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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있는 명소-미국 ②] 뉴욕-있을 건 다 있는 New York & Old York

입력 2013. 11. 11. 08:16 수정 2013. 11. 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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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①보스턴 ②뉴욕 ③샌프란시스코)

[헤럴드경제=뉴욕] 17일 오전 11시 보스턴을 출발, 뉴욕으로 떠났다. 고속도로의 단풍은 이틀 전 올 때 보다 그새 더 물이 든 것 같았다. 왕복 6차선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의 숲을 알록달록 그 자체다. 인상적이었다.

보스턴을 출발해 1시간 40분 거리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낮 12시 45분. 근처는 맨체스터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점심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체인점을 갖고 있다고 하는 '홈타운버핏(HOME TOWN BUFFET)이다. 브로컬리 수프가 맛있었다.

이 한적한 외곽에 이런 외식업체가 있고 그 주변에는 또 많은 몰(Mall)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도심에 있을 법한 시설들이 외곽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자동차를 타고 나와 쇼핑하는 나라다. 근처 몰 중 '베스트 바이(BEST BUY)'에는 삼성·LG전자가 매장을 완전 장악했다. 소니는 뒷전에 박혀있다. 스마트폰, TV, 홈시어터, 세탁기 등 모두가 메인 진열대를 차지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이다.

BEST BUY의 등장으로 중소전자 유통업체는 모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옆의 몰은 DSW, 대형신발매장이다. 월마트도 있다.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대형 전자매장. 삼성, LG 등 국내 가전업체가 일본의 소니를 압도했다.

이 광활한 땅, 이 매머드 전자제품 쇼핑센터… 하지만 미국은 공업국가가 아닌 농업국가다. 전자제품은 중국 등지에 나가서 만들고, 이 땅에선 1년에 12억명이 먹을 식량을 생산한다. 미국인구가 3억 3천만명 내외이니 8억명이 넘는 인구가 먹을 식량이 초과생산되는 나라, 그래서 농산물 수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시장개방 압력'이다.

점심 후 오후 2시에 다시 출발했다. 여기서 뉴욕까지는 2시간 반 거리다. 크리스토퍼 콜럼부스 하이웨이로 가는 도중 뉴 해븐(New Haven), 웨더스필드(Wethersfield) 등을 지났다. 이어 크라멜(Cromell, 크롬웰), 버얼린(Berlin, 베를린) 등 독일식 지명도 나왔다. 코네티컷주에 들어서자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라는 간판도 보였다.

4시 반 뉴욕에 들어섰다. 최고 도시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그다지 넓지 않는 도로 정말로 복잡하다. 빽빽하게 줄 지은 노란 뉴욕택시들, 신호등 무시하고 횡단하는 사람들, 가히 각양각색이다. 뉴욕에서 뉴욕주민과 외지 관광객의 구별방법은 신호등 앞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칠 테면 치어라' 하고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현지주민이라고 한다. 정말 무섭게 건넌다. 우리는 무서워서 신호등을 꼬박꼬박 지켰다. 우리의 초록등과 달리 하얀 사람 그림이 건너는 신호였다.

흔히 한국·미국·일본에서 교통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각각 다르다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앰뷸런스가 제일 먼저 오고 일본은 보험회사 직원이, 한국에선 렉카가 가장 빨리 온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다친 사람 보다 망가진 차가 더 중요한가 보다.

차가 할렘가를 지난다. 영화에서 보던 것 보단 양호했지만 왠지 이름만 들어도 '할렘'스럽다.

맨해튼의 북부에 있는 할렘가는 1600년대 중반 원래 네덜란드인이 하를렘이라는 정착지를 만든게 시발점이 됐다. 19세기에는 별장이 들어서면서 인기지역이 되기도 했으나 제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흑인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됐다. 오늘날에는 센트럴파크 남부지역의 휘황찬란한 타운과는 달리 빈민가와 범죄지역의 대명사가 됐다. 그나마 최근에는 나쁜 요소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맨해튼을 향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어 센트럴파크, 남북으로 4km 동서 800m라는 거대한 공원으로 뉴욕의 허파다. 이 공원은 할렘가와 맨해튼의 번화가 사이에 끼어있다.

