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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 저명 논문 2편 조작 파문

양승식 기자 입력 2013. 11. 08. 03:16 수정 2013. 11. 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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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등에 게재돼 세계적 주목.. "연구결과 재현 안 돼" 책임저자 美교수가 철회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논문 제1 저자로 참여해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했던 생명공학 분야의 저명 논문 두 편이 '결과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회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연구 진실성 전문가들은 '결과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은 논문이 조작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문제의 논문은 벼에 특정 단백질을 투입했을 때 병원균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한 혁신적 연구 결과로 주목받으면서 100회 이상 인용됐고, 두 한국인 연구자가 주(主)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어서 국내 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과학자들의 모임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는 이번 논문 철회를 두고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7일 관련 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논문의 책임 저자이자, 이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 Davis)의 패멀라 로널드(Pamela Ronald) 교수는 지난달 미국의 유명 대중 과학 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블로그에 논문을 철회(Retraction)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실험 과정에서 샘플이 뒤바뀌는 일이 있었고, 실험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논문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논문은 2009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단백질 방출 유형 1로 방출되는 유황 함유 펩티드 벼의 XA21 저항성 유전자에 의한 면역 기능 유도'와 2011년 플로스 원의 '그람음성균에서 저분자 단백질에 의한 세균의 밀도 인식 기능'이다. 벼에 'AX21'이라는 단백질을 투입하면 병원균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해 2011년 3월 톰슨 로이터의 '뉴 핫 페이퍼'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주 저자로 참가한 박사후(後)과정(Post Doctor)의 이모 연구원과 한모 연구원은 각각 2010년과 2012년에 경희대와 중앙대 교수로 임용됐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도 이들을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로 소개했다. 사이언스 논문에는 두 교수 이외에도 두 명의 한국인 연구진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에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AX21' 펩티드를 투입하면 벼의 면역 기능이 유도된다고 돼 있지만 후속 연구자 실험에서는 해당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논문의 원저자도 연구 결과를 재현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분야에 정통한 생명공학 분야의 한 교수는 "두 사람이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2011년 한모 연구원이 떠나고 새로운 연구자가 들어온 이후 논문 재현이 안 되기 시작했고, 조작에 대한 정황 증거가 잡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자들은 이번 논문 조작·철회 사태를 두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를 중심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생명공학에 정통한 한 서울대 교수는 "황우석 사태 이후로 다시 한 번 한국 학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사태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며 죄질이 나쁘다"면서 "'철회될 논문을 쓰고 한국에서 교수로 임용되면 그걸로 끝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올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문이 잘못돼 철회된 것은 맞지만, 실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신중론도 있다.

논문 주 저자인 경희대 이모 교수는 7일 본지와 통화에서 "연구를 이어받았을 뿐이며 샘플이 바뀐 줄 몰랐다"고 해명했고, 중앙대 한모 교수는 "철회된 것은 맞지만 조작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과학자 논문 조작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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