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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논쟁 불붙는다] 우리 책임 아닌데..한은, 유례없는 저물가에 '곤혹'

입력 2013. 11. 27. 03:44 수정 2013. 11. 27.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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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목표 2.5~3.5%…17개월째 하한선 밑돌아

"농축산물·석유 값 하락에 무상보육 효과 등 겹친 탓"

[ 서정환 기자 ]

정부가 한국은행을 상대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서는 1차적 명분은 최근 소비자물가가 한은 중기물가안정목표 하한선을 이탈한 데 있다. 물가가 관리목표선을 밑돌고 있는 마당에 금리를 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 나아가 물가를 조절하기 위해 법에 의해 허용돼있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주효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힐난을 배경에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행 한은법 1조1항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은의 존재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 "통화정책 실패, 인정해야"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7%에 그쳐, 1999년 7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한은이 2015년까지 물가안정목표를 2.5~3.5%로 설정한 것과는 동떨어진 흐름이다. 3년간 연평균 물가가 목표범위 내에 있어야 하지만 소비자물가는 작년 6월 이후 17개월 연속 목표 하한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목표범위 상단을 넘는 것도 문제지만 하단을 밑도는 경우에도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한은을 향해 "국민들한테 '우리(한은)가 못 지켰다. 죄송하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원래 목표가 그렇다면 왜 못했는지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공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1월 현 물가상황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담은 물가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한은도 적잖이 곤혹스러운 기색이다. 물가가 낮으면 국민들이야 나쁠 게 없지만 저물가 지속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될 경우 한은이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을 잘못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물가 하락, 통제할 수 없었다"

한은은 다만 내년 이후엔 지금과 같은 저물가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가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수요 측보다는 공급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농축산물과 환율 및 석유류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하락이 물가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난 2분기 이후 유가 약세로 분기 평균 0.12%포인트가량 소비자물가를 떨군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1차적으로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고 이어 공산품과 서비스요금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제유가가 10% 하락하면 1차 효과로 소비자물가는 0.28%포인트, 2차 효과로 0.22%포인트 등 0.5%포인트가량 하락한다.

국제 곡물가도 내렸다. 국제곡물가가 10% 하락하면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떨어진다. 국내 기상여건도 좋았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태풍 없는 여름을 보내면서 농산물가격이 이례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2008~2012년 농산물가격은 평균 11.8% 상승했지만 올해 1~9월은 거꾸로 0.6% 하락했다. 정책 효과도 있었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시행으로 올해 물가는 0.34%포인트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결국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저물가는 수요, 공급, 제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한은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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