지금 우리가 탄 차는 맨해튼 중심도로와 연결된 길인데 이 길을 중심으로 맨해튼의 동부(east side)와 서부(west side)가 나뉘어진다.

미국 동부해안에 위치한 뉴욕은 맨해튼과 브룩클린, 퀀즈, 브롱크스, 스테이튼 아일랜드 등 5개 독립구로 나뉘어져 있는데 맨해튼이 뉴욕관광의 중심지이자 뉴욕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맨해튼은 동쪽의 이스트강, 서쪽의 허드슨강 사이에 있는 섬이다. 여의도의 11배 규모다. 이 세계의 금융, 패션,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이지만 건물 외벽엔 어수선한 철계단이 즐비하다. 150년 전 화재로 큰 희생을 치른 후 비상용으로 설치한 계단이다. 알고보면 이해가 가지만 겉모습은 '뉴욕스럽지' 못하다.

또 뉴욕의 지하에는 '쥐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몇 해 전 큰 태풍으로 지하 물이 차오르면서 쥐떼가 지상으로 쏟아져 나왔다는데 말만 들어도 혐오스럽다. 건물 내부에는 바퀴벌레 투성이인 곳도 많다고 한다. 'New York'이 완전 'Old York'이 돼 버린 듯하다.

그럼 뉴욕사람들은 어떨까. 이곳 사람들은 불친절하기로 유명하다. 식당이나 가게에 들어가도 미소 띤 직원 보기가 어렵다. 무표정에 말투는 퉁명스럽기 일쑤다. 친절과 배려에 익숙한 우리가 볼 때는 정나미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불친절한 사람에게 쓰는 말이 하나 있다. "Are you from New York?"

거리엔 경찰이 오면 튀는 흑인 노점상들도 많다. 손님은 없는데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안돼 보였다.

이러한 뉴욕, 그래도 세계인들은 뉴욕으로 몰려든다. 그런 걸 감수하고서라도 와 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일까.

뉴욕은 전세계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즉 뉴욕에 없는 건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할 정도로 전세계 인종, 전세계 상품이 다 모여있다. 이 한 곳에서 모든 게 다 해결되니 모두가 찾는 곳이 된다. 오라고 하지 않아도 오려고 줄 서는 곳, 그게 바로 뉴욕의 경쟁력이다.

맨해튼의 상징 중 하나가 고층건물이 즐비하다는 것. 맨해튼은 '바위섬'을 뜻하는 인디언 말인데 지하에 거대한 암반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건물도 지하 1층 정도 밖에 못 내려가고 지상으로 초고층 올라간다. 건물은 옛날건물부터 초현대식 건물이 공존해 건축학도라면 꼭 답사해 봐야 할 현장이다.

맨해튼의 눈부신 고층건물들.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 새로 세워진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독립 연도의 숫자에 맞춰 1776피트로 지어 미국 최대높이 건물이 됐다.

당연히 집값도 비싸다. 원룸을 미국에서는 '스튜디오(studio)' 라고 하는데 정말 코딱지 만한 것도 월 2500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좀 더 크면 4000달러 나가는 것도 있다. 그래도 찾는 사람이 있으니 그 집을 얻는 사람의 수입이 궁금해진다.

뉴욕, 특히 맨해튼의 경우 싱글들의 천국이다. 번잡한 도심이지만 혼자서 단촐하게 살며 즐길 수 있는 문화 다 만끽할 수 있으니 돈만 있다면 누구나 그런 삶 한 번쯤 살고 싶겠다. 그래서 이곳에는 싱글이 60%나 된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뉴저지 등 외곽의 또 다른 살기좋은 곳으로 나간다. 뉴욕은 범죄도 많은 도시니까 그들에게는 삶의 만족을 주지 못하는 곳일 수도 있다.

흔히 뉴요커라고 하면 영화에서 받은 이미지가 강해 ,첨단 패션과 유행을 소비하며 길거리에서나 사무실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게 한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패션잡지사에 취업한 주인공 앤드리아의 모습을 보며 나는 뉴요커에 익숙했고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에서 라디오 토크쇼로 연애 상담하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제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때에는 '세렌디피티'에서 본 아름다운 뉴욕의 겨울 풍경이 그리워질 것이다.

