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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비싼거 맞아?' 가계통신비의 함정

입력 2013. 11. 15. 15:23 수정 2013. 11. 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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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기자] #서울 성동구에서 사는 김준성 씨, 매달 통신요금만 12만원 가량을 내고 있다. 매달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세한 요금구조는 알지 못하지만 매달 10만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는 것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 휴대폰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내고 있지만 항상 비싼 휴대폰 요금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통신비가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우리나라의 비싼 가계통신비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이명박정부도, 이번 박근혜정부도 입을 모아 가계통신비 인하를 핵심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가계통신비에 대한 부담은 내려가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통신사들의 영업비밀인 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가계통신비를 낮춰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OECD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가계통신비가 세번째로 높은 국가로 집계됐다.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월평균 가계 통신비 지출액은 148.39달러(PPP 기준: 구매력평가지수환율 적용)로 높은 순위 기준 3위다. 일본(160.52달러), 미국(153.13)에 이어 세 번째다.

'가계통신비를 낮춰야 한다'는 명제에 모두가 공감한다면 이제는 어떻게 가계통신비를 낮춰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계통신비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부분의 요금이 높아서 가계통신비가 많아지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계통신비=통신요금+단말기가격+콘텐츠요금

먼저 가계통신비의 구성을 알아보자. 가계통신비는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지불하는 비용으로 크게 통신요금과 단말기가격, 콘텐츠요금 세가지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가계통신비=통신요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가계통신비에는 단말기 가격과 콘텐츠요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무조건 가계통신비가 높다고 통신요금이 높은 것은 아니다. 단말기 가격이나 콘텐츠 요금이 높다면 통신요금이 저렴해도 가계통신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계통신비 가운데 통신요금과 단말기요금, 콘텐츠요금의 비율은 어떨까.

통계청이 제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2년 기준 전국 2인이상 가구의 월 평균 통신비용은 15만2천359원이다. 통계청은 통신장비와 통신서비스 비용 두가지로 구분해서 조사하는데 통신장비 비용은 6천743원, 통신서비스 비용은 14만5천376원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자료도 비슷하다. 올해 2분기 가계통신비는 15만2천24원인데 이 가운데 통신서비스 비용은 14만6천59원, 장비비용은 5천964원에 불과하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단말기 비용보다 통신요금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통신비가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과연 실제로 그럴까?

◆통계청의 가계통신비 조사, 믿을 수 있나

앞서 언급한 김준성 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김준성 씨는 매달 12만원 가량의 '가계통신비'를 내고 있다. 김씨의 요금고지서를 살펴보면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금, 소액결제 및 콘텐츠 사용료를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준성 씨의 지난 10월 요금 12만2천30원 가운데 통신요금은 6만2천원(기본료+가입비-약정할인)이다. 단말기 할부금이 3만4천310원, 콘텐츠 이용요금으로 분류되는 소액결제 및 부가서비스 요금은 2만800원이다.

김 씨의 사례만 놓고 보면 요금 가운데 50%가량이 진짜 통신비용이고 단말기 가격이 약 30%, 콘텐츠 요금이 약 20%를 차지한다. 이런 경우가 비단 김 씨 뿐일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조사한 통신3사 실제 요금고지서 분석 결과를 살펴보자.

이동전화 회선 당 요금고지서 청구항목 별 비중을 보면 SK텔레콤의 경우 통신요금이 54%, 단말기 대금이 26%, 콘텐츠 및 부가사용료 비중이 20%다. KT 역시 비슷하다. KT는 통신요금 비중이 55%, 단말기 대금이 32%, 콘텐츠 및 부가사용료 13%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발표와 실제 요금고지서를 분석한 결과가 다르다는 얘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통계청이 조사하는 가계통신비는 가계동향조사원(소비자)가 스스로 입력하는 방식이다. 종이가계부나 전자가계부를 쓰는 조사원들이 자신의 통신요금을 장비요금과 통신요금을 분리해서 기입한다.

조사원이 자신의 장비요금과 통신요금 항목을 정확히 구분해 기입하면 통계오류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신요금=고지서요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분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통계청 역시 이같은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통계청은 국회와 통신업계 등이 통계오류를 지적하자 공개중이던 '조사원 지침서' 사이트를 폐쇄형(로그인)으로 바꿨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부에는 장비요금과 통신요금을 나누는 기능이 있어 일방적으로 통합 입력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면서도 "입력자가 나누기 기능없이 모두 통신요금으로 입력할 경우 이 오류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지난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원이 자동이체된 소비 지출 내역을 항목 분류에 따라 정확히 입력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합 입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통신요금 고지서는 통신요금과 콘텐츠요금, 단말기 할부금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자동이체될 경우 조사원 손에서 단순히 '통신서비스-이동전화요금'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대로 된 통계 없이 가계통신비 인하는 불가능

이처럼 통계청의 조사의 오류가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헛바퀴를 돌리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단말기 가격과 콘텐츠요금을 제외한 통신요금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가계통신비가 비싸니 통신사에게 통신요금을 내리라는 것은 통신사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제대로 된 분석을 통해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것이 확인되면 통신사들도 요금인하에 적극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도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범부처 가계통신비 TF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 의원은 "정부가 실효성있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통계청, 통신사, 제조사 등 모두가 참여하는 범부처 가계통신비 TF를 구성해 정책수립에 기반이 되는 기초 통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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