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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뜨면 '햇빛이 쨍쨍'..낯뜨거운 찬양보도

입력 2013. 11. 13. 10:31 수정 2013. 11. 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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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대통령 동향보고'에 그치는 언론의 순방보도…'공공시장 개방' 등 중요한 이슈는 묻혀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부터 6박 8일간 프랑스·영국·벨기에 등 서유럽 국가들을 순방하고 9일 귀국했다. 언론은 박 대통령이 특유의 문화외교를 통해 서유럽 국가들의 공감을 얻었으며 '창조경제 세일즈'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몇몇 언론의 보도는 대통령 순방보다 더 돋보였다. 박 대통령의 동향 하나하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찬양 일색의 보도가 주목을 끌었던 것이다.

대다수 언론은 박 대통령의 서유럽 외교 행보를 '문화외교'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이 드라마 파티에 들러 공연을 보고, 미술관을 들러 미술품을 관람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문화외교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는다. 미술관에 들러 미술품을 관람하고 공연을 보는 게 왜 문화외교일까.

하지만 공연 관람과 미술관 관람을 문화외교라 떠받드는 건 몇몇 언론의 '한복 외교' '패션외교'에 비하면 애교다. < TV조선 주말뉴스 토일 > 은 2일자 뉴스 ' 박 대통령, 유럽 정상 만나 '한복 외교' 펼친다'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에서 아름다운 한복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또한 박대통령이 미국, 중국, 러시아 방문 때 입었던 패션을 소개하며 "대통령의 한복 외교가 대한민국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언론의 두 번째 보도 양태는 '창조경제' 띄우기다. 언론은 박 대통령이 이번 서유럽 순방을 통해 '창조경제 세일즈'에 성공했다며 박 대통령의 성과를 '창조경제'라는 대통령 공약에 끼워 맞췄다. 박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이 친환경자동차, 항공, 정보기술, 제약, 생명과학, 로봇,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창조경제 세일즈'의 성과라는 식이다.

대통령의 성과를 '한 땀 한 땀' 창조경제에 끼워 맞추다보니 억지에 가까운 주장도 나온다. 최고봉은 연합뉴스 4일자 기사 ' 朴대통령, 佛오르세미술관서 '창조경제' 영감 얻기'이다. 연합뉴스는 "대통령도 늘 창조경제라는 것이 꼭 연구실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박물관 이런 곳에서 영감이 나오고 이런 문화를 통해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가 같이 간다는 말씀을 해오셨는데 오늘도 그런 차원에서 미술관을 방문한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누리꾼들은 "기승전창(조경제), 모든 것은 창조경제로 귀결 된다"며 조롱했다.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 TV조선 뉴스쇼판 > 은 4일자 뉴스 ' 朴 대통령, 불어 실력 뽐내고 고마운 인연 만나고'에서 "프랑스에 간 박근혜 대통령이 가는 곳 마다 불어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데, 박 대통령은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외대 통번역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발음도 정확하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알아들을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차원에서는 충분히 소통 차원에서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언론 보도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통령이 왜 서유럽 국가를 방문했는지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공연보고 미술관 관람하러, 불어 실력 뽐내려고 서유럽 국가들을 방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은 대통령이 서유럽에 가서 무엇을 했는지, 창조경제 세일즈의 내용은 무엇이고 문화외교는 어떤 식으로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기보다 대통령의 동향을 일일이 보고하며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기 바쁘다.

과도한 의미부여의 대표적인 사례는 대통령의 '꽈당 사고'에서 센스와 유머감각을 발견하는 언론의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런던시장 주최의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 시내 길드 홀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다 한복 치마가 발에 걸리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로저 기포드 런던시장이 놀라 달려오자 박 대통령은 "극적인 입장(Dramatic Entry)"이라고 말해 어색한 분위기를 넘겼다. 또한 박 대통령은 만찬 이후 퇴장하면서 "조용히 퇴장할게요(quiet exit)"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고 한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대처를 '재치만점' '유머감각' '센스가 있다'고 표현했다. MBN은 7일자 뉴스 ' 박 대통령, '꽈당' 넘어진 뒤 한 말이…"센스있네~"'에서 "박 대통령은 모두가 당황했을법한 이 상황에 순간적인 재치로 오히려 주변을 안심시켰다", "모두가 당황스런 순간, 박 대통령의 재치가 빛을 발했다"며 박 대통령의 센스에 스스로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스화면 왼쪽에는 '박대통령의 재치'라는 소제목이 떴다.

