사전 심층평가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무리한 사업 추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면제 대상사업 결정과정을 보완하는 한편, 지역 공약 중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사업성을 올려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 운용지침을 개정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요건을 강화했다.

법령에 재정지원이나 사업추진이 규정되어 있고 사업내용이 구체적으로 수립된 경우에 한해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를 거쳐야만 면제받을 수 있도록 면제 요건이 엄격해졌다.

지역공약 사업 등에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낮게 나올 경우에도 사업을 추진한다는 원칙은 지키되 수익기반을 확충하거나 사업규모, 시기 등을 조정해 타당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박근혜 정부 지방공약 가계부'를 새누리당에 보고하면서 "신규 사업도 타당성 조사를 해서 우선순위별로 진행하고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나온 것은 수정해서라도 꼭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peed@yna.co.kr,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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