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만에 고국서 환생하는 '코레아의 新婦(발레 공연)'

신정선 기자 2013. 11. 7. 03: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비부인' '투란도트'보다 앞서.. 유럽에서 한국적 소재가 사랑받았음을 보여준 작품

120년 전 '나비부인'(1904), '투란도트'(1926)보다 먼저 유럽인의 사랑을 받았던 '한국의 신부(新婦)'가 내년 10월 고국 무대로 금의환향한다.

19세기 유럽 예술의 수도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소개된 '원조 한류(韓流)' 공연인 발레 '코레아의 신부(Die Braut von Korea)'를 국립발레단(예술감독 최태지)이 복원해 내년 6월 시연회를 거쳐 10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정식 공연을 올리기로 지난 5일 최종 확정했다. '신부'를 되살릴 창작진도 구성됐다. 안무는 '안무계의 몬드리안'인 안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무대와 의상은 세계적 디자이너 제롬 카플랑이 맡기로 했다.

지난해 본지 보도 <2012년 11월 29일자 A2면>로 세상에 알려진 '코레아의 신부'는 동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유럽에서 일본이 배경인 오페라 '나비부인'이나 중국 소재 오페라 '투란도트'보다 앞서 한국적 소재가 유럽인의 사랑을 받았음을 최초로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청일전쟁 당시 운명도 의지로 돌파했던 한국인의 사랑과 정열을 격정적인 드라마에 담은 4막 9장 발레다. 1897년 5월 22일 오스트리아 빈 궁정오페라하우스(현 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됐다. 지난해 독일 본 대학 일본한국학과의 박희석 교수가 발레 줄거리가 소개된 소책자와 모든 악기의 악보와 지휘 방법이 기록된 543쪽 분량의 총보(總譜)를 발굴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은 당시 궁정오페라하우스 악단장이던 요제프 바이어가 만들었다.

악보만 있던 '한국의 신부'를 정식 복원하기 위한 1차 회의가 지난 5일 예술의전당 내 국립발레단 회의실에서 열렸다. 의상 디자인에 참고할 영어판 한국사 책을 15권 구매했다는 디자이너 제롬 카플랑은 "'코레아의 신부'는 서구 발레팬이 갈구하는 한국적인 미를 가장 탁월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001년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중국 중앙발레단의 '홍등' 의상이 그의 작품이다. 2009년 국립발레단의 '왕자 호동' 의상을 만들 때부터 한복의 아름다움에 빠졌다는 그는 "한복을 집에 걸어두고 수시로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코레아의 신부'에서는 한복의 선(線)이 가진 아름다움을 투명하고 가볍게 표현하도록 디자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이라면 안성수 교수를 따라올 안무가를 찾기 힘들다. 철저한 악상 분석으로 몬드리안의 회화를 보듯 완벽하고 세련된 '몸의 선'을 뽑아내는 안 교수는 2005년 '무용계의 노벨상'이라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볼레로'로 작품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안 교수는 "고전 발레를 기본으로 한, 모던발레의 정수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1차 회의에서는 4막 9장을 다듬어 3막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무대에는 궁궐과 항구, 포로수용소를 보여줄 대형 세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예술학)는 "악보로만 존재하던 '코레아의 신부'가 드디어 최고의 안무가와 디자이너를 만나 해외 역수출의 첫 발을 내딛은 것은 국가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