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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2 윤창중 사태 벌어지면?" 주영 한국대사관 황당한 인턴 면접

입력 2013. 10. 27. 19:50 수정 2013. 10. 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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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영 한국대사관, 박 대통령 내달 방문 앞두고 인턴 선발

지원자 "무대응 원하는 듯"…대사관 "순발력 시험" 해명

주영 한국대사관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방문 기간에 업무를 도울 인턴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지난 5월 대통령 방미 때 벌어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사건의 재발 방지를 목표로 하기보다 유사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인턴을 뽑는 것에 더 신경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한겨레> 취재 결과, 런던에 있는 한국대사관은 새달 5~7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20여명 규모의 기자실 지원요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이달 10일 냈다. 대사관 쪽은 인턴에게 10월 말부터 국빈방문 행사가 끝날 때까지 5~10일 동안 프레스센터 운영과 기자단 지원 업무를 맡길 계획이었다. 서류 전형과 1차 영어 면접에 합격한 지원자 40여명은 21~22일 한국대사관에서 2차 면접을 봤다. 2차 면접은 ㅅ서기관 등 대사관 직원 2명이 지원자를 3~4명씩 나눠 별도의 사무실에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ㅅ서기관은 복수의 지원자들에게 "지난 방미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ㅅ서기관은 '지난 방미 때와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으나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거론한 것이었고, 지원자들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ㅅ서기관은 일부 지원자가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대답하자 "만약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재차 질문을 던졌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대답한 한 지원자에게는 "극단적인 경우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등 끝까지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면접에 참가했던 유학생 출신 지원자는 <한겨레> 기자에게 "대사관 직원들은 성추행 사건이 벌어져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을 사람을 뽑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액션(행동)을 취하겠다'고 하니 반응이 좋지 않았고, 마지막엔 떨어질 수 있다는 뉘앙스의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원자는 "'윤 전 대변인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녹음기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지원자들이 지난 방미 때 성추행 사건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ㅅ서기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성추행 등) 원치 않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는데, 사례가 없다 보니 '방미 사건과 같은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던 것뿐이다. 지원자의 순발력을 보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면접 질문은 자율적으로 한 것일 뿐 (청와대나 외교부 등에서) 특별한 지침을 받고 한 것은 아니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 지원자들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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