▲ 7일자 MBN 뉴스 갈무리

박 대통령이 위기의 순간 순발력을 발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데일리안은 8일자 ' '꽈당' 박 대통령 "드라마틱 입장" 재치 만점!'에서 "박 대통령은 넘어지려는 순간 왼손으로 차량 문틀을 잡고 지갑을 든 오른손을 땅에 짚는 순발력을 발휘해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가 낯 뜨거운 걸 넘어 손발이 오글거리는 경지에 도달했다. 한 누리꾼들은 이러한 보도행태에 대해 "북한 뉴스 보는 것 같다"는 일침을 내렸다.

실제로 북한 뉴스랑 다를 게 없는 보도도 있다. 박대통령의 순방기간 가장 큰 화제였던 보도는 피용익 이데일리 기자의 ' 朴대통령, 버킹엄 궁 들어서자 비 그치고 햇빛 쨍쨍'이었다. 이데일리는 "5일 아침부터 비를 퍼붓던 런던의 하늘은 (박대통령) 환영식이 시작될 즈음부터 개기 시작했다. 마침내 오후 12시10분 행사가 시작되자 잔뜩 찌푸린 하늘 뒤에 숨었던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며 "박 대통령을 태운 왕실마차가 버킹엄 궁에 들어설 때는 햇빛이 쨍쨍 비췄다"고 전했다. 이어 "예상컨대 대통령께서 (버킹엄 궁에) 가시면 비가 그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농담을 전하며 "이러한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해석했다.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북한 노래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누리꾼들은 "신문이야 에세이야" " < 로동신문 > 이 울고 갈 기사"라고 비판했다.

채널A의 8일자 뉴스 ' 박근혜 대통령 유럽순방 장면 BEST 3'는 이러한 언론보도 행태의 문제점을 총망라한 '끝판왕' 보도다. 채널A는 박대통령 유럽순방의 명장면으로 '드라마틱한 등장' '유창한 외국어' '패셔니스타 박'을 꼽았다. 뉴스에 출연한 앵커와 강수진 동아일보 국제부장, 김정훈 사회부장 등은 주옥같은 대통령 찬사멘트들을 쏟아냈다. 이 뉴스를 본 한 기자가 "종편 재심사 때문에 저러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 순간에 드라마틱 엔트리, 준비할 수 없는 표현인데 순발력이 좋았다. 갑자기 (저런 말) 나오기 쉽지 않다" "또박또박 불어, 또박또박 영어. 한국어하고 똑같은 모습" "다음 대통령이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외국어 딸린다는 평가 받을 수 있으니까" "박대통령이 이과인데, 좌뇌?우뇌 다 발달한 것 같다" "마담 프레지던트는 패셔니스타"

▲ 8일자 채널A 뉴스 갈무리

이러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쓴 소리가 터져 나온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 두 번은 이렇게 할 수 있어도 이런 보도를 반복하면 대통령 순방의 본질이 흐려지고 지엽적인 면이 부각된다"고 비판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원장 역시 "한국 기자들은 박대통령의 동정을 보도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유럽까지 가서 보도하는 내용이 거의 같다면 비싼 취재경비를 부담하며 기자단이 떼로 몰려갈 이유가 뭔가"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언론보도 행태가 일정부분 어쩔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보통 대통령 순방 시 풀 기자단이 취재를 하는데, 풀 기자단이 대통령의 동선을 나눠서 취재를 맡는다. 예컨대 티타임 할 때는 어느 기자가 맡는다는 식으로 세부적으로 역할이 나뉜다"며 "조각조각 난 취재물들을 모아서 기사를 쓰기 때문에 동향 보고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이강윤 평론가는 "외교성과가 당장 나타나는 게 아니라, 심도깊은 기사가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연대 사무총장은 "순방 보도라는 게 대통령 일정에 맞춰 그 때 그 때 보도를 하다 보니 깊이 있는 분석을 할 시간이 없다"며 "또한 외교성과를 이루라는 염원을 담아 친 정권적으로 보도는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고 평했다.

