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겨레

[단독] 정부, 보수단체 '대선 댓글 활동'에 돈 대줬다

입력 2013. 11. 07. 08:30 수정 2013. 11. 07. 14:0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한겨레] 보수논객 위촉·알바 고용 등

15개 단체 사업계획서 첫 공개

안행부 "서류 꼼꼼히 확인 못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좌익', '종북', '친북' 세력 척결을 표방하는 보수단체의 이른바 '안보 에스엔에스' 사업에도 나랏돈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겨레>가 최재천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안전행정부(옛 행정안전부)의 '2012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채택된 보수단체 가운데 15곳의 '보조금 교부신청 및 실행계획서'를 입수해 분석해봤더니, 상당수의 단체가 사업실행계획서에 버젓이 '종북 좌파 척결' 등을 주요한 사업목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를 위해 사이버 및 에스엔에스 활동 강화, 안보 영상콘텐츠(UCC) 및 웹툰 제작, 안보 집회 개최, 안보 강사 육성 등을 하겠다면서 세금을 지원받았다.

특히 한국통일진흥원은 사업실행계획서에 "사이버·에스엔에스를 통한 특정 세력의 무차별적인 거짓 왜곡된 선동성 정보흐름을 차단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사업목적으로 내세웠다. 실제 이 단체는 지난해 6월 '사이버안보·에스엔에스 교육'을 안내하면서 "연말 대선에 즈음해 반미·종북·용공세력과 이적단체의 정권 탈취 전략 등 예상되는 도전 양상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애국 안보단체들의 에스엔에스 활용 능력 향상"을 교육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10명의 통일안보전문가 논객과 3명의 아르바이트로 대응팀을 짜서 에스엔에스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에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다른 단체인 '푸른인터넷 네티즌연대'도 안보 유시시와 웹툰 공모전을 하면서 공모 주제 가운데 하나로 "종북 활동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영상"을 제시해, 실제 '종북의 실체' 등의 작품에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안보 의식을 고취하겠다면서 나랏돈을 받아낸 보수단체의 활동은 대선과 맞물려 더욱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역대령연합회는 "2012년은 국내적으로는 총선, 대선에서 좌익 종북 성향 세력들의 발호로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국가안보가 가장 취약한 시기"라며 "친북·종북세력 척결을 위한 강연 및 궐기대회"를 사업목적으로 제시했다. 보조금을 받은 국민행동본부는 대선 직전인 12월5일 부산역 광장에서 '노무현-김정일 역적모의 폭로 및 대화록 전문 공개 촉구 국민궐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보수단체들이 척결하겠다는 종북 좌파는 야당을 비롯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단체와 조직을 마구잡이로 아울렀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독교 단체인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본부는 사업실행계획서에서 계층간, 지역간 갈등을 "종북 좌파의 편향된 안보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한다. 이 단체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예배에서 "한국 사회 진보는 대화나 경쟁을 할 대상이 아니라 박멸해야 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대령연합회가 지난해 7월 나랏돈으로 진행한 '종북세력의 실체와 대응책' 세미나에서는 한 토론자가 "진보당 투표권자 200만명 중 100만~150만명이 종북 세력일 것이다. 국회의원 중 진보당 100%, 민주당 30%, 새누리당 10%가 종북 세력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행동본부는 한 신문광고에서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국민의 원수'라면서 "북송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도 일부 보조금 지원의 문제를 시인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몇몇 단체가 논란의 소지가 꽤 있는 게 사실이다. 천안함 이후 안보 의식 제고 지원 사업이 많이 늘어나면서 한꺼번에 서류가 몰려 꼼꼼히 확인 못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 지원의 근거인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엔 "사실상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국민생활안보협회, 국민행동본부 등 지난해 보조금을 받은 많은 수의 보수단체가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쪽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균형감을 잃고 특정 이념에 봉사하는 시민사회단체나 관변단체에 나랏돈을 지원하는 악습을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끊어내겠다"고 말했다.

류이근 노현웅 이완 기자 ryuyigeun@hani.co.kr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