네일아트가 몰려 성업하는 곳이 있는데 90%가 한인이 운영한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뷰티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 숙소는 센트럴파크 근처 쉐라톤 뉴욕 타임 스퀘어 호텔이다. 타임스퀘어와는 도보 3분여 거리, 그 유명한 광고간판이 숙소 앞에서도 보인다.

오후 5시 10분. 체크인을 한 후 저녁식사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나섰다. 퇴근길 편도 4차선엔 자동차로 꽉 찼다. 특히 택시가 많았는데 뉴욕택시는 노란색이어서 '옐로캡(yellow cab)이라고 부르지만 한편으로 '옐로 플로어(yellow floor. 노란 바닥)' 라고도 부른다. 건물 위에서 내려다 보면 길바닥은 온통 노란 물결이기 때문에 붙인 별칭이다.

뉴욕의 상징 중 하나인 노란택시.

완전한 바둑판형 도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이 있는 타임스퀘어에 이르렀다. 5만명이 모일 수 있는 공간, 발 디딜 틈 없는 다국적 인종들이 모여있다. 우리는 버스로 지나갔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이 휘황찬란한 뉴욕의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탠드로 된 좌석에는 마치 경기장에 들어온 관중들이 경기를 즐기듯 앉아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곳의 유명인사 '벌거벗은 카우보이'가 아랫부분만 가린 채 기타를 치며 인파 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해외 출장도 다니는 인사라고 한다.

여기 광고판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한국타이어의 광고도 전세계인들 앞에서 번쩍거리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광고했다. 세계인들과 어깨를 부대끼며 우리의 상표가 번쩍거리는 걸 함께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우쭐해진다.

타임스퀘어를 지나니 조금 한산해졌다. 같은 뉴욕, 같은 맨해튼이라 해도 더 붐비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었다. 그렇게 보면 뉴욕이라 해서 아주 대단한 동네는 아닌 것 같다. 우리 명동, 압구정 어느 지점과 무엇이 다를까. 이 생각을 하는 순간, 뉴욕에 대한 어떤 막연한 동경 보다는 우리 땅의 것들도 잘만 다듬어 불러모으면 충분히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일행 버스는 줄리어드음대를 지났다. 정명훈, 장한나 모교다. 차도에서 안쪽 길에 있는 둥근 건물 매디슨 스퀘어 가든도 스쳐 지나갔다. 가수 비가 동양인 최초로 공연한 의미있는 곳이다. 작년에는 소녀시대도 공연했다. 아무나 설 수 없는 무대, 우리 K-pop의 위상을 알 만 했다.

저녁은 인근 한인타운의 강서회관에서 김치찌개와 불고기로 했다. 뉴욕 한복판에서 한식이라니,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래도 입은 즐거웠다.

8시, 브로드웨이(Broadway)의 마제스틱(Majestic)극장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했다. 한국에서도 못 본 이 뮤지컬,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보다니 꿈만 같다.

입장할 때 나는 아예 휴대폰까지 끄고 들어갔지만 대기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다시 켜 몇 장을 찍었다. 워낙 어두워서 잘 나오진 않았지만.

2시간 반 공연에 중간 10여분 휴식. 세계 최고의 배우들이 엮어낸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평가다. '오~크리스틴'…

브로드웨이에서 관람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건물 벽에 붙여놓은 사진이다.

극의 세세한 평가는 내가 감히 내릴 수준이 못되고, 대신 공연 순간순간 무대가 바뀌는 게 가히 환상적이다. 마치 잘 편집된 화면이 수시로 장면을 바꿔 보여주는 듯 했다. 엄청난 무대장치가 순식간에 교체됐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좋은 위치였는데 입장료는 85달러였다.

옆자리에 앉은 일행 중 잘 생긴 K씨는 앉자마자 팔짱부터 끼더니 잠을 청했다. 2시간30분 후 아무도 안 깨웠지만 그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브로드웨이는 이 곳의 대로를 뜻하기도 하지만 이 일대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극장가를 뜻하기도 하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브로드웨이라고 하면 뉴욕 연극계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이 주변에 타임스퀘어, 매디슨 스퀘어, 컬럼비아대학 그리고 고급 백화점 등이 있다.