김창룡 교수는 5공 시절 언론보도를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5공 때 전두환 대통령을 '육사의 혼이 빚어낸 영웅' '사나이 중의 사나이'라고 묘사한 언론보도를 보는 것 같다"며 "그 때는 홍보조정실이 있어서 청와대가 언론 보도를 조작했다면 지금은 자발적으로 어거지를 부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보도 행태가 어느 새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추 사무총장은 "MB 때의 외교성과 보도는 UAE원전 수주처럼 성과를 과다하게 부풀리는 식의 사기극 보도가 관행이었는데, 박근혜 정부 이후 대통령의 '간지'를 보도하는 것이 관행처럼 된 것 같다"며 "특별한 목적이 있다기보다 거의 관행 수준으로 굳어졌고, 이런 보도로 경쟁을 하면서 보도의 가이드라인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이봉수 원장 역시 "언론보도 내용에 차이가 있다면 누가 더 찬양 보도를 화끈하게 하느냐에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작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은 묻혀버린다는 것이다. < 르몽드 > 는 4일 박대통령이 프랑스기업인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외국기업들에 대해 한국의 공공부문 시장을 조만간 개방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공공시장 개방은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이지만, 정작 한국 언론에서 이에 대한 보도는 찾기 힘들다.

추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통해 뭘 주고 뭘 받아왔는지 대차대조표를 그리는 등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지금 언론은 국왕 만나서 퍼레이드 한 것만 보도 한다"며 "대접을 잘 받은 만큼 무엇을 갖다 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며 "박대통령이 각 국 국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보며 '저 한 컷을 위해 뭘 갖다 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 보도가 그러한 의혹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대통령 순방 때마다 반복되는 언론의 찬양보도박대통령 뜨자 시원한 비 내린다는 보도까지…정부 지지율 상승에 기여하는 언론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찬양일색의 보도를 늘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언론은 지난 9월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때도 대통령의 한복 패션을 '한복외교' '패션외교'라고 명명했다. 9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은 베트남의 한복?아오자이 패션쇼 무대에 올랐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한-베트남, 과거를 넘어 미래로'는 박 대통령의 한복패션쇼 소식을 전하며 "70년대 월남 파병을 결정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과거를 넘어 베트남 국민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KBS는 < 뉴스9 > '한복 입고 문화교류'는 박대통령의 한복 패션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외국어 실력 찬양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은 박대통령이 방미 때 미국에서 영어로 연설한 것, 방중 때 중국어로 연설한 것을 두고 '박수가 이어졌다' '전원 기립박수' '상대 언어를 사용해 공감을 얻어내는 문화외교'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박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때는 베트남어로 연설하지 않았는데, 그럼 그 때 박대통령은 문화외교를 포기한 걸까?

박대통령이 날씨를 바꿨다는 이데일리 보도에도 '원조'가 있다. 정인홍 파이낸셜뉴스 정치경제부 차장은 7월 1일자 기자수첩 '朴대통령과 날씨'를 통해 중국이 내내 후덥지근한 날씨였는데 박대통령이 방문했던 날에 유독 시원한 비가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최고 국빈대접을 받으며 시 주석과의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나 다양한 경제적 성과들을 이뤄낸 이번 방중 성과와 맞물려 날씨까지 '상서로운 기운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소박한' 포장이 과대포장만은 아닐 듯싶다"고 말했다.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와 맞먹는 '여왕님 기우제 쓰신다' 식 보도다.

▲ 7월 1일자 파이낸셜 뉴스 31면

이에 대해 해외순방으로 지지율 상승을 꾀하는 정부의 속셈에 언론이 그대로 놀아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해외순방을 때마다 지지율이 상승했고, 이번 서유럽 방문 직후에도 지지율이 2~5% 가까이 올랐다. 김창룡 교수는 "순방을 다섯 번 했는데 네 번 지지율이 올랐다"며 "언론이 해외순방 때마다 유창한 외국어와 패션쇼, 극진한 예우 등의 보도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국내정치 문제 등에 거부반응을 갖고 있는 국민들도 외국에서는 잘한다는 인식을 하게 돼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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