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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본앱 삭제권 못주겠다"..삼성·LG, 미래부 장관에 반대한 이유는?

김수형 기자 입력 2013. 11. 02. 13:54 수정 2013. 11. 0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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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장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출시 때부터 메모리를 잔뜩 잡아먹고서는 배터리 소모의 주범이 되는 기본 탑재앱을 소비자들이 삭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스마트폰 기본앱을 삭제조차 할 수 없는 거였어?"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제가 예전에 썼던 취재파일을 참고해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미래부 장관의 "기본앱 삭제권 보장" 약속 내용 보니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소비자들이 기본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얘기를 옮겨 봅니다.

@ 박대출 의원(새): 쉽게 말해서 제조사와 통신사가 이 3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 겁니다, 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반드시 이 권리를 되찾아 줘야 됩니다. 장관님, 어떻게 찾아 주실 겁니까?

@ 최문기 미래부 장관: 위원님 지적하신 것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고요.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 필수 앱 부분을 정하고 그다음에 필수 앱 외에는 삭제가 가능하도록, 본인한테 필요하지 않다 그러면……(중략)

@ 박대출 의원(새): 반드시 국민의 편에 서서 이 권리 찾아 주셔야 됩니다.

@ 최문기 미래부 장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앱을 제외하고, 자신에게 필요 없는 앱을 지울 수 있게 하는 거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미래부는 필수앱 외에는 삭제를 가능하도록 하고, 제조사 통신사들은 사전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앱의 종류와 수량, 실제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저장 공간을 사전에 공지하는 걸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장관이 국감장에서까지 기본앱 삭제권을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습니다. 17일 뒤에 열린 미래부 확인 국정감사에서 사업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삼성·LG의 기본앱 삭제권 부여 반대 이유는?…황당하거나 허위사실이거나

확인 감사 전에 통신사, 제조사들이 미래부 장관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우선 통신사들은 반대 의견이 없었습니다. 기본탑재 앱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수를 줄이고, 삭제 방법을 제조사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겁니다. 제조사들만 오케이해주면 될 사안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삼성전자 의견

"선탑재 앱을 고객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할 경우, 고객이 앱 삭제 후 원상복구(초기화) 요구하면 대응해야하는 사업자 부담이 발생하고, 원상 복구를 앱 다운로드 방식으로 진행시, 데이터 사용 및 설치 시간 발생에 따른 고객 불편 예상"

어떻게 보십니까? 한마디로 침소봉대, 오버액션이 도를 넘는 거 같지 않습니까? 스마트폰 설명서에 "스마트폰을 원상복구할 때는 와이파이를 이용해야 데이터 추가 요금을 피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만 넣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LG전자 의견

"시스템 영역의 APK(Android Package)는 스마트폰 보안 등의 이유로 이용자에게 접근 권한을 부여할 수 없고,DATA 영역에 설치하여 이용자에게 삭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은 구글의 호환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제품 출시 불가능"

LG의 해명은 미래부 확인 결과 허위 사실이었습니다. 기본 탑재앱을 삭제하려면 내장 메모리의 DATA 영역에 위치시켜야하는건 맞는데, 그렇게 한다고 구글의 호환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하는 거는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 친구가 싫은 이유를 아버지가 반대해서라고 둘러댔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가 전혀 반대하지 않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삼성·LG 반대 어떻게 돌파?

미래부가 기본앱 삭제권을 주려는 방향이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삼성과 LG가 죽어도 못하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통신사들은 제조사들이 안 된다고 하니 표정관리를 하면서 뒤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입법을 통한 제재도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하는데 과연 강제력을 부여할 수 있는 건지 논란이 분분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차일피일 시간이 미뤄지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정부의 행정력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관이 말한 바를 실현하기 위해 반대하는 사업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미래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창조경제라는게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자들과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정부의 창조적인 해법도 창조경제를 구축하는 한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김수형 기자 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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