숙소로 돌아오니 이래저래 밤 11시. 몇몇과 함께 타임스퀘어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맘마미아 공연극장도 보였다. 요즘 뉴욕에서는 '맘마미아' 보다 '오페라의 유령'이 더 인기라고 하는데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타임스퀘어에는 취한 사람, 덜 취한 사람, 멀쩡한 사람들로 여전히 꽉 찼다. 나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취하지 않은 사람 치고 역시 이곳의 인증샷을 남기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황홀한 야경, 잠들지 않는 타임스퀘어. 언제나 처럼 자정이 돼도 이렇게 북적거린다. 저 가운데 간판 기둥은 '돈기둥'이다.

세계 최고의 상업중심지 타임스퀘어, 19세기만 해도 마구간, 마차로 붐비던 곳이 1903년 뉴욕타임스가 입주하면서 타임스퀘어로 불렸다. 주변에 브로드웨이 극장과 각종 상점들, 술집이 있어 불야성을 이룬다. 매년 12월31일 밤에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곳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숙소 복귀, 날을 살짝 넘겨 0시 30분에 취침했다. 나의 일행 몇명은 밖에서 술을 더 했지만 이 몸은 자야 했다.

18일 조식 후, 오전엔 맨해튼에 있는 유통업체 견학이다. 숙소가 있는 53번가에서 다시 타임스퀘어로 버스 타고 나아갔지만 금요일 아침 4~5차선 일방통행 도로가 꽉 막혔다. 막힌 차에서 각양각색의 뉴요커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사람구경이 원래 재밌다.

뭐가 그리 바쁜지 잰걸음으로 뚫고 가는 사람, 뭔가를 먹으며 길을 걷는 사람, 이어폰 끼고 핸드백을 맨 금발의 롱부츠 아가씨는 전형적인 뉴요커 처럼 보였다. 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가 패셔니스타 같다.

먼저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을 견학했다. 최고의 유기농 제품만 엄선 판매한다는 마켓으로 우리나라의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할인마트와 비슷한 구조의 매장이다. 샐러드바 등 식사도 가능했다. 전국의 매장에서 매니저가 그 지역 유기농 제품을 선택, 판매 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매장 별 구성제품이 다르다고 한다. 미국에서 으뜸으로 치는 유통매장이라고 한다. 직원들은 깐깐했다. 사진만 찍어도 달려와서 두 손으로 엑스 자 표시를 하며 "노 포토(No photo!)"를 연발한다.

이어 간 곳은 첼시마켓. 보스턴의 퀸시마켓과 유사한데 유통시장이 아닌 역시 푸드코트다.

첼시마켓의 관람포인트는 우범지대로 변했던 100년전 과자공장의 현대적인 변신이다. 각종 먹을거리와 의류, 공예품, 서점도 있다. 긴 통로 중간중간에는 귀신도 있고 피 흘리며 목이 매달린 인형도 있다. 마켓 규모가 엄청나게 크지만 지루하지가 않다.

점심은 뉴욕의 스테이크를 먹는답시고 아웃백을 갔는데 기다린 시간이 식사시간의 10배나 됐다. 갑작스레 들이닥치기도 했지만 기다리는 사람에 대해 전혀 미안해 하지도 않는다. 이젠 더 이상 뉴요커들에게 '친절'을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유람선을 타러 간다. 미국 오기 전 셧다운 됐었지만 다행히 어제부터 유람선은 운행됐다. '자유의 여신'이 손을 들어 나를 기다린다. 날씨 마저 청명했는데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다.

부두로 가는 도중 고가도로로 된 옛 철길을 리모델링 해서 사람들을 걸어 다니게 한 '스카이 라인'도 눈길을 끌었다. 철거비용이 더 들어서인지 리모델링했는데 어쨌든 뉴욕은 리모델링의 귀재들이 모인 것 같다. 맨해튼의 수많은 건물들도 온통 리모델링 공사로 인도 마다 안전판을 설치해 보행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유람선이 허드슨강의 물길을 가르며 나아갔다. 빌딩 숲에 가려져 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여기선 한 눈에 확 들어왔다. 누가 말 안해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빌딩을 중심으로 수많은 아름다운 고층건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73년까지만 해도 가장 고층건물이었는데 이젠 그 명성도 잃었다. 하지만 뉴욕주의 애칭은 '엠파이어'이니 다소 위안이 되겠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머잖은 곳에 9·11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자리, 그라운드 제로에 새로이 우뚝 솟은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있다. 아비규환의 현장, 벌써 12년여가 지났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맨해튼은 강물이 찰랑찰랑 거릴 때 마다 잠길 듯 위태해 보였다. 지면의 높이가 강 수면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저 비싼 건물들을 짓고 산다.

