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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찍었던 그들도 슬슬 짜증이 난다

박송이 기자 입력 2013. 12. 07. 14:14 수정 2013. 12. 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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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대통령 박근혜'를 어떻게 평가할까. 많은 지지자들의 믿음은 여전히 확고하다. 그러나 대선불법 문제가 1년 넘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지지층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흔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분석된다. 기본적으로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단단하게 결집돼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치 지형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한선은 40%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지지자들이 많은 만큼 4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강행 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까지 급락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1년 동안 늘어지고 있는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가 특정 계기를 만나게 되면 지지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이틀 앞둔 2012년 12월 19일 거리유세에서 박근혜 후보와 지지자들 / 박민규 기자

"박 대통령이 연루된 것도 아니고…"

선거가 끝났지만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로 대선 후유증은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에게까지 혼란을 주고, 이러한 혼란이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인지 부조화'가 계속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지 부조화는 사회심리학자인 페스팅거가 도입한 이론이다. 인간은 다양한 태도·신념·행동 가운데 평형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행동과 신념 사이의 불일치는 개인 내에 인지적 불일치 상태를 만든다. 인지 부조화를 경험하면 개인은 평형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신념이나 행동을 바꿈으로써 이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사실 관권선거라는 게 분명한데, 이것을 그냥 이대로 묻고 넘어갈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도 현재 이 문제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믿고 지지해줬는데 실망을 했을 수도 있고, 그런 인지 부조화 상태에서 사회 전체적 스트레스 지수가 계속 상승된 상태일 수 있다. 그게 쌓이다 보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대선 1년이 지난 현재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특히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던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먼저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말처럼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여러 비판에서도 박 대통령을 여전히 신뢰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미숙씨(55·가명·여)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력 있게 정치를 잘 할 것 같아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다. 김씨는 경기가 어려워서 경제를 좀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지만, 현재의 경기는 살아난 게 아니라 더 바닥이고 서민들의 삶도 더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장사는 안 되고 물가·세금·공공요금은 오르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게 박근혜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아직 실망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밝혔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데에 연루될 사람은 아니다"라며 국정원 문제보다는 경제 문제가 우선시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회사원 김병훈씨(40) 또한 박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연륜과 원칙적 이미지 때문에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김씨는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댓글이 대선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보수층들이 결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수층은 솔직히 인터넷 잘 안 본다. 그렇게 당선된 선거에서 과연 국정원의 댓글이 선거에 영향을 줬는가라고 봤을 때 그건 아니라고 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관여했느냐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야당에서는 특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특검을 해서 얻을 이익이 뭔지를 봐야 한다. 댓글로 판세가 뒤집어졌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판세가 뒤집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 사람들은 특검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며 특검이 이익이 아니라 소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믿었는데 나라 더 시끄러워져 실망"

하지만 지지층 일부에서는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가 1년이 지나도록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박 대통령에게 불만과 실망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도정자씨(66·여)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도씨는 선거 후 1년이 지나고 보니 박 대통령에게 적지않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도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 나가서 하는 건 참 잘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채동욱 검찰총장을 쫓아낸 것은 실망스럽다. 대통령 본인이 믿음을 갖고 임명한 사람인데 국정원 수사가 시작되고 나니까 쫓아낸 거 아니냐. 여성 리더십이라면 뭔가 교통정리를 잘 하면서 다스릴 거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시끄러워지고 오래 가니까 짜증이 나서 뉴스를 보기가 싫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알게 모르게 연관되어 있지는 않겠나"라며 "만약 자기 편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면 과감하게 사과하고 국정원건 좀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지금 같아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아무 데도 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식씨(61)도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로 지난 선거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박씨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친박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계를 이끌며 정치적으로 생존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그만큼 정치적 감각이 있고 리더십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지난 1년의 모습은 적잖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박씨는 "지금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너무 불통 리더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며칠 전 한 일간지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설마'라는 말이 15가지가 붙는다고 하더라. 설마 국정원이 개입했을까, 설마 댓글을 달았을까, 해서 모아보니 그런 의심되는 정황들만 15가지나 된다는 것이었다"며 "국민들이 그렇게 의심을 키워나가는데, 박 대통령은 혼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본인이 어느 정도 선에서 사과를 하고 남재준 국정원장 등 관련자들을 해임한다고 해도 박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까. 오히려 이런 식으로 계속 의심을 키워가는 게 쌓여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총장의 개인정보를 열람했다는 것도 개인적 비리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계속 터지는 것 아니냐. 이럴수록 이명박 전 대통령을 넘어 박 대통령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과 연루돼 있다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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