유람선은 이스트강 쪽으로 갔다가 되돌아 와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했다. TV·사진 등으로 수없이 보아 온 뉴욕의 상징물이다. 아니 미국의 상징 제 1호다.

미국 상징 제1호 '자유의 여신상'

1876년, 그러니까 미국이 독립한지 100년이 되던 해에 프랑스가 기념 선물한 것이다. 여신이 들고 있는 횃불은 세상을 밝히는 것이고 손에 든 책은 독립선언문이다. 그리고 여신이 바라보는 곳은 친정인 프랑스다.

우리 일행이 탄 유람선에 한국에서 온 아가씨 두 명도 탔다. 발랄하게 사진 찍으며 뉴욕을 만끽하고 있었다. 둘은 친구 사이로 하나는 직장인, 하나는 대학 4학년인데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여행왔다고 했다. 뉴욕, 보스턴, 워싱턴 3곳을 두 달 여행한다고 했다. 부모 도움 안받고 스스로 벌어 견문을 넓히러 온 이들이 기특했다.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여행에서 많은 걸 보고 배워 오라고 격려도 해줬다.

유람선에서 내려 뉴욕 모던아트(The Museum of Modern Art)로 갔다. 이곳에선 줄여서 '모마(MoMA)'라고 한다. 각종 미술품을 전시하고 무용 등 예술가들이 즉석 공연도 하는데 전층에 사람들로 붐볐다. 문화의 도시 진수를 보여주는 듯 하다. 1~5층까지 대충 보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지나갔다. 발길을 오래 붙들만한 것들도 많았지만 자유여행이 아니니 발길을 옯겨야 했던 아쉬움도 남았다.

개인 자유여행과 이런 단체여행의 차이가 이런 데서 잘 대비된다. 나는 평소 주말 마다 전국을 내 필요에 따라 머물고 지나가는 여행을 하는데, 여기선 서라 하면 서야 하고 가자 하면 가야 하는게 아쉬웠다. 대신 내가 전혀 신경 안 써도 다 데려가 주고 먹을 것 다 안내해 주고 하는 편리함은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면 많은 것을 놓친다는 것을 이번에도 절실히 느꼈다. 여행은 고단해야 많은 것을 얻는다.

이 보다 더 멋진 야경은 없다. 제너럴 일렉트로닉 건물 69층 옥상에서 바라본 맨해튼의 야경, 저 높은 건물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근처 중국음식점에서 저녁 식사했다. 입맛이 없어 나는 누들(국수류)을 선택했다. 간략하게 소식으로 끝냈다.

맨해튼 야경 구경을 할 차례다. 뉴욕 야경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록펠러센터의 제너럴 일렉트로닉(GE) 건물에서 할 수 있는데 우리는 GE건물에서 했다. 이곳에서 해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야경도 볼 수 있다. 69층 옥상, 정말 황홀하다. 초고층이 즐비한 맨해튼의 불빛들, 이런 야경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바람이 워낙 강해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5분 이상 못 버틸 지경이다. 내려올 때 자칫하다간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이 건물 옆에는 영화 '나홀로2'에 나온 스케이트장도 있다. 벌써 스케이트를 타느라 사람들로 붐볐다. 그 옆엔 또 NBC 방송국이 보였다.

저녁 8시반 숙소 복귀, 너무 지쳤다. 점심에 뉴욕 스테이크를 먹었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내일 새벽엔 5시에 샌프란시스코 행이다. 잠이 쏟아지는 뉴욕에서의 아쉬운 이틀째 밤이다.

(다음은 ③샌프란시스코 편)

글ㆍ